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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로 날아간 아기벌
이슬기 지음 / 상서각(책동네) / 2004년 5월
평점 :
표지부터나 제목부터나 참 어여쁜 창작동화다. 이 책은 작가의 머리말도 동화만큼이나 인상적이었다. 동화를 쓸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말.... 작가의 말에서 느껴지는 행복이 내게도 전해지는 것 같았다. 나 역시 이 분이 행복으로 쓴 동화를 행복하게 읽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그러하다. 20년 이상의 세월을 한결같이 동화를 지어내고 계신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이 동화책은 외제 밥솥, 산에 오르던 날, 아기 부엉이, 황금 보리, 교실로 날아간 아기벌, 신기료장수와 임금님. 이렇게 6편이다. 역시 동화책이나 그림책의 예쁜 삽화는 책을 몇 배나 더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 그 때문에 읽는 내내 즐겁기도 했고.
'외제 밥솥'은 동화지만 신랄하다. 나 역시 '가전제품과 필기구는 일제' 라는 말을 하듯 우리는 외제에 익숙해져 있다. 작가는 맹목적인 외제사랑을 지적하고 있다. 외제라면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는 영민이의 엄마를 통해 국산품 애용에 대해 메세지를 전한다. 약국에 가서까지 외제약을 찾는 영민이 엄마의 모습에 피식 웃기도 했지만 막무가내 외제를 선호하는 우리네의 씁쓸한 뒷모습이 아닐 수 없다.
'산에 오르던 날'은 장애인들의 등산을 담고 있는데 어려운 한 걸음으로 정상을 딛었을 때 느껴지는 황홀함과 자신감을 그려냄으로써 무엇에든 희망과 자신감으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불러 일으키는 동화였다.
'아기 부엉이'는 나름 반전동화다. 아기 부엉이가 앉아있는 나무를 타고 오르던 윤철이의 개구진 모습과 아기 부엉이를 사랑하는 윤철이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자연을 사랑하고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길러주는 예쁜 이야기였다.
'황금 보리'는 전래동화와 같은 느낌의 동화였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서로 돕고 살아야 함은 물론 '착한 사람은 복을, 나쁜 사람은 벌을' 이라는 권선징악이 분명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가장 동화적인 요소가 잘 살아있는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교실로 날아간 아기벌'은 표제로 사용된 동화인데, 참 예쁜 내용의 동화다. 이 이야기의 화자는 벌이다. 벌이 교실로 들어가 보게 되는 교실 풍경, 그리고 자신을 잡으려는 아이들의 소란과 만류하는 선생님. 이 야기는 우리 교실이 모습과도 너무 닮았다. 이야기 속 선생님은 나를 꼭 닮았다. 그래서 더욱 공감하며 읽은 이야기다. 실제, 우리 교실에서도 벌 아니라 모기, 파리 한 마리라도 들어올랍시면 아이들은 일제히 파브르처럼 오로지 곤충에 정신을 빼앗긴다. 요맘때의 아이들이 살아 움직이는 생물에 관심을 갖는 것이 당연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내가 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살려주어라. 쟤네 가족들이 지금 쟤를 얼마나 찾고 있겠니. 울면서 찾고 있을지도 몰라" 이 말이면 아이들은 살려주기로 마음 먹는다. 작가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여서인지 경험에서 비롯된 일화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기료장수와 임금님'은 역지사지를 가르친다. 이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입장바꿔 생각해봐'이다. 임금님이 가장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던 신기료 장수의 말을 들은 지혜로운 임금님은 신기료장수도 모르게 임금의 자리를 경험하게 한다. 결국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닳은 신기료 장수는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며 살아간다는 이야기다.
세련된 주인공이 등장해 휘황찬란하고 드라마컬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소설과는 다르지만 동화는 분명 지혜를 가르쳐주며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예쁜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것 같다. 동화가 어린이에게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어른 역시 가끔 동화를 통해 마음밭을 촉촉히 해 주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나중에 시집가서 내 아이를 낳으면 꼭 함께 읽고픈 동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