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365일 - 미루의 좌충우돌 1년 나기
강상구 지음 / 브리즈(토네이도)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2007년 4월 1일 난생 처음으로 '이모' 라고 불려질 수 있는 첫 조카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어찌하다보니 2007년 2월 20일부터 나는 언니네 집에 살게 되었는데 그 때문에 만삭이 된 언니의 배를 보고 '터지지나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고 뱃 속에서 꼼지락거리는 햇살이(조카의 태명)를 느낄 수 있었다.  언제가 출산일이 될지 내심 노심초사하기도 했던 것이다.  그런 조카가 내일 백일잔치를 앞두게 되었다.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순전히 조카 때문이다.  내 배 아파 낳은 내 새끼도 아니고 조카 하나 얻었다고 육아책을 본다는건 여간 오지랖 넓은 이모가 아니고서야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한 지붕아래 조카와 함께 산다면 '그럴 수도 있겠군' 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강상구씨와 주현숙씨 사이에서 태어난 '강미루' 라는 남자아이의 출생에서부터 1년간의 과정을 아빠 강상구씨의 일기로 담은 책이다.  나는 이 책이 조카를 보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지침서인줄 알았다.  그리고 그렇기를 바랬다.  그런데 이 책은 한 편의 에세이다.  미루의 모습을 보며 준성이(조카이름)의 생활모습을 생각하게 되었고 미루 아빠 엄마를 보면서 형부와 언니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그리고 느낀 점, '역시 육아는 어느가정이나 시끌벅적하구나, 좌충우돌이구나' 하는 생각? ^^
 
  이 책의 미루아빠 강상구씨는 육아의 과정에 전적으로 동참하기 위해 육아휴직을 낸 사람이다.  그야말로 아기를 둔 모든 엄마의 로망이자 백마탕 왕자인 셈이다.  나는 먼저 육아휴직의 의무화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책에서도 강상구씨는 '육아휴직을 의무화하거나 제도화 하는 것' 에 대해 살며시 의견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은 옛날과 틀리다.  여자는 그저 집안 일 잘하고 남편 뒷바라지에 애 잘 키워내면 그 뿐인 세상이 아니다.  그렇지만 '육아휴직을 의무화' 하는 것에 있어서는 여러가지 고민이 뒤따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첫째, 육아휴직동안의 생계를 위한 돈벌이는 어떡할것인가?  물론 맞벌이 부부이고 한 사람이 육아휴직을 하게 되어도 다른 한 사람에게 일정 수입이 있다면 걱정스러울 것이 없다.  그렇지만 단 한 사람만이 가정의 수입을 조달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육아휴직은 그야말로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  따로 모아놓은 돈이 있지 않고서 1년이라는 육아휴직을 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아이를 막 낳아 기르기 시작하는 초년부부가 많은 돈을 모아놓았으리라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육아휴직의 의무화' 는 애 하나 키우기 위해 손가락 땟국물만 빨아먹고 강제로 놀아야 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치 불법체류자들이 우리나라에서 숨어서 일하고 있는 것처럼 육아휴직을 당한(?) 가장은 이리저리 전전긍긍하며 일용직이라도 감당해야만 할 것이다.  결국 충분한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의무화는 멀쩡한 직장을 버려두고 하루하루 벌어 쓰게 되는, 그야말로 고생길을 어찌할 수 없이 떠안아야 될지도 모른다.  만약 이런 경우라면 육아휴직을 하게 된 자에게 국가는 일정금액을 보조해주어 전적으로 육아휴직의 기간을 육아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둘째, 육아휴직의 기간을 악용하는 일 또한 벌어질 것이다.  쉽게 말해, 육아휴직을 얻어놓고 육아나 가정을 돌아보기는 커녕 낚시나 등산으로 휴직기간을 허비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의 경우는 육아휴직 보조금이 지원되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여전히 문제로 남게 된다.  그렇다면 육아휴직 기간동안 휴직대상자들을 위한 국가차원의 관리가 있어야 한다.  육아에 대한 강연회라던가 관할구청에서 육아휴직자들의 모임이 정기적으로 있어 '나는 지금 피곤한 몸 쉬이며 한 번 놀아보자고 휴직중이 아니다' 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자각하고 가정에 참여하도록 해야할 것이다.  역시 이런 부분들이 잘 갖추어진 채 '육아휴직의 의무화' 가 도입된다면 그야말로 육아에 지친 많은 주부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것이다.  육아책을 읽고 육아에 대한 제도적 제도를 고찰해본다는 것은 어쩐지 어울리지 않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다.  나는 강상구씨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함을 통해 한 개인의 개인적인 바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 진지하게 육아휴직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나서 나중에 자라서 미루가 이 책을 본다면 정말 아주 행복할꺼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자랄때만 해도 우리네 엄마들은 육아일기를 쓸 수 있을만큼 여유없이 살아왔다.  그래서 나의 아기적 이야기는 그저 입으로 전해들을 뿐이다.  그런데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어린시절의 한 부분을 이렇게 소상하게 기록해 놓은 책이 있다면 정말 즐거울 것이다.  육아일기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를 위한 일기이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 한 생명체가 기억해내지 못하는 부분을 기록한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이건 주선생님이(미루엄마) 타임캡슐에 임신테스트기며 미루에 관련된 모든 것을 모아두는 만큼 소중한 기록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결혼을 한다면 아이를 갖는다면 그 모든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그리고 육아서적은 역시 임신때나 아니면 아이를 갖기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의 현장은 전쟁이다.  그런데 그때 애키우기 책을 읽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육아서적은 절대적인 예습서적이다.  그런 면에서 볼때, 나는 약간 시기상조와 같은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언제나 나의 육아때를 위해서라면 참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책의 귀여운 삽화도 참 재미있었고 특히나 강상구씨의 즐거운 입담에 심심하지 않았다.  마치 미루키우기에 함께 동참한 느낌이 들기도 했으며 미루 또한 내 조카인 마냥 정이 들어버렸다.  미루가 건강하게 튼튼하게 잘 자라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귀여운 아기선배 미루가 자라가는 것처럼 우리 조카 준성이도 그 행로를 밟게 되겠지 싶으면서 돌까지의 과정이 순탄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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