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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평점 :
'언니네 이발관' 이라는 모던 락밴드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일이 있을 것이다. 이 산문집은 그 밴드의 보컬 이석원씨 저서다. 사실 이 책을 읽게된 건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밴드나 이석원씨에 대한 개인적이 관심이 때문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선물받게 되는 바람에 읽게 된 책이다.
상큼한 노란색 표지와 달리 그의 글은 무채색이었다. 어떤 잔잔함과 고즈넉함이 있었다. 뭐랄까? 그를 모르지만 그에 대해 얼마만큼은 알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한 권의 책으로 그를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어렴풋이 그를 알 것만 같다. 어딘지 모르게 나와 비슷하기도 했고 또 나와 틀리기도 했다. 그는 그의 글들로 자신을 '보통의 존재'라고 말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보통의 존재'를 닮은 나 또한 '보통의 존재'다. 사전은 '보통'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특별하지 아니하고 흔히 볼 수 있어 평범함. 또는 뛰어나지도 열등하지도 아니한 중간 정도(네이버 국어사전). 이 보통이라는 것이 얼마나 편안함을 주는지 다들 알 것이다. 유별나게 도드라지지도 않고 눈길을 끌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움과 어느 누구와든 나눌 수 있는 교집합의 공간을 가지고 있는 그저 그런 보통 말이다. 많은 이들은 특별하기를 원한다.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고 특별한 애정을 받고 싶고 특별한 눈길을 받고 싶어 한다. 모두가 어떤 대상들에 파묻혀 누군가가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내 가슴에 더욱 와닿았다. 그는 자신의 소소한 일상들을 내어 보임으로 어떤 대상들에게 다가가고 싶어 한다. '나를 보시오. 나는 이렇게 보통이요. 당신들과 비슷한 보통의 사람이니 안심하시오. 그리고 나에게 다가오시오' 하고 말이다. 그의 글은 나에게 소박하게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잡고 있는 동안 그의 온기가 느껴졌고 그의 진심을 알 것 같았다. 결국 보통의 존재들끼리 마주 앉아 살아가는 이야기를 두런 두런 나누는 순간이었다. 누가 지은 표제일까? 그의 글에 너무나도 잘 맞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용기 있는 고백들 그리고 솔직하게 드러낸 상처들. 나는 그 것들을 대수롭지 않게 바라봐주고 보통의 것으로 대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 책은 딱 차 한잔 마시는 기분이었다. 편안하고 자연스럽고 인위적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 책은 유독 '맞아맞아' 하며 밑줄치고픈 구절들이 많았다. 역시 보통의 것들이기에? 취향을 내세워 읽고 느껴야 하는 것이 아닌 보통의 것들이기에 그랬을까? 보통의 존재이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싶어하는 이 역시 보통의 존재들이 지닌 마음들. 그 역시 하고 싶었고 나 역시 하고 싶어 진 말, 그 말 한마디를 하고 싶다.
당신도, 나도 우리는 그냥 보통의 존재야. 그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