파리를 떠난 마카롱 - 트렌드의 탄생과 확산의 미스터리
기욤 에르네 지음, 권지현 옮김 / 리더스북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언듯 보면 트렌드나 사회학을 다루고 있는 책 같지는 않다.  (아니 사실 여러번 봐도 그렇다)  책 표지가 비슷한 분야의 다른 책들과는 많이 다르다.  표지만 보았을 때는 한 권의 소설책 같다.  이러한 정보서들이 주로 채택하고 있는 책들에는 그 그룹들을 상징하는 이미지나 분위기가 있다.  그것들을 하나의 트렌드라고 본다면 이 책은 그런 트렌드를 과감하게 깬 책이 아닐까 싶다.  

  <파리로 떠난 마카롱> 나는 '마카롱'이 무엇인지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책을 펴기 전까지만 해도 '건장한 청년 이름'쯤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프랑스 과자란다.  오오~ 맙소사.  국내에도 상륙해서 많은 사람들이 즐긴다는 이 간식을....  나는 여지껏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물론 먹어본 적도 없다.  세계적 트렌드가 된 이 간식을 나는 어찌해서 한 번도 보지도, 먹지도 못했을까.  역시 나는 시대에 뒤쳐지는 사람?  집단의 취향에 무관심한 사람?  음.  나는 내가 마카롱을 먹어보지 못했다는 사실에 약간의 '불안감'을 느꼈고 또 가급적 빠른 기회에 '마카롱'을 먹어보아야 겠다고 생각 중이다.  이것이야 말로 트렌드를 형성하는 기류가 아닐까?  그들만의 집합 속에 속하지 못함이 주는 '조급함, 불안감'이야 말로 트렌드를 발빠르게 전파하는 동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트렌드를 정의하라면 '개인이 집단에 소속하고 싶어하는 열망과 적극적인 행위 혹은 무의식적 선망이 만나 그 대상을 향한 하나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쉽게 말해 '모두가 좋아한다는 마카롱.  나는 왜 못 먹어본거야? 어서 먹어봐야겠어' 하는 심리의 군집들 말이다.  사람들은 대개 집단에 속하지 못하고, 남들이 하는 것 하지 못할 때 인간은 불안함을 느끼게 되는 것으로 보자면 트렌드란 앞서 말한 것처럼 조급함과 불안함에서 시작해 안정감을 누리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은 트렌드를 다루고 있는 여느 책들과는 '분명히' 달랐다.  지금까지 출간된 책들은(물론 다 읽어본 것은 아니나) 트렌드를 소개하고 알리는게 치중했는가 하면 이 책은 그러한 트렌드가 생성되는 현상과 그것을 바라보아야 할 사회학적 통찰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그렇기에 후자에 속하는 이 책은, 어려웠다.  너무 어려웠다.  이러한 현상이나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 많은 학자들의 연구자료를 근거로 제시했다.  (오오~ 이전에도 후덜덜하게 만든 '피에르 부르디외' 가 곳곳에 등장하며 내게 위협을 가했다.  개인적인 얘기지만 이 자의 저서, 정말. 어렵다!) 전자에 속하는 책들을 잠깐 떠올려 보자면 사회를 점령하고 있는 트렌드를 소개하고 있는데 이것이 때로는 '신생 트렌드 홍보'에 앞장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들어보지도 못한 ~족 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면서 이 족(집단)의 다양함도 함께 제시했기 때문이다.  '맞아맞아' 도 물론 존재했지만 '아~ 이런 것도 있구나' 하는 생각들이 많이 들기도 했다.  이런 것들은 약간의 가십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런데 후자인 이 책은 '트렌드' 자체가 아닌 이에 따른 현상들과 운용구조를 소개한 책이기에 상당히 어려웠다. 

  이 책 대로라면 트렌드는 예견이 가능하다 (실제 WGSN이라는 트렌드 컨설팅 에이전시가 운영되고 있단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일어나기도 하지만 상업성을 목적으로 일부러 생성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트렌드를 '자본주의 모순의 해결책'으로 이해하는 관점을 소개하고 있다.  그에 따른 본문에서는 ....자본주의는 소비자들의 재화를 새것으로 바꾸도록 부추김으로써 과잉생산의 위험을 낮추는 법을 찾아냈다....(p.66) 라고 말하고 있다.  그 밖의 가우스곡선과 롱테일 현상, 마태법칙 등에 연관하여 충실하게 설명하고 있다.  수차례 말했지만 내게는 너무나 어려웠기에 모든 것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100이라면 내가 이해한 것은 불과 50에 지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은 동분야의 여느 서적들과 확실히 차별되어 있다.  그렇기에 트렌드라는 것을 문화의 코드를 넘어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라고 보고 이를 사회학적으로 이해해보고자 하는 독자에게는 이보다 좋은 책이 없으리라 생각된다.   

  트렌드, 유행, 집단 취향, 대세....  이런 것들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또  '더 깊이 있게' 그리고 '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관점을 전향해 준 책이다.  그나저나 나는 마카롱을 하루 빨리 먹어보고 마카롱 집단에 속함으로 인해 소외되고 도태된 듯한 이 기분을 떨쳐야만 할 것 같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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