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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과 포용 - 불세출의 리더는 어떤 마인드를 품는가
하워드 가드너 지음, 송기동 옮김 / 북스넛 / 2006년 12월
평점 :
하워드 가드너. 낯익은 이름이다. 7가지 다중지능이론때문에 대학시절 귀에 딱지가 않도록 들었던 바로 그 분이시다. 이 책을 읽은 이유 역시 하워드 가드너라는 그의 이름때문이었다. 사실 리더쉽 같은 것을 다룬 자기계발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이 책은 '리더쉽 기르기' 가 아니라 리더쉽의 개념을 이해하고 그들의 특성에 대해 밝히는 책이다. 말하자면, 학술서적에 가깝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학자의 이론을 주창하는 학술서적이라면.... 반드시(?) 어렵다. 아니, 아주 드물게 쉬 읽히는 책을 찾게 된다. 이 책을 처음 들고 가슴을 무겁게 하는 두께의 압박이란.... 감히 하워드 가드너의 이름만으로 책을 선택했던 그 배포는 어디 갔는지 슬금슬금 겁이 났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이야말로 학술서적에서 드물게 볼 수 있는 바로 그 책이었다. 모든 글들을 접하며 늘 곱씹는 생각이지만, 가독성이 높은 글이야말로 진정 설득력 있는 글인 듯 싶다.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한 치도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서적은 그의 이론이나 말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무언가 어마어마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데서 오는 이질감을 번번히 느끼기 십상이다. 그러나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말하는 것,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기술할 수 있는 능력 또한 그가 주창하는 이론만큼이나 중요한게 아닐까 싶다. 제 아무리 뛰어난 학설이고 이론이라한들 그것을 대중에게 설파하지 못하면 혼잣말에 지나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완벽에 가까웠던 것 같다. 그리고 하워드 가드너라는 인물이 왜 사람들을 움직이는 매력적인 학자인지 알 것 같다. 그럼, 칭찬은 이만 각설하고.
하워드 가드너는 리더쉽에 대한 통념에서 깨어나길 원했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기 전 리더라는 자는 어떤 무리를 이끄는자, 행동을 유도해내는 자 정도로 생각해 왔다. 말하자면 정치가, 장군, 혁명가.... 정도로? 그런데 이 책은 리더를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준 책이다. 하워드 가드너는 직접적인 리더와 간접적인 리더로 구분하여 보았다. 예술가와 같이 조용히 대중들을 이끄는 자들 또한 리더들이며 이들을 간접적인 리더로 말하고 있다. 그의 말대로라면 내 생각에는 하워드 가드너 역시 간접적인 리더가 아닐까 싶다. 역시 시각이 달라지면 판단도, 규명도, 정의도 달라지는 것 같다. 가드너는 리더쉽이라는 것을 (통상적으로 우리가 이해하고 있듯) 행위의 측면에서만 볼 것이냐, 내면의 움직임에서까지 찾아볼 것이냐에 의문을 제기하고 왜 그러한지 말해주고 있다. 11명의 유명한 리더들의 예를 통해.
리더는 그의 개인적인 자질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 시대가 바라는 인물이나 가치를 흡족시킬 시 제대로 평가 받게 되는 것 같다. 아무리 깨어있는 사고를 가진 자라 할지라도 대중과 무리를 설득시키지 못하면 그저 '고집스러운 사람' 에 지나지 않으니 말이다. 역시 설득이다. 설득력 있는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 그로 더불어 행동까지 움직이게 한다는 사실. 너무나도 뻔하지만 한 편으로는 너무나도 어려운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에서 다룬 11명의 일상사들, 그들의 리더로서의 특성에 대해 기술한 것들은 참 호기심이 일었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업적등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가 어떤 일을 한 사람이며 당대에 어떤 인물로 평가되고 주목받아 왔는지를 알아가는 것이 참 재미있었다. 리더쉽의 개념 정립도 그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겠지만 이 책에서 다룬 11명의 인물을 파헤칠 수 있다는 점 또한 매력이 아닐까 싶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나는 명쾌하고 정확하게 의견을 피력하되 글을 쉽게 쓰는 사람을 좋아한다. 어쩌면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이 오늘날까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게 된다는 그의 언변이 한몫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과 같은 학자의 이미지를 깨뜨리고 대중 속으로 스미는 글을 쓰는 듯 하다. 내친김에 그의 다른 저서까지 읽어보고 싶다. 하워드 가드너, 쌩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