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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았더라면
티에리 코엔 지음, 김민정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우연히' 읽게 된 책이다. 우연, 우연이라.... 책을 읽는데 '정말 우연'이었다고 말 할 수 있는 경우는 어떤 경우일까? '책장 앞에서 눈을 감고 집어든 책이 이 책이었소' 하는 경우? 아니면 '친구한테 선물받았어요. 그래서 읽게 된 책이죠' 같은 경우? 가만 생각해보면 그 중에도 선택은 따랐기 마련이다. 그냥 집어 들었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읽지 않을수도 있고 선물을 받았더라도 반드시 읽기로 연결되는 것은 아닐 수도 있기에. 다시 말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능동적인 행위이다. 음악처럼 그냥 귀를 통해 들려오는 것도 아니고 영상처럼 눈을 통해 보여지는 것도 아니다. 책은 반드시 '능독적으로 읽어나가는 행위를 통해 진정으로 읽게 되는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입수하게 된 경위는 읽고 싶은 책들을 카트에 담다가 도서구입총액이 구입목표치에 약간 미달했고 그러다 눈에 띈 이 책을 카트에 담음으로써 나름의 완벽하게 빵빵한 카트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런 쓰잘데기 없어보이는 이야기를 뒤에서 하도록 하자.
이 책은 자살을 시도했던 한 남자 제레미의 이야기이다. 자살미수(어쩌면 자살에 성공했을 수도 있다; 이런 애매함을 못견디는 자라면 직접 한 번 읽어보도록)에 그친 한 남자의 이야기. 그리고 이어지는 삶의 고통. 스스로의 의지로 이겨낼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삶. 정말 안타깝고 답답했다. 나의 한 순간 한 순간이 생경하고 낯선 것들로 가득차 있다면 어떨까. 그것은 매 순간이 두려움일 것이다. 낯선 장소, 알지 못할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의 이해못할 관계들. 더군다나 이것들이 나를 불행하게 하는 것들이라면. 나는 차리라 제레미가 죽음에 성공했어야 한다는 생각마져 들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나갈수록 내게 주어진 삶이 얼마나 감사한지, 그것들을 내 마음대로 내 의지대로 헤쳐나갈 수 있음이 얼마나 다행인지, 제대로 살아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나는 이 땅에 태어났고 그리고 인생이라는 것도 더불어 나에게 주어졌다. 그 인생이라는 것은 나의 것이고 또한 내 삶안의 것들은 대부분이 나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물론 나의 선택과 상관없이 주어지는 것들도 있다. 이를테면, 부모, 인종, 성별, 성씨 등등) 나는 오늘 점심을 먹고 누구를 만날지 그 사람과 어떤 곳에서 어떤 차를 마실지 선택하고 저녁에는 텔레비젼의 어떤 프로그램을 시청할지를 선택할 수 있고 할 수 있고 몇 시에 잠들지도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하여 읽을 수도 있다. 이처럼 인생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우연처럼 주어지지만 우리는 수없이 많은 찰나의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연으로 시작한 것들도 모두 우리의 선택으로 그것이 내 삶안에 여전히 머무르게 할 것인가, 아니면 이것을 그 순간 몰아낼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다. 이렇게 주도적으로 내 삶을 영위할 수 있음에 감사한 일이 있는지, 내가 선택할 수 있음을 감사한 일이 있는지.
최근들어서 심심찮게 자살을 보게 된다. 얼마전에도 연예인 C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반면 살기 위한 몸부림 끝에도 죽음을 맞게 되는 사람들을 본다. 이들 모두에게 탄생과 동시에 생이 주어졌다. 그러나 어떤 생은 견디기 힘든 일 투정이며 죽음으로 그것을 종결짓고 싶어하고 또 다른 생은 제대로 해보지 못한 일들이 떠오르고 사랑할 사람들을 놓을 수가 없어 끝나지 않기만을 바란다. 이들에게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바로 생을 바라보는 자세다. 그리고 생을 살아내는 자세다. 이 책에서는 그 두 인물을 제레미라는 한 남자를 통해 모두 볼 수 있었다. 때로는 다 버리고 싶은 그 찰나의 삶이 때로는 정말 간절하게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보고 싶은 삶이 될 수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푸시킨의 시 중 '삶의 그대를 속일지라도' 에는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버린 것 그리움이 되리니'라는 싯구가 있다. 미래를 향해 달린다, 앞만 보며 전진한다.... 등등. 이처럼 삶이 오로지 미래를 위한 것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설사 자신이 목표로한 미래에 도달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인간은 좀 더 나은 미래를 여전히 갈망하게 될 것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도 미래를 꿈꾸었던 순간이 있었을 것이고 내일 죽게 될 자도 미래를 갈망할 것이다. 그러나 미래라는 순간이 반드시 우리에게 약속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 우리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지금 이 순간, 현재를 어떻게 살아내는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지금을 나답게 사는 일이 아닐까 말이다.
이제 서두에 했던 이야기를 다시 해보도록 하자. 인생은 우연처럼 우리에게 주어졌다. 그러나 생 속의 모든 것이 우연은 아니다. 생각해보라. 아주 많은 부분이 당신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다시 말해 나의 선택은 내 생을 만들어갈 재료들이 된다. 그렇다면 나는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 반면 나의 선택이 나를 불행하게 할 수 있다. 때로는 이 모든 선택들이 합리적이지 않을 수도 있으며 오판으로 인한 그릇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재를 잘 살아가다보면 신중하게 삶의 재료들을 선택하게 된다면 내가 바라는 미래는 분명 우리에게 주어질 것이다.
당신, 아직도 잃은 것과 상처받은 것과 절망의 순간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는가? 내 인생은 편안한 소파에 기대앉아 드라마보듯 바라만 보고 있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내 인생은 반드시 '내 스스로 능동적으로 살아가려고 할 때 진정으로 값진 삶이 되는 것'이다. 당신의 인생 속 카트에 담겨있는 것들이 불완전해보이고 아쉽게 느껴지는가? 아직까지 내 인생의 카트는 빈 공간이 많으며 그 곳에 채울만한 찬란하게 아름다운 것들과 값진 것들은 너무나도 많다. 이렇듯 나의 삶은 내가 DIY 하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당신은 이제 어떤 것으로 채워나가려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