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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주신 눈물
이이지마 나츠키 지음, 임희선 옮김 / 이너북 / 2007년 7월
평점 :
이 책 <신이 주신 눈물>은 평택에서 대구로 내려오는 기차 안에서 읽었는데 오랫만에 눈물을 훌쩍이며 읽은 책이다. 때마침 장소가 기차안이라 연신 헛기침을 하며 남몰래 눈가를 훔치며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오래 전 박신양과 최진실이 주연했던 영화 <편지>가 떠올랐다. 그 영화를 보고도 참 많이 울었는데.... 그렇게 보니 닮은 구석이 많네. 불치병이라는 소재와 그리고 떠나는 자가 남는 자에게 남기는 편지.... 이 책은 암환자들의 이야기이며 역시 편지글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오오사와 타카오와 이토 미사키 주연의 영화 원작소설이라는데 우리나라에도 개봉했는지, 어떤 이름으로 개봉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신이 주신 눈물> 은 암 센터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다시말해,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이야기다. 책을 읽기전 작가소개를 보니 이 작가 이이지마 나츠키는 2002년 5월에 간암판정을 받아 2005년 2월 28일 사망했단다. 이 책은 그가 암을 앓고 있는 당시에 쓴 소설이라고 한다. 어떻게 죽음을 앞두고 죽음을 글로 쓸 수 있었을까? 참 담대한 사람이다. 어쩌면 그는 이 글을 통해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고 인생을 정리하는 기회로 삼지 않았을까. 그리고 작가는 프로 윈드서퍼였는데 이 책에서도 암에 걸린 요트선수의 모습을 담고 있다. 작가 소개나 책의 내용을 보았을때 이 작가는 일기를 쓰는 듯한 심정으로 쓰지 않았을까 싶었다. 아마 많은 눈물을 흘리며 쓰지 않았을까 싶다.
등장인물은 그리 많지 않다. 장래를 촉망받는 축구선수 유지, 축구 매니저 미호, 암센터 병동의 꼬마 아이짱, 편지센터'heaven'을 운영하는 준이치, 요트선수 노부, 암센터 의사 니노미야정도다. 유지와 노부. 그리고 유지를 향한 변함없는 마음의 미호, 어린 아이지만 작은 감동을 주는 아이짱, 모든 이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준이치, 암환자를 위한 의사 니노미야, 그리고 그의 진심어린 우정.... 이 모든 이야기는 준이치를 통해 말하고 있다. '~했습니다'하는 식의 경어체의 문장이 죽음 앞에서 왠지 숙연해지는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이야기는 준이치의 입을 빌어 하고 있기는 하지만 곳곳에 등장하는 편지를 통해 각 등장인물의 감정을 충분히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역시 편지란 어떤 시점이든 그 시점을 택함으로 갖게되는 문제를 완벽하게 커버해주는 소설 속 좋은 장치인 것 같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노부와 유지가 아닐까 싶다. 노부는 한 쪽 팔을 잃은 요트 선수이자 암도 여러차례 겪은 사람이다. 성격도 강인하고 어찌보면 거칠기까지한 그가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의외로 담담했다. 그 담담함이 오히려 더 큰 슬픔으로 다가왔다. 노부의 죽음만큼이나 가슴이 아팠던 건 노부를 향한 니노미야의 우정이었다. 노부만을 위한 'JPN3' 라는 약이나 그의 눈물에서는 정말 나도 눈물이 났다. 그리고 날카롭고 소위 말해, 까칠한 유지가 죽음으로 다가가며 혼자만으로 가득찼던 세상에서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과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이들의 모습을 통해 한 시 앞을 모르는 우리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의문을 던져주고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지금 당장 감사의 마음을 전하라고 말하는 책이다. 그리고 (현재까지로는) 건강한 육신이 참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감동적이다. 그리고 교훈적이기도 하다. 죽음의 기로에 선 사람들에게는 노부의 모습을, 그리고 완치를 향해가는 사람들에게는 유지의 모습을,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에게는 위로를 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가?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삶과 죽음의 얇팍한 경계를 두고, 나는 지금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살아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말해주는 한 편의 지도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