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로 이야기 세트 - 전3권
시모무라 고진 지음, 김욱 옮김 / 양철북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시모무라 고진의 <지로이야기>  나는 이 책의 저자가 교사였으며 이 소설은 오랜 기간을 걸쳐 완성한 교육소설이라는 것을 어디에선가 접했고 그 하나의 이유가 나로 하여금 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지로와 나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나는 지로의 코흘리개 시절부터 그가 훌륭하게 자라기까지를 모두 지켜보았다.  할아버지의 깨진 주판을 제가 한 일이라 하여 꾸지람을 들을 때도 아버지 슌스케에게 수영을 배웠던 개울가에도 나는 함께 있었다.  중학교 입학 시험을 앞두고 교이치와 뜬 눈으로 지샌 밤 속에도 그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술집 여주인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릴 때도, 아사쿠라 선생님의 유임을 위해 혈서를 쓰고 새끼 손가락을 동여매고 있을 때도 나는 그의 곁에 있었다.  그 녀석을 지켜보는 동안 나는 웃음이 나기도 했고 함께 울기도 했다.  때로는 가슴이 먹먹하고 목구멍이 얼얼해지기도 했다.

  지로와 함께하는 동안 나는 이 아이를 정말 사랑하게 되었다.  그는 말썽장이고 엉뚱하다.  하지만 누구보다 정의롭고 용기있는 아이며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아이다.  또한 지로의 어깨 넘어로 본 그의 행동들은 내게 값진 것들을 일깨워 주었다.  어느새 나는 지로가 되어 있었다.

  어느샌가 나는 오하미를 그리워했고 오타미의 죽음 앞에서 나는 그녀를 이해하게 되었고 지난 시간들을 반성했다.  양계장에 있어서 만큼은 슌스케보다 지혜롭고 당차던 오요시를 존중하게 되었다.  그리고 언제나 내 편이 되어 나를 믿어주는 내 아버지, 슌스케를 그 누구보다 존경했다.  그리고 아사쿠라 선생님의 가르침은 나에게 참된 인간의 길을 보여 주었다.  나는 지로였고 지로는 나였다.

  지로는 분명 개구쟁이었고 말썽장이었다.  그런데 이 아이가 세상을 향해 눈을 뜨며 형제간의 우애를 느끼며 할머니를 대하는 바른 태도를 실천하고 존경하는 선생님의 올바른 가르침과 아버지의 자애로움으로 멋진 청년이 되어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이렇듯 지로는 모두가 함께 길러냈다.  어린 가슴에 불타던 분노를 그는 다스릴 수 있게 되었고 진정 바른 일에 앞장서려는 의지를 갖게 되었다.  이처럼 지로의 성장과 변화는 내게도 큰 교훈이 되었다.

  나는 유치원 교사다.  참 많은 어린 지로들을 매일같이 만난다.  그들은 지로처럼 개구쟁이이며 말썽장이이다.  그러나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다.  나는 그들도 지로와 같이 마음 한 켠에 그들만의 작은 씨앗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지로가 가족의 사랑과 올바른 스승의 가르침을 양분으로 훌륭하게 자랐듯이 나는 이 아이들에게도 이와 같은 비료가 주어진다면 모두 또 다른 지로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슌스케와 아사쿠라의 모습을 통해 진정 참된 어른의 모습을 옅볼 수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로를 믿어주었다는 점이다.  모두가 다그치고 꾸지람할 때 지로를 이해해주고 믿어주었으며 그들의 모습과 행동을 통해 지로에게 감동을 주었다.  이들은 우리가 닮아가야 할 어른의 모습이다.  나 역시 내가 만나는 나의 아이들을 진심으로 이해해주고 믿어주며 나의 행동과 모습으로 그들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책장을 덮었다.  지로의 이야기도 끝이 났다.  하지만 지로는 우리의 가슴에 아직 살아있다.  그의 감동적인 성장일기는 또 다른 지로의 일기가 될 것이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사고뭉치도 아니며 거짓말쟁이가 아니다.  모르긴 몰라도 그는 슌스케와 아사쿠라처럼 건장한 청년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저를 닮은 유년을 가진 수많은 아이들에게 참된 스승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지로를 세상으로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보내주어야 한다.  그 아이가 가진 작은 씨앗이 푸르르게 자라 영글었듯이 모두가 지로처럼 가슴 속 작은 씨앗을 싹 틔울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제 지로를 세상으로 나섰다.  내가 사는 곳 어딘가에서 지로를 만난다면 그 어느 때 보다도 다정한 눈길과 미소로 인사를 건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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