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메레르. 이 소설은 '용'이 등장하는 판타지소설이다. 나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판타지나 무협소설는 별로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대개가 그렇듯 과장되고 철인과 같은 영웅이 등장한다. 더불어 나는 전쟁영화나 소설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어떤 이유가 있기 보다니 전쟁이라는 자체가 내겐 다지 매력적인 소재가 아닐 뿐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용이 등장하는 판타지이고 전쟁이 배경이다. 우스개 소리로 이런 말을 하지? 여자는 군대이야기와 축구이야기를 싫어한다고.(물론 요즘은 틀리지만 말이다) 그리고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는 더더욱 싫어한다고. 하하. 내게는 이 책이 딱 그런 셈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달랐다. 이게 중요한거겠지? 그러면 테메레르를 만나러 가보자. 그리고 책의 앞, 뒤 표지 그리고 속지에는 2페이지에 걸쳐 이 작품 <테메레르>에 대한 각 계 인사들의 찬사가 담겨있었다. 정말 이들의 찬사대로라면, 이 작품은 정말 엄청난 것이겠구나 기대하며 이야기를 읽어내려갔다. 이 소설은 판타지이긴 하지만 참 실감나고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용은 인간의 상상이 만들어 낸 동물이다. 그렇다면 뭔가 용에 대해 어설픈 묘사로 어색하지 않을까 싶었다. 게다가 용이 의인화되어 표현되었다니. 나는 이 책을 읽기전에 적잖이 유치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책장을 몇 장만 넘기고서는 그런 생각은 싹 사라졌다. 유치하지도 어색하지도 않았고 단지 너무 재미있어 정신없이 읽었다는 것이다. 용을 마치 동물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동물인 마냥 친근하게 그렸고 상당히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폴레옹시대의 프랑스와 영국과의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당시의 전쟁에 정말 용이 참전한게 아니까 하고 생각될 정도로 실감나게 표현되어 있었다. 프랑스와 영국의 해전에서 프랑스는 패하게 되고 영국은 그들의 선박에서 전리품을 얻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해군들의 모습도 참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었다. 해군에 대해 자세하게 아는 바는 없지만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모두 해군 자녀들이고 그들을 통해 듣고 보는 바로는 한국의 해군 역시 비슷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테메레르가 알에서 깨어나면서부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내가 갖고 있는 '용'의 모습은 위엄, 신비, 권위, 강인함 그 자체다. 여의주를 입에 물고 하늘로 승천하는 용의 모습을 생각했다. 그런데 이야기 속 아기 테메레르는 얼마나 귀여운지 사랑스럽기까지 했다. 마치 쫄랑거리는 한 마리의 강아지와 같이. 그리고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로렌스와 테메레르의 우정이다. 그 우정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로렌스와 테메레르의 모습은 쌩 떽쥐베리의 <어린왕자> 중에서 어린왕자와 여우가 만남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서로를 길들이는 로렌스와 테메레르. 그들은 그렇게 너의 나와 나의 너가 된다. 이 이야기에서는 사람뿐만 아니라 용도 인격(?)을 가지고 있다. 슬퍼하기도 하고 화내기고 하고 즐거워하기도 하고.... 용을 얼마나 매력적으로 묘사했는지 '나도 테메레르와 같은 용 한 마리 길러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용들의 성격과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잘 묘사되어 있었고 각자가 가진 성격 또한,짧지 않은 이야기 중에 일관성있게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로렌스는 멋진 인품은 이 이야기를 더 훌륭하게 만든 것 같다. 책 장을 얼마 넘기지 않아, 나 역시 이 작품을 찬양하는(?) 무리의 대열에 가세하게 되었다. 용이 등장하지만 전혀 유치하지 않았고 전쟁영화에서 볼 수 있는 잔인함과 피폐함보다는 오히려 스릴감있는 모습이 흥미진진했다. 이 책은 6부작이란다. 이것은 그 첫번째이다. 후기작이 기다려질 정도로 재미있었다. 그런데 이 소설이 이 작가의 데뷔작이고 이때까지는 문학과 상관이 없는 컴퓨터 관련일에 종사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매력적인 이야기를 쓸 수 있는것인지. 그런걸 보면 글쟁이는 타고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피터잭슨 감독이 차기 영화로 선택했다지? 내가 감독이라도 욕심낼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동안도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했다. 그리고 나오미 노빅은 참 착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이야기 곳곳에 일부러 만들어 낸 것 같지 않은 따스함이 깃들어 있는 듯 했기 때문이다. 정말 오랫만에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 테메레르. 이만하면 다음 편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