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두 번 진행되길 원한다면 - 감각의 독서가 정혜윤의 황홀한 고전 읽기
정혜윤 지음 / 민음사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정혜윤씨의 저서이기에.  둘째, 고전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세계가 두 번 진행되길 원한다면>  참 신선한 표제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고전이 세기를 걸쳐 읽히기 되는 것은 놓고 '세계가 여러번 진행된다'는 발상을 할 수 있는지.  이건 역시 정혜윤이기 때문에 가능한게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정혜윤씨가 이 책에서 다룬 것들 중 내가 읽어본 고전은 단 몇 편에 지나지 않았다.  책을 읽는 것 역시 저자와 독자의 소통으로 보자면 일방적인 이야기를 겨우 듣는 입장에 불과한 독서였다.  그동안 고전을 외면해 왔던 나를 질책할 일이었다.  누구였던가.  이름만으로 모두가 아는 세계적 명사인 그는 '고전'만 읽으라고 했다.  (그가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는다는게 참 안타깝네)  뿐만 아니라 고전의 중요성은 여러 차례 많은 이들로부터 들어왔었다.  아니나 다를까 여기저기서 내놓은 '추천도서' 리스트를 잘 들여다보면 많은 량의 고전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이토록 고전을 외면해 온 것인지.  그러면에서 이 책은 나의 편중된 독서습관에 빨간 등을 켜주었다. 

  책으로 들어가보다.  정말 아쉽게도 나는 이 책이 그리 와닿지 않았다.  첫째는 내 탓이요.  앞서 말한 것처럼 독자인 나의 독서량 부족으로 저자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음이다.  둘째는 정혜윤씨 탓(?)이다.  (어허, 오만한 독자일세. 거참....)  그 이야기를 슬슬 해보자.  고전이란 뭐랄까?  발견하며 읽는 맛이 제 맛이 아닐까 싶다.  어떤 책이든 그러하겠지만 특히나 고전은, 그 안에서 나만의 것을 발견하는 맛이 쏠쏠하다.  그런데 정혜윤씨는 이 책에서 고전에 대해 지나치게 많이 '발견' 해두었거나 때로는 지나치게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   

  이 책을 하나의 요리에 비교해 보자.  제 아무리 맛있는 요리라 할지라도, 요리조리 맛깔나게 찍어준 음식 사진이라 할지라도 직접 맛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기에 그럴까? 그 요리가 맛있는지 아닌지에 대해서, 먹어보지 못한 자가 수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정보는 '이미 맛 본 자의 후기' 일 것이다.  그렇다면 '아, 맛있겠군.  먹어봐야겠어' 하는 생각이 들어야 할터이다.  그런데 정혜윤씨는 너무나도 친절하게 '전반적으로 맛있어요.  하지만 그 버섯은 조금 덜 익었구요.  소스는 그런대로 괜찮았어요. 포크날은 적당히 길이가 있는 것으로 선택하세요.  그래야 면이 흐르지 않아요' 하고 이야기 해주었다.  어떤 독자에게는 이런 상세한 후기가 큰 도움이 되겠지만 나에게는 그렇지 못했다.  더 이상의 발견거리가 없으리만치 '완벽한' 후기는 절망스러웠다. 

  반면, 전혀 발견하지 못하고 있기도 했다.  어떻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한낱 남녀의 사랑이야기 정도로만 해석한 것인지.  베르테르의 절절함과 그 가슴아린 섬세하고 연약한 감성은 왜 눈치채지 못한 것인지.  유독 내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좋아하고 이 책은 몇 십번을 읽은 책이라 남다른 애정을 가진 책이긴 하다.  하지만 너무 표면적인 읽기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과 우리의 베르테르씨를 제대로 알아봐주지 못했음이 서운했다.   

  그러나 이 책은 역시 내게 많은 것을 주었다.  아주 뜨끔한 울림.  '무식하기 짝이 없군.  책 좀 읽는다는 사람이 그렇게 고전을 몰라?  대화가 안되는군.  좀 읽지 그래?' 하는 송곳같은 날카로움을 느껴야 했다.  또 하나.  역시 직접 경험만한 것은 없다는 생각 '아무리 보기 좋은 것이라도 내가 직접 입어보고 먹어보는 것이 최고' 라고 말이다.  

   정혜윤씨 '저도 세계가 계속 진행되길 원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세계 속에 제가 살 수 있다면 더욱 좋겠어요'  다음 달 독서목록에는 고전을 두어권 추가해 봐야겠다.  그리고 한 chapter, 한 chapter를 다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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