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치의 기술
카네스 로드 지음, 이수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먼저 내 눈길을 잡아 끈 것은 이 책의 표지였다.  워싱턴 DC에 있다는 링컨 대통령 동상 때문이었다.  표지때문에 책을 선택하는 일은 참 드문 일이다.  그런데 이 책이 그 드문 경우의 하나였다.  사실 나는 정치에 대해 잘 모르고 그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나는 정치에 무지하고 무관심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러나 간혹 내가 모르는 분야나 등한시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알고싶어 일부러 그에 관한 책을 읽곤 할 때가 있다.  이 책이 꼭 그러했다.  과연 통치자는, 리더라는 자들은 어떠해야 하는지 궁금했다.

  역시 단순히 호기심으로 이 책을 읽는 것은 무리였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도 읽어보지 못했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었다.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읽기에는 많이 버거웠던 책이다.  내가 알고 있었던 것이라곤 책 표지에 앉아 있는 사람이 링컨이라는 것과 그의 업적에 대한 일부가 전부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언제 한 번 읽어보고 싶다.  이 책에서 적절히 인용하고 있는 구절들은 상당히 쉽고 정갈하게 기술되어 있었다.  

  이 책은 오래전 마키아벨리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존재할 성 싶을 정도로 그 이론들이 현시대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으며 맞아들어가는지를 설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책의 서론이었는데 가장 이해하기 쉬웠던 것 역시 서론이었다.  이 책의 기술의도를 명백하게 밝히고 있었고 미대통령들의 전례와 과업들을 돌아보며 리더의 자질이나 형태를 조명하려 했다는 시도 자체가 신선했다.  그러나 역시 미정권(이 책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정치제도에 대해 충분한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서론에서 명명백백하게 밝힌 취지와 의도를 얻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솔직히 애시당초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하기를 기대하지도 않았다.  단지 이 분야에 대해 정치나 리더의 통치술에 대해 접해보는 것을 목적으로 했던 책이니 말이다.  

  역시 바른 리더는 쉽지 않다.  소신.  소위 말하는 줏대도 있어야 하고 군중의 목소리를 들을 줄도 알아야 하고 그것을 위한 추진력도 필요하다.  먼저 비전과 목표를 확실히 설립하고 현시하고 국민과 정치권자들 또 엘리트들(이 책에서 말하는 권력을 가진 지적 그룹)을 설득하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적시적소에서 발휘되어야하고 정확히 조화를 이루도록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나의 신념과 확신 하나만 부여잡은 채 밀어붙이다보면 어느새 그것은 독재가 되어 있기도 하니 말이다.  그렇다고 군중의 목소리와 국민이 원하는 바를 대행하는 일만 하다보면 어느새 군중의 손에 움직이는 마리오네뜨가 되어버리니 말이다.  국가의 존망 역시 이 리더들의 손에 달려 있다니 얼마나 힘든 보직인지는 더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새대통령이 당선되어 대통령직을 수행하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다.  정권이 교체되면서 다시 말해 새로운 대통령이 세워짐과 동시에 국민은 새로운 기대를 한다.  전과는 달라주길, 제대로 일해주길....  가만히 한 번 생각해보면 역대 대통령 중에서도 칭찬 받은 대통령은 없었던 것 같다.  흔히들 '앞장서는 자는 잘해봐야 본전이다', '리더는 잘하든 못하든 욕 먹는다' 라고 하곤 한다.  그러나 통치자와 국민 사이의 갭을 좁히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또 현정계에 팽배한 국민들의 불신도 한 몫하고 있는 듯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리더들의 약속 불이행, 부정부패, 권력남용으로 인해 신뢰는 바닥에 떨어지고 있다.  오히려 정치는 무궁화 뺏지를 단 사람들의 소관이 아닌가 하며 방관하는 국민들만 늘어날 뿐이다.  그렇다면 먼저 리더는 신임할 수 있는 자여야 할 것이고 국민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자여야 할 것이다.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감언이설로 꼬득여서는 안 될 것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대통령과 리더들에게 말하고 싶다.  (앞서 말한 리더라는 범주 안에서는 직장을 위해 일하는 주임급 직원 역시 포함 될 것이다.) 명예와 권위를 가지려 리더가 되었는지 진정으로 앞장서서 이끌기 위해 리더가 된 것인지를 자문해 보라고 말이다.  자신의 소임과 목표와 비젼을 분명히 하고 신임할 수 있는 자라면 리더로서의 의무도 충실히 이행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정치제도나 군주의 자세에 대해서는 물론 리더쉽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를 주었던 것 같다.  또 기회가 된다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어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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