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엽서 - 세계인의 상상력을 사로잡은 비밀고백 프로젝트 포스트시크릿 북 1
프랭크 워렌 지음, 신현림 옮김 / 크리에디트(Creedit)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누구나 한 가지 정도의 비밀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그 비밀이란 것은 세상을 놀라게 할만한 것에서부터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 혼자만의 비밀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전 세계 곳곳의 사람들의 비밀을 모았단다.  과연, 세상 사람들에게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면전에 대고 "당신의 비밀이 뭐요?" 하고 묻는다면 정말 자신의 비밀을 말해 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마 질문자가 응답자와 절친한 만큼 일급 비밀과는 거리가 뭔 사소한 비밀거리를 흘리고 말 것이다.  이를 테면, '전 학창시절에 컨닝한 적이 있어요' '가게에서 거스름돈을 잘못 준 걸 그냥 받아온 적이 있어요' 정도의 웃으며 넘길 수 있는 것들을 말할 것이다.  그리고 그 어떤 것을 비밀이라고 여기고 혼자만 알고 있으려 한다는 것 자체가 절대 누구에게도 말 할 수 없는 나만의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쉽사리 털어놓지 않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지도.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비밀을 수집하는 방법이 참 기발했다.  그 방법을 잠시 소개하자면, 수신처가 인쇄된 엽서를 세계 곳곳에 뿌리고 비밀을 털어놓고 싶은 사람은 그 엽서에 비밀을 기록하여 우체통에 넣기만 하면 된다.  곧, 엽서를 받는 사람은 안 방에 앉아서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의 비밀을 들을 수 있다.  이 방법은 여러 면에서 참 유용했다.  첫째, 발품을 팔며 인터뷰를 하지 않아도 됨으로 시간과 소요 경비를 절감할 수 있다.  둘째, 응답자가 일부러 자신을 노출하지 않는 한 절대 익명성이 보장된다.  엽서를 받는 사람 또한 이것이 누군가의 비밀이라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구체적인 대상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  셋째, 적극적이고 자발적이라 응답내용이 성실하다.  '비밀을 기록한 엽서를 반드시 발송하시오' 가 아니라 자신의 비밀에 대해 말하고 싶어하는 자가 스스로 비밀을 기록한 엽서를 발송할 것이기에 그 내용이 다른 어떤 방식보다 진실하고 성실할 것이다.  실지 이 책에 실린 그들의 엽서는 하나도 허투르 쓴 것이 없었고 모두 개성있고 솔직했으며 정성이 담겨 있었다.  아티스트들의 작품으로 여겨도 좋을 만한 세련되고 감각적인 엽서들을 보며 내내 즐거웠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세상 사람들이 말한 비밀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그들의 비밀은 정말 특별하지도 정말 남다르지도 않았다.(모두 그랬다는 것은 거짓말일테고 게 중에는 정말 쇼킹한 비밀들도 있었다.) 내가 갖고 있는 비밀이기도 했으며 내 친구가 은밀히 털어놓은 비밀 중에 하나였으니 말이다.  비밀 몇 가지를 들어보자면 계속 아기 돌보는 일을 하기 위해 주인집의 콘돔에 모두 바늘 구멍을 내 버렸다는 베이비시터, 어제 처녀성을 잃었다는 소녀의 고백 그리고 누군가를 향한 사랑의 고백들로 가득했다.  많고 많은 비밀들, 은밀한 그들의 고백을 들여다 보는 일도 즐거웠다.  그러나 그들이 털어놓은 비밀이라는 것이 모두 엇비슷하다는 것.  이것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피부색, 머리색, 눈동자 색깔처럼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로 닮은 고민과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은 넓은 바다 하나를 건너 있는 그들을 아주 가깝고 친숙하게 했다.

  이런 설화를 모두 기억할 것이다.  임금의 귀가 당나귀 귀로 변해버린 것을 안 신하는 그것을 누군가에게 말하지 못해 병이 날 지경에까지 이르고 결국 땅에 구덩이를 파 그 곳에 엎드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고 속시원히 외쳤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실제로 심리치료의 한 방식으로 상용되고 있기도 하다.  마음 속의 것들을 죄다 쏟아놓음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그것들과 절연하고 홀가분한 상태로 평정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이처럼 비밀이라는 것은 우리 안에서 무한히 밖으로 탈출하려 한다.  단지 그것을 억누르고 도망치지 못하도록 출구를 봉쇄해 버리는 것은 우리 자신이 아닐까?  무엇때문에 그것을 나만의 것으로 남겨두는지.  죄책감때문에?  수치스러워서?  자존심 때문에?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갇혀있는 비밀들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을게다.  그러나 어쩌면 비밀이라는 것은 말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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