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과 만나다 - 시와창작 동인지 4
임윤식 외 지음 / 책나무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시창' 이라는 동인지의 시집으로는 <눈물도 안난다> 에 이어 두 번째이다.  그 시집을 읽고서 가장 먼저 든 느낌이 '진실한 시들이구나' 싶었다.  한 사람의 시를 소개한 개인시집이 아니라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쓴 시들이 담긴 동인지라서 더 그랬을까?  그리고 두 번째로 받아든 이 시집 <초록과 만나다>  표지에서 풍기는 연초록의 싱그러움과 오순도순 모여 앉은 꽃잎들의 모습을 오래토록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시집 <초록과 만나다> 는 표제만큼이나 푸르다.  책장을 펼쳐놓고 한 숨 들이 마시면 여기 이 푸르름이 죄다 내 것이 될 것 같다.  꽃이 만개하기 전 새싹처럼, 잎사귀들이 조랑조랑 달리어 흔들리기 전 덜 자란 어린 잎사귀같이 푸르다.  동인지라 하여 (소위 말하는) 아마추어들이려니 했더니 어랍쇼?  모두 프로다.  익을대로 익어 지금 당장 탈곡을 해도 아쉬울 게 없을 그 네들이, 내 이름 박아 시집을 낼 수도 있는 그 네들이 무엇하러 동인이라는 이름 아래 함께 시를 낼까?  이들은 봄을 기억하는 여름이고, 여름을 기억하는 가을이다.  또 가을을 기억하는 겨울이 되겠지.  모든 것이 태동하는 그 봄의 연초록을 사계절 내내 간직할 작정이다.  초심을 잃지 않고 젊음을 기억하려 '시' 아래 모여앉은 사람들의 우정어린 마음이 아니고 무엇이 겠는가.  나는 그래서 동인지가 좋다.  그들의 싱싱한 초록빛 숨결이 좋다.     

 

  <초록을 만나다>는 시와 산문이 어우려져 읽는 맛이 좋았다.  53인의 시와 산문의 주인공은 우리다.  내 사는 이야기, 네 사는 이야기.  우리 사는 이야기.  내 사는 이 땅, 네 사는 이 땅.  우리 사는 이 땅.  이렇듯 사는 이야기, 발 아래 땅 이야기를 하는 그들이 내심 부럽기도 했다.  시인이라는 허울이 있어야 시를 쓸 수 있는게 아니며 글쟁이라 불려지는 자만이 쓰는 특권을 누리는 것은 아닌 것을.   

 

  그렇다면 시는 무엇일까?  시는 '날숨' 이 아닐까.  하늘보고 땅보고 달보고 별보고 물보고 꽃보고 풀보고....  그것들과 쉼없이 조근조근 이야기 나누다 급기야 내 안에 삼켰다가 뱉어내는 숨 말이다.  시는 내 들이 마신 숨을 네게 뱉어내고 내 뱉어낸 숨을 네가 들이 마시며 소통하는 '호흡' 이다.   그 내뱉은 숨 고스란히 받아 마신 나의 폐는 어느새 시인의 그것이 되어 있다.  그러니 시를 읽으면 이토록 시가 쓰고 싶은가 보다.  들숨과 날숨이 사이좋게 드나들어야 살아간다.  마냥 들이키거나 뱉어내기만 한대서 살 수가 없듯이 시를 마시고 나면 응당 시를 뱉고 싶어지는가 보다.  아이가 잃지 말아야 할 것은 동심이요.  인간이 잃지 말아야 할 것은 시심이 아닐까.   연초록의 싱그러움을 고이 간직한 채 오순도순 모여 앉은 꽃잎이여,  그대들 안에 꿈틀대는 시심을 절대 재우지 마소.  항상 깨워 두소서.

 


물 한 모금 들이키고 
펜을 들었디마는
글자마다 방울방울
물방울이 걸렸네


담배 한 까치 꼬나물고
펜을 들었디마는
글자 우에 히끄무레
안개가 누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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