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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샤의 추억
아서 골든 지음, 임정희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오래전에 책과 영화로 나왔었는데 당시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독일인 친구가 <게이샤의 추억> 이 책을 가장 인상적으로 꼽고 있다는 말에 읽게 된 책이다.
솔직히 말해, 이 책은 그다지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재미'있다는 것과 '인상적'이라는 것이 다르다면 말이다. 재미 있긴 했다. 그 무슨 TV드라마에서 심은하가 '부서버리겠어' 하며 독을 내뱉던 대사를 한 것처럼 복수와 계략이 뒤엉킨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원래 여자들의 칼이 선 이런 류의 스토리가 재미있긴 하다. 하추모모, 치요(사유리), 마메하, 호박의 이야기들. 서로 게이샤계의 일인자가 되고 싶어한 만큼 냉정하고 집요한 복수들.
그러나 나는 열살 남짓한 소녀가 '다나카'와 '회장' 을 보고 이성으로서의 특별한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 싶었다. 아니 물론 이 시기라면 누군가를 좋아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아빠뻘이 되는 중년의 남자에게 품을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물론 사람이 다 비슷한 방식으로 사랑을 하고 비슷한 연령의 대상에게 호감을 느끼지는 않겠지만 그 어린 소녀가 '다나카'를 마치 성인 여서이 바라보는 듯한 묘사는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되었다. 조금 더 소설 속 인물의 연령과 환경에 맞게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진솔하게 와닿았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게이샤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혹자는 실제 게이샤의 삶과는 다른 잘못된 스토리란다.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하거나 실제 사건에 기반을 둔 소설들을 읽게 되면 항상 실제와 소설 속에서 혼동을 느끼게 된다. 이런 경우 대개 소설 속 이야기가 실제라도 착각하게 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이정명의 <바람의 화원>은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많은 이들의 시청률을 올린 일이 있다. 신윤복이 여장남성으로 그려져 많은 젊은이들이 '신윤복이 여자였다는 걸 이제 알았어요' 하고 상식밖의 말들을 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소설책으로 읽은 것은 그냥 소설이라고 치부해버리는 편이 잘못된 정보의 수집을 차단하는 안전한 방법이 된다. <게이샤의 추억> 역시 소설이라고 이해를 하는 것이 더 나을 듯 하다.
또 이 소설은 실화냐 소설이냐 의견이 분분하다. 이유는 작가가 마지막 '작가의 변'에서 이야기의 자료를 준 일본 게이샤 출신의 여성과의 친분등을 이야기 했으며 소설 구석구석 역사적인 배경을 들추어내고 회상하듯 기록되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치요라는 게이샤의 회고록 같이 보였기 때문이다. 소설에서도 이런 '페이크 기법'을 사용하는지 몰랐는데 이 역시 '그냥 소설' 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단지 실화와 같이 써 낸 소설인 것으로 말이다.
왜 독일 친구는 이 책이 그렇게나 인상 깊었을까 생각해 보았는데 이 책에서 그려진 게이샤는 조금 다르지만 홍등가의 여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 홍등가 매춘부의 자전소설 같은 것은 없거니와 그들의 생활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방법은 현장을 은밀히 취재한 필름 정도에 국한되어 있다. 그런데 <게이샤의 추억>에서 그리고 있는 모습은 일본 기생의 모습을 내밀하게 담고 있다. 이것이 게이샤의 실제 생활이고 아니고를 따질 겨를도 없이 이런 은밀한 기록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 것이고 그것이 동양의 한 나라 일본을 배경으로 한 데 이국적인 느낌을 갖게 된 것이 아닐지 싶다.
'영화는 어떨까' 하고 영화도 보았지만 책과 영화가 조금 다르기는 했지만 나에게는 두 편 역시 비슷비슷했다. 하추모모 역의 공리의 앙칼진 연기가 눈에 띄었을 뿐 특별히 다른 느낌을 갖지는 못했다. 국내에는 게이샤에 대해 다룬 서적이 많지는 않다. 고작 두어권 정도? 아무튼 다른 종류의 '게이샤'에 관한 책들을 더 읽어 보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