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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직딩 틈나는 대로 떠나라
유상은 지음 / 미르북스 / 2008년 7월
평점 :
여름이다. 휴가다. 막연히 떠나고 싶고 또 행동으로 옮기기도 가장 좋은 때다. 그러나 슬픈 이름, 나는 직딩이다. 직장인의 비애를 꼽아보라면 틀림없이 여가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 높은 순위를 차지할게다. 정말 그렇다. 여행은 커녕 퇴근 후에 뭐하나 해보고 싶어도 그것마져 힘들다. 그런데 나같은 직딩을 위한 여행지침서라.... 직딩만을 위한 여행서적이 따로 나올 마당이라면, 아무래도 대한민국 직딩들이 여행을 하기 어려운 여건에 놓여있다는 말이리라. 왜 그럴까? 역시 이 책에서 짚어주듯 시간, 돈이 문제다. 그러면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어디 한 번 살펴볼까?
이번 여름, 필리핀으로 여행을 가려고 했었다. 아주 상세하게 계획했고 비행기표와 숙소 예약만 마치면 되는 찰나.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항공권 구입이 늦어지는 바람에 제대로 좌절됐다. 무엇보다 '정말 떠날 마음이 있는가?' 가 급선무인 것 같다. 그 다음이 시간, 그리고 그 다음이 여행경비가 아닐까 싶다. 직장인의 여행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틀림없이 불가능 한 것은 아니다. 떠나기로 마음 먹었으면 제대로 추진해야 하는데 그저 생각이나 계획에 그치기 십상이다. 그리고 휴가가 일 년 통틀어 2주 밖에 안된다는 불쌍한 대한민국 직딩으로서는 휴가기간을 여행에 올인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워크샵, 연수 등이 있기도 하고 지친 육신을 쉬게 하기에도 빠듯하니 말이다. 다음이 역시 경비. 국내여행이든 해외 여행이든 역시 무시 못 할 여행경비. 나야 해외여행을 갈때는 한 달 직장에서 봉사활동 한다치고 월급을 올인한다. 그런데 내 친구의 경우는 여행경비 마련 통장에 매 달 저축을 한단다. 여행 경비를 차곡차곡 모으는 일은 단순히 손쉬운 경비마련 뿐 아니라 여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물론 강한 동기유발을 가능케 하는게 아닐가 싶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새로이 안 사실. 남산타워에 가면 철망에 걸린 사랑의 자물쇠들을 보며 '아, 참 이쁘구나. 재미있고 기발한 발상이야' 하며 흡족해 했었는데 이탈리아 피렌체의 그것을 모방한 것이라니. 음~ 그렇다고 못마땅한 것은 아니고 단지 발원지, 최초의 것이 아니라는 것에 다소 기운 빠졌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 그것 역시 그 곳을 여행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되었을 것을 생각하니 한 사람이 보고 느끼는 것이 여러 사람들에게 새로운 것을 가져다주는 일이 여행이 아닌가 싶었다.
이 책은 여름 휴가 길에 차 안에서 읽은 책이다. '대한민국 직딩'을 위한 여행서적이라지만 저자가 대한민국 직딩이라는 점을 빼면 굳이 직딩을 위한 책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각 국의 여행Tip들을 제대로 안내한 꼼꼼한 책이었다. 여행을 하려는 어느 누구에게나 좋을 책이다. 당신이 학생이건, 백수건, 노년의 인생을 즐기려 하는 사람이건. 그리고 지금 당장만 들여다 볼 책이 아니라 두고 두고 그 때 그 때 볼 수 있을 책이었다. 또 설레임으로 들여다 볼 수 밖에 없는 사진 또한 훌륭했다. 몇 번이고 되뇌이게 만드는 책 '여기 꼭 가봐야지'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게 마치 그 곳을 여행하는 듯한 설레임과 가슴 두근거림을 느끼게 한 책이다. 그리고 여행지침서로도 훌륭했지만 지금 당장 떠날 처지가 못되는 불쌍한(?) 직딩들에게 대리만족의 경험을 주는 책이기도 했다. 아, 정말 나도 한 번 떠나볼까봐. 천천히 시작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