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우드 부인의 조선 견문록
릴리어스 호턴 언더우드 지음, 김철 옮김 / 이숲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특별히 기독교인이 아니라 할지라도 언더우드씨를 기억하고 있다.  그가 우리나라에 온 의료선교사라는 것.  또 그가 이 나라에 전하러 온 종교 뿐 아니라 교육, 의료, 정치,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력을 끼친 자이기 때문이다.  연세대학교의 전신인 연희전문학교를, 또 한국 최초의 서양식 병원 '광혜원'을 설립하였으며 성서번역에도 기여하였으며 왕실과도 교류하는 등 그의 행보들은 굵직굵직하다.  그런데 이 책은 그의 아내 언더우드 여사의 그것이다.  사실 나는 언더우드 선교사의 업적들이 궁금해 이 책을 집은 것은 아니다.  그의 아내가 썼다는 이 책을 통해 서양인이 바라본 내 조국 한국의 모습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조선.  학창시절에는 참 많이 듣고 공부했으며 지금은 심심찮게 시대물이나 사극, 또 다큐멘터리 등에서 당대를 엿볼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이 나라의 옛 사정을 적잖이 알고 있다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과연 그 동안 무엇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이 책은 민비 시해 사건, 갑신정변, 청일전쟁 등 크고 작은 나라의 대소사를 섬세하게 기록한 또 한 권의 역사 교과서였다.  나는 그저 서양인이 바라본 조선은 어떠했을지가 궁금했을 뿐이었는데 이 책은 실로 많은 것을 말하고 있었다.  파란 눈이 옮겨 놓은 조선 뿐 아니라 이 나라의 일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그 내막은 잘 알지 못한채 안다고 믿어왔던 역사적인 사건들.  일본, 러시아, 중국 등 이웃나라와의 관계들....  이 책은 낱낱이 그 때를 옮겨 놓고 있었다.

  '아마 역사에 대해 기술한 책이니 좀 지루할지도' 나의 첫 마음은 이러했다.  그러나 책을 읽는 내내 지루하기는 커녕 내 나라 조선의 새로운 이야기들에 깊이 빠져 들었던 것 같다.  당시의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지듯 생생했다.  내가 보지 못한 내 나라의 모습이 나에게는 생경했다.  마치 아프리카 오지에 구호 활동이나 선교 활동을 나간 자들이 보고 들은 것과 같았다.  미개하고 열악한 삶의 터전에서 꿋꿋이 살아가는 작은 민족들을 들여다 보는 것 같았다.  실지 같은 한국인으로서 선조들의 불결함과 무식함에 대한 언급에서는 슬쩍 속상한 마음이 솟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민족을 사랑의 눈으로 보듬는 그녀와 언더우드 선교사, 또 그 밖에 많은 동지들의 희생과 봉사에 이내 숙연해졌다.  그리고 그들이 이 땅에 전한 것은 종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피부색, 머리색, 눈동자 색은 물론 심지어는 언어까지 다른 동양의 한 작은 나라, 그 안에서는 서양을 배척하고 개혁과 개화를 거부하고 오로지 동양적인 것만 추구하려 했던 무리들도 있었고 온갖 미신과 허황된 믿음으로 점철된 민족들의 터전에서 그들이라고 왜 두려움이 없었을까?  그들이라고 왜 고국이 그립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들의 희생과 봉사를 아끼지 않았기에 이 나라가 한 걸음이라도 빨리 선진화 되었던 것이 아닐지.  (혹자는 그들이 가져다준 문명을 달갑지 않다 할지도 모르겠다만은.)  삶의 질과 수준 향상은 뒤로 하고라도 그들이 이 나라에서 행한 많은 훌륭한 사역들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눈물이 울컥했다.  순간 목구멍이 얼얼해졌다.  그 대목을 잠시 소개하자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콜레라에 지천에 퍼져 병든 자들을 위해 밤낮없이 뒤치닥거리를 하는 그들을 보고 "저들은 왜 저렇게 우리한테 잘 해주지?" 라는 물음에 다른 한 조선인이 "우리들을 정말 사랑하기 때문이야" 라고 답하는 대목이다.  사랑이라는 것은 이런게 아닐까?  서로 대화할 수 없어도 온기가 느껴지고 진심으로 상대방을 위해주고 섬겨주는 기운이 이 쪽 가슴에서 저 쪽 가슴에 닿아 전해지는 그것이 아닐까 말이다.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사랑이 아닐ㅋ까?  내 나라 작은 동양의 한 나라, 그렇지만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 사랑 이야기, 사람들의 이야기는 후세토록 계속 되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