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 - 작가정신 소설향 5 작가정신 소설향 23
배수아 지음 / 작가정신 / 199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내게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몇 권의 책을 고르고 담는 과정에서 우연히 이 책을 보게 되었는데 김탁환씨의 평론이 보란듯이 적혀 있었다.  김탁환씨가 평론했다는 이유만으로 이 책을 선택하리만치 그의 열렬한 독자라고 할 수도 없다.  여하튼, 나는 '김탁환' 이라는 이름을 발견했다는 이유에 적지 않은 비중을 실었고 이 책을 읽기로 하고, 구입했고, 받았고, 읽었다.  그런데 완전 뒷통수를 맞은 듯한 기분은 김탁환이라고 버젓이 적혀있던 인터넷 서점의 책소개의 글은 엉터리였다.  김탁환이 아니고 박철화다.  어떻게 박철화가 김탁환이 되어 앉아있는지 모르겠다.  이전에 나는 단 한 번도 작품의 평론가를 보고 작품을 선택한 적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부터가 뭔가 석연치 않은 잘못된 만남이 아니었나 싶다.    
     
  일본 인형같은, 아니면 전설의 고향 촬영을 마친 듯한 배수아의 약간 섬찟하기까지한 흑백사진이 한 면에 실려있다.  이토록 크게 작가의 사진이 실릴 이유는 무엇이지?  사진을 지나 책장을 넘겼다.  <철수>  철수와 영희에서 만난 친근하고 쉬운 철수를 기대했다.  큰 오산이었다.  아니, 큰 오해였다.  철수를 몰랐기 때문이 아니라 배수아를 몰랐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 책은 내가 읽은 배수아의 작품으로 처음이다.  또한, 마지막이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읽고나서 이리도 모를 느낌의 책은 처음이다.  가장 분명한 하나는 뭔가 명확하지 못한 불안하고 불편한 감정이 내 안에 생겼다는 것이다.  솔직히 이 책에 관해 무어를 어떻게 써야할지 모를 느낌이다.  두 손 부 발 다 들고 나는 완전 모르겠소이다!     
 
   <철수>는 어둡다.  뭔가 표출되지 않은 분노와 고민이 그득하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침침하다.  일본으로 청소용역을 떠나는 오빠, 알콜중독자 엄마, 감옥에 갇혀 가족들이 독이 묻은 편지지에 편지를 써주기를 바라는 아빠.  담담하고 무표정한 화자 그리고 그녀의 남자친구 철수.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슬픔과 고통, 권태로 찬 처연한 현실이다가 어느 순간 모든 것은 환각이 된다.  어디서부터가 환각이며 현실인지.     
 
  나는 작가만의 도식에 사로잡힌 듯한 글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이 책이 딱 그러하다.  그러면서도 배수아의 작품은 더 읽어보고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무슨 아이러니한 일인 것인지.  아무튼 나는 몇 작품을 더 읽어 볼테다.  이 모를 작가와 그녀의 작품세계를 좀 더 들여다보고 싶다 해야할까?  이 작품만 이런 것인지 아니면 모조리 이리도 난해난 모습의 글들인지.  따지고 보면 난해할 것도 없는 글인데 왜 이리 혼란스러운 것일까?  배수아는 단지 친절하지 못한 작가일 뿐인 것인지 아니면 겉멋만 잔뜩 들린 작가인 것인지.  친절하지 못한 작가라는 것은 그녀의 다른 작품을 읽는다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듯 하다.  음....  그건 그렇다손치더라도 겉멋들린 작가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섣부르지 않냐고?  솔직히....  잔뜩 폼잡아 쓴 듯한 느낌을 여러군데서 느꼈는데 억지로 결부시킨 듯한 알지못할 말들(뭔가 심상찮은 느낌의 말들)이나 난해하고 모호한 표현을 즐기는 듯 했다.  어쩌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배배꼬인 말투도 그녀에게 혐의를 두는 내가 유죄일지도.  아무튼 나는 배수아라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판단은 일단 유보해야겠다. 
  

  "날 태워봐.  기름을 바르고 내 몸에 불 붙여봐...."
   마녀처럼 날 화형시켜봐.  쓰레기 봉지로 날 포장해서 소각로 속으로 집어던져봐. 
   나는 다이옥신이 되어 너의 폐 속으로 들어간다. 
   내 얼굴을 면도칼로 가볍게 긋고 스며나오는 피를 빨아봐. 
   고양이처럼 그 맛을 즐겨봐.  그래서 나는 피투성이가 되고 싶어.

               -  이 글은 책의 뒷통수에 새겨진 글귀다.
                   난 뭔소린지 모르겠다, 아주 몰라.  전혀 몰라....
                   누구 배수아씨의 지인되는 분이나
                   그녀의 작품을 섭렵한 분 있으시면
                   이 여자, 배수아에 대해 말 좀 해주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