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5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찬기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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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맨스를 좋아하세요? 라는 질문에 나의 대답은 항상 '아니요' 혹은 '별로' 이다.  로맨스 소설, 로맨스 코미디 영화, 그 밖에 남녀간의 사랑에 대해 구구절절이 적은 이야기 따위는 나에게 별 다른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 같다.  내가 이 장르를 기피하는 것일 수도 있고 그닥 끌리지 않아 멀리하는 것일수도 있고....  그런데.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항상 나에게 눈물을 쏟게한다.  몇 번을 읽어도 읽고 읽고 또 읽어도 항상 울 수 밖에 없다. 

  이 책을 L에게 주고 다시 한 번 읽어 보았다.  '좋아좋아'를 연발하며 베르테르를 찬양하며 준 책인데 완전 엑박스러운 기분을 느낀다면 곤란하니까. ㅋㅋ  마치 처음 보는 책을 대하듯 진지하게 읽었다.  베르테르를 모르는 듯 읽었다.  로테도, 알베르트도 모르는 듯 읽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출판사별, 가격별, 사이즈별....  아주 다양하게 나와서 서점의 책꽂이에 꽂혀있는데 내가 이 책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로테가 하인에게 건내 준 총에 베르테르가 입을 맞추는 장면' 에서 베르테르의 심정을 얼마나 잘 번역해두었나 하는 데 있다.  이 부분을 내가 가장 좋아하니까. ^^  표지도 예쁘고 사이즈도 적당하고 세련되게 편집된 책들에 속아선 안돼.  틀림없이 속을 훑어봐야 해.  책을 얇팍하게 만들려고 문장을 요약해서 내용을 댕강댕강 잘라버리지 않았는지 어색한 단어를 써서 소화불량이 될 위험은 없는지. 

  사람들은 잘 팔리는 고전문학을 가지고 사기치는 출판사가 있다는 것을 알까?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놀랄게다.  서점가에 몇 십권씩 줄줄이 나와있는데....  이 중 몇 몇 책들은 실제로 번역하지 않고 번역가의 이름을 적어두고 표지만 달리해서 편집만 달리해서 나온 책들도 있다는 사실이다.  다 그렇다고 말해서는 안되겠지.  적어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만은....  번역가 없는 책이 있다는거야.  이미 번역되어 있는 글을 그대로 옮기고 종결어미만 바꾸었거나 단어만 수정했거나 요약했거나....  출판사별 책의 수가 너무 방대해서 독자가 이런 것 쯤을 눈치채지 못한다는 것은 상당히 버르장머리없어.  글을 갖고 사기치는 사람들이 싫어.  이 번에 책을 고르면서 또 한 번 더러운 기분!  

  그건 그렇고, 이 책은 정말 위대하다!!  아니, 괴테가 위대해.  어떻게 인간의 심리를 이렇게 묘사할 수 있는거지?  어떻게 읽는 사람이 베르테르가 되지 않고는 로테가 되지 않고는 안되리만치 마음을 훔쳐가는 문장을 쓸 수 있는거지?  

  베르테르는 참 사랑스러운 사람이다.  그가 빌헬름에게 보내는 편지들은 가장 그답다.  한 남자 속의 섬세한 감성.  불타는 사랑마져도 너무나 사랑스러워.  나는 베르테르처럼 살아야지.  무얼봐도 마음으로 느끼는 사람처럼.  그런 체 하면서 살아갈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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