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적인, 긴 만남 - 시인 마종기, 가수 루시드폴이 2년간 주고받은 교감의 기록
마종기.루시드폴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아주 사적인, 긴 만남이라.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을 본 순간, 나는 제목의 쉼표에 제일 먼저 눈길이 갔다.  쉼표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얼마나 클런지는 모르겠지만 이 쉼표를 보는 순간 쉼과 같은 책이 되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때문에 이 책은 나의 관심을 끓었는데 아니, 뭐라고?  게다가 저자가 루시드폴이라니.  오오~  루시드폴의 팬이라고 하기엔 조금 아쉬운 구석이 있겠지만 나는 그의 많은 노래들을 참 좋아한다.  처음 그의 노래를 들었을때는 그 읊조림이 얼마나 신선하던지.  또한 가사 역시 참으로 아름다웠다.  세간에 불려지고 들려지는 곡과는 약간 다른, 한 편의 시와 같은 가사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마종기 시인과 주고받은 편지글이라니. 

  망설임없이 선택한 책.  한 장 한 장씩 얼마나 야금야금 읽어내려갔던지.  한번에 쓰윽 읽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의 편지를 기다리는 것처럼 그렇게 그렇게 조금씩 읽어가고 싶었다.  마음만 먹으면 반나절이면 다 읽을 이 책을, 나는 꼬박 일주일동안 읽었다.  편지글이라는 사적인 느낌을 나도 고스란히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나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나도 이들처럼 한 작가와 편지를 나눈 일이 있다.  잠깐 소개하자면 그 작가는 동화작가였고 나의 어린시절(당시, 국민학교 3학년) 나에게 책읽는 즐거움을 알게 하고 내게 작가라는 꿈을 소망하게 한 동화의 저자와 편지를 나눈 일이다.  나는 이십대 후반이 되어서야 어디론가 사라진 그 책을 찾았고 내게 없다는 것을 알고 출판사며 헌책방을 전전했다.  그렇게 책을 쫓다 그 책의 작가와 인연이 닿았다.  나는 책을 구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 동화가 나의 인생을 크게 바꾼 책이었다는 점을 메일로 전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그렇게 시작된 메일 교환이 꽤 오랫동안 이어졌었다.  나는 나의 글이야기, 책이야기, 일이야기를 했고 그도 그의 글과 책, 그리고 사는 이야기를 했다.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던 그 동화책의 작가인 선생님의 편지글 앞에서는 항상 숙연한 마음으로 답장을 했고 그러다 보니 나는 편지에 답을 하는데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렸던게 사실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몇 해전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느낌, 동경의 대상, 존경의 대상으로부터 오는 그 소중한 메세지의 설레임.  나는 루시드폴과 같았다. 

  이들의 이야기는 참으로 소박했다.  학업, 일, 음악, 여행, 가족, 타국 이야기.  그리고 그에 빠질 수 없는 고국에 대한 향수.  이국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자들의 영원한 화두, 노스탤지어.  나는 마종기라는 시인의 시를 일부러 찾아 읽은 기억은 없다.  우연히 몇 편의 시를 읽은 듯 하다.  그러나 사실 기억하고 있는 것은 없다.  그런데 그가 마해송씨의 아들이라니.  나는 아동문학가였던 마해송씨를 더 잘 알았다.  아니 그가 내겐 더 귀익은 사람이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이 책에서 나는 나이와 국경을 초월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서로가 좋아할만한 음반을 선물하고 그 곳이 서울이건, 로잔이건 그 어디건 서로의 편지에 회신을 하고.  열정의 삶을 서로 반추해보는 그들의 애정어린 우정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내게도 이렇게 삶을 나누고 '니가 보고싶어' '널 사랑해' 라고 말하지 않아도 오랫동안 편지와 이야기가 이어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적인 소통이 가능한 누군가의 깊이 있는 편지는 삶의 아주 큰 활력과 용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편지의 후미부분에서 그들이 만났다.  서울의 한 곳에서.  그 둘의 정겨운 사진에 괜시리 내가 다 즐거워졌다.  지금도 그들의 이야기는 이어지고 있겠지?  서로를 위한 격려와 사랑의 메세지는 여전하겠지.   

  둘의 편지글을 담은 이 책은 그들에게 더욱 각별한 의미를 주는 책일테다.  어쩌면 이 책으로 인해 그들은 정말 뗄레야 뗄 수 없는 인연들이 되었을지 모르겠다.  앞으로도 두 사람 사이의 따뜻하고 훈훈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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