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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레르 2 - 군주의 자리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9월
평점 :
지난 여름 <테메레르 1>을 읽고 사랑스러운 테메레르와 로렌스에게 푹 빠져 학수고대 하고 뒷 이야기를 기다렸다. 그리 오래지 않아 <테메레르 1>의 여흥이 채가시기도 전에 <테메메르 2>가 나와주어 참 반가웠다. 일전에도 말한 바, 나는 판타지라고는 읽어 본 일이 적다. 사실 그간 판타지라는 장르를 좋아하지 않았는 것이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물론 아직도 판타지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테메레르>는 내게 판타지의 매력과 참 면모를 각인시킨 소설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 얇지 않은 두께의 책이지만 책장이 어떻게 넘어가는지 모르게 빠져드는 것 또한 판타지의 매력인 것 같다.
그런데 왜 판타지를 좋아하지 않냐고? 대답은 간단하다.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온갖 현란한 것으로 독자를 사로잡아 미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테메레르>에 열광하느냐고? 글쎄.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음.... <테메레르>는 판타지가 안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점을 극복했기에 그런게 아닐까. 비현실성을 탈피하고 지극히 현실적인 공간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실제했던 역사적인 전장 속에 용들을 투입하므로 리얼리티를 살렸다. <테메레르>를 읽으면서 나는 용이 실존했으리라는 망상에 빠지곤 하니까 말이다. 이런 망상에 빠지는 것은 비단 나뿐만 아닐 것이다. 실제로 눈 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을 보는 듯한 묘사는 그것에 사실적인 형태를 부여하기까지 한다. 또한 마법을 갖고 있고 어딘가 범상치 않은 등장인물이 등장하는 여느 판타지와 달리 우리와 다를 것 없는 한 인간인 로렌스와 감정을 느끼고 생각하고 말하는 인간스러운(?) 테메레르를 등장시켜 독자에게 친숙함을 안겨주고 있다. 이것이 내가 테메레르를 사랑하는 이유다.
<테메레르 1>이 테메레르와 로렌스와 만남, 용들의 세상을 펼쳐보였는가 하면 <테메레르2>는 테메레르의 혈통찾기와 출생의 비밀에 관해 파헤치고 있다. '용'하면 동양적인 느낌이 물씬 난다. 여의주를 입에 물고 승천하는 용 그림은 누구나 한 번 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용에 대한 가치평가 역시 동양이 압도적이다. 빤딱한 가죽재킷을 입은 어깨형님들의 벗은 몸 위에는 대개 용 한 마리씩이 누워 있다. 그러나 서양인들의 몸에 새겨진 타투는 대개 변형된 십자가, 해골, 이니셜 따위일 뿐 그들에게서 용을 발견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처럼 용은 지극히 신비롭고 영험한 상상 속 동물로 유독 동양에서 제값을 치르고 있다. 그런 <테메레르>가 용의 본고장 중국으로 날아간다. 그러나 중국으로의 여정이 다소 긴 듯 해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그리고 둘리같던 '테메레르' 에게서 어른스러운 감정이 싹트는 것이 조금 낯설기도 했다. 나는 왜 굳이 테메레르를 피터팬 증후군에 걸린 용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것일까? 음.... 그 거대한 몸집의 테메레르에게 처음 가졌던 모성애를 계속 쏟아붓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관계란 어떠한 것일까? 어떤 대상과 대상을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묶인 그것. 테메레르와 로렌스의 우정관계, 테메레르와 어머니 용의 혈연관계, 테메레르와 또 다른 용의 연인관계. 결국 우리는 뿌리냐, 정이냐를 놓고 갈등하게 된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라는 말도 있잖는가? 음, 쉬운 예를 찾아보면 제 부모를 기억하지 못하는 입양아가 성인이 되어 친부모를 만나고 하염없는 눈물을 쏟아놓는 데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은 나를 존재케 한 대상에 대해 무한한 그리움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물론 테메레르는 인간이 아니라 용이 아니냐 하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이야기 속 용은 틀림없이 인성을 가지고 있는 의인화된 용인 것을 생각해 보자면 억지가 아닐 것이다. 인간의 내면에는 혈연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기본적인 의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볼 때, '테메레르가 로렌스를 택함'은 역시 감동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후속작은 대개 속편과 비교되기 마련이다. 무의식중에 그러하기도 하고 일부러 그런 비교를 즐기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테메레르 2>는 1편에 비해서는 덜 스펙터클했고 스토리가 늘어졌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뒤 이을 후속작을 포기해버릴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테메레르 3> 을 기다리려 한다.
끝으로, 이것이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혜성같이 등장한 신인은 갑작스러운 스포트라이트와 각계각층의 큰 사랑을 받게 된다. 그러나 그 이면에 숨은 부담 또한 숨길 수 없을 것이다. 나오미 노빅은 <테메레르> 로 이미 성공했다. 그녀의 이어질 테메레르 시리즈들과 다른 이야기들 또한 전과 같이 독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