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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류의 아이 러브 베이스볼 - 초보가 베테랑이 되는 상큼한 야구 다이어리
김석류 지음 / 시공사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야구는 내 취미 중 하나다. 물론 관람이다. 내가 야구에 빠진 것은 2006년경인 것 같다. 우연히 찾아갔던 야구장. 경기를 볼 줄 몰라도 재미있었다. 모든 관중들이 해설위원이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응원하는 팀에게 유리한 경기가 펼쳐지면 열광을 한다. 모두다 뛸 때 나도 뛰고 모두가 심통해 할 때는 나도 그냥 가만히 앉아 쉬면 되었다. 더욱 웃긴건.... 그 날 나는 처음 야구장에 갔고 열심히 응원한 탓에 응원단장이 주는 피자 한 판을 받아서 앞뒤좌우 관객들과 나누어 먹었다. 나의 야구 사랑은 이것이 시작이었다.
야구장을 다녀오고 한 껏 응원을 하고 온 날이면 승패와 상관없이 내게서 박하향이 나는 것 같았다. 시원하고 알싸하고 일에 대한 스트레스건 사람에 대한 고민이건, 한 줌도 남아있는 것이 없었다. 그렇게 점점 야구장을 가는 일이 잦아졌고 천천히 야구를 알게 되었다. 어쩌면 김석류씨와(그녀가 2007년에 스포츠 아나운서로 모 방송국에 입사했다니까) 같이 야구에 입문한 게 아닐까 싶다.
물론 나의 연고는 대구이고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를 보는 일이 많았기에 나는 삼성팬이다. 내 응원유니폼의 등번호는 45. 내가 좋아하는 선수는 권오준 선수다. 이 역시 불 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이었고 나는 더 줄기차게 야구장을 찾았다. 몇 해 전부터는 주말 원정경기도 다닐 정도로 누가봐도 야구광팬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이런 나도 처음부터 야구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다. 내가 우연히 친구와 야구장을 찾을 당시, 나의 직장동료들은 야구를 정말 좋아했다. 그러나 나는 극구 같이 야구장에 가자는 권유를 에둘러 핑계됐다. "선생님은 몰라. 홈런 한 방에 시원한 맥주 한 잔과 그 닭 맛을...." 나는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는다. '술맛도 관심없고 야구도 관심없고 빨리 퇴근해서 책이나 읽는게 내겐 최고' 였다.
그런데 김석류 아나운서가 말했더니 야구의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김석류 아나운서의 경우는 일로부터였고 나에게는 응원으로부터 시작됐다. 흥겨운 관중들이 좋았다. 신나는 응원도 재미있었고 마치 콘서트장을 방불케하는 스탠딩(공격 할 때, 경기 잘 풀릴 때는 자연스럽게 스탠딩 됨. 그래서 항상 블럭의 맨 뒷 줄에 앉는다)에 대구구장에서 나누어 주던 그 파란 풍선과 불꽃놀이는 또다른 묘미였다. 지금은 그때의 직장동료들보다 내가 야구를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
김석류 선수의 <아이 러브 베이스볼>은 참 많은 공감이 갔다. 야구의 매력은 그야말로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보는게 제일이다. 나처럼 경기 룰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도 재미를 느낄 수가 있다. 야구의 매력은 경기 그 밖에도 많은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고 분식집 개 삼 년이면 라면을 끓인단다. 그렇게 직접 찾아가 봤던 야구는 나를 야구와 아주 친숙하게 해 줌은 물론 경기 룰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런 내게 <아이러브 베이스볼>은 경기를 좀 더 즐길 줄 아는 눈을 선물해 준 것 같다. 야구를 좋아만 했지, 야구공이 왜 그런 모양이지 108개의 솔기(스티치)의 의미도 알지 못했고 그렇게나 다양한 볼 쥐는 법이 있는지도 처음 알았다. 명색이 투수를 좋아한다는 팬이 말이다.
또 <아이 러브 베이스볼>는 선수들에 대해서도 아주 많은 정보를 담고 있었다. 어떤 선수는 공을 어떻게 던지고 어떤 선수는 어떤 성격인지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그야말로 온통 야구 얘기뿐이라 읽는 내내 즐거웠다. 전혀 몰랐던 것들에 대한 '아하' 의 순간들을 마주하며 좀 부끄럽기도 했다. '이러면서 그동안 내가 야구팬이라 할 수 있었나?' 싶었다. 양준혁 선수의 말이 딱 맞다. (어쩜 양신 책을 요약하는 능력까지 있다냐? 호호.) 이 책은 '야구 초보자에게는 훌륭한 참고서가, 야구 마니아에게는 따뜻한 에세이가 될 것이다' 한 마디 덧붙이자면 야구 마니아에게도 수준에 따라서는 훌륭한 참고서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 월드컵이 개막했다. 하지만 야구장의 관중들은 줄지 않는다. 두고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