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서양 음악사
오카다 아케오 지음, 이진주 옮김 / 삼양미디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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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이 그리 바빴는지 작년 겨울부터 올 봄까지는 정말 책을 읽지 못했다.  항상 곁에 두긴 했으나 서너권이 고작이었다.  게다가 읽고도 서평도 남기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여유를 되찾았던 것인지, 부지런히 책을 읽지 못하는(않는) 내 스스로가 못마땅했던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서양음악사>를 만나게 되었다.  사실 서양음악사에 유달리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오랜 공백기간을 깨고 책을 읽는 내 본연(?)의 삶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 하나로 급작스럽게 선택한 책이었다.  하지만 많고 많은 책들 중에서 내가 이 책을 나의 '회복'의 도서로 삼았던 이유가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나는 이 전에 삼양미디어의 상식 시리즈 중 두 권을 읽어 본 적이 있다.  독자로 하여금 '상식'을 목적으로 하는 책인만큼 굉장히 쉬웠고 재미있었다.  무언가 알고 싶으나 너무 어렵게 여겨지는 어떤 것을 처음 접할 때는 상식을 목적으로 하는 책들이 참 유익한 것 같다. 

  이 책을 처음 펼치고 저자의 머리말을 읽으며 참 설렜다.  '대놓고 어렵게 기술하지 않겠다 하니 서양 음악사에 대해 조금 쉽게 다가갈 수 있겠어.'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개 이런 예술서적이나 전문서적을 읽다보면 전문가의 젠 체 하는 자세들을 참 많이 보게 된다.  독자에게 무언가를 전하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라 ' 나 이만큼이나 알고 있는 대단한 작자라구' 하는 식의 오만한 저자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머리말에서'예비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을 전제해서(갖고 있어야만 하는 것 같은)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집필의도가 얼마나 편안한 마음을 갖게 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책장마다 가득 담긴 컬러 사진들과 삽화는 더욱 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을 일으켰던 것 같다.  그리고 지난 번, 상식 시리즈 중 클래식 음악에 관한 책이 있었는데 그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이 책이 소개하고 있는 음악들을 담은 CD도 함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CD까지 함께.  오우~  제대로 즐거울 수 있겠다는 생각!  

  그러면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사실 이런 책은 읽고서 모든 것을 명확히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전 지식이 깊었던 사람들에게는 정확한 라인을 그어 줄 것이며 나같이 전혀 무지한 사람들에게는 흐릿하게나마 서양 음악의 역사를 그려주었을 것이다.  나는 여전히 잘 모른다.  르네상스 시대의 음악이 어떻고 바로크 시대의 음악이 어떤지를....  그런데 이 책은 내게 음악을 단순히 귀로 듣는 일 뿐 아니라 그 곡의 흐름과 그 곡의 늬앙스를 유심히 바라보도록 해 준 책이다.  모든 곡이 그저 작곡가의 취향과 스타일대로 지어졌을 뿐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그런 곡들이 당대의 시대상 흐름과 느낌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니 말이다.   

  그리고 모든 예술은 본디 종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양음악들의 그 기원이 성가에서 시작한 것들이 많고 수많은 화가들이 성화와 수태고지 등을 그렸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모든 음악과 모든 그림들이 이것들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분명 그 시작에는 신의 영화로움과 찬양이 담겨 있으니 말이다. 

  솔직히 이 책은 쉽지 않았다.  아니 나에게 쉽지 않은 책이었다.  특히 이 책은 당대의 창작배경과 음악의 발전화 그 역사를 말하는 것이라 화성에 대해 여러 부분 다루고 있었다.  그러나 화성을 다룬 부분은 내게는 굉장히 어려웠다.  아니 나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뭐랄까?  화성학은 다분히 수학적이기에 두렵다.(나는 수학.... 오노~)  이처럼 눈으로 훑을 뿐인 부분들도 있었지만 반면 오페라를 좋아하는 내게 베르디 등의 작곡가와 오페라에 대해 다룬 부분은 정말 즐겁게 읽었다. 

  그리고 내가 분명하게 알게 된 것은 책을 읽기 전에는 서양음악사라 함은 클래식음악의 역사를 다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나의 오해였다.  서양음악사는 말그대로 서양 음악의 역사를 다룬 것이기에 20세기의 파퓰러 음악(이를테면 비틀즈 음악) 역시 이것들의 역사적인 행보로 본다는 사실이다.  역사라는 단어가 주는 엔틱한 느낌과 고전적인 늬앙스로 인한 나의 오해였으리라.  이제 누군가와 서양음악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면 나는 구태여 고전파니, 낭만파니 그 안에서만 허덕이지는 않아도 되겠지.   

  천천히 이해하며 읽으려고 했기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 오랫시간만큼 귀한 경험을 안겨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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