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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얼거리다
정영문 지음 / 이마고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그리 두껍지 않은 책. 두꺼운 하드표지의 책장을 넘기면 미농지에 작가의 해괴한(?) 사진이 있다.
'이 작가는 왜 이렇게 말하는 것일까?' '그런 것 같은, 그러면서 그렇지 않은, 그렇지 않으면서 그런, 그러기에 그런것 같은, 그렇지 않아서 그렇지 않은,' 한 두어페이지를 읽을 즈음엔 짜증이 났다. 그러다 읽으면 읽을수록 이런 해괴한 문장에 매료되었다. 어쩌면 삶이랑 그래. 그러면서 그렇지 않기도 하고 그렇지 않으면서 그렇기도 하고.... 정확하게 축약할 수 없고 정의내릴 수 없듯이.... 책을 덮고 나서야 책의 제목을 이해할 수 있었다. ...... 중얼거리다.
이 책은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 했다. 반신불구가 된 왕은 침대 위에서 단 한 번도 움직여 지지 않은 채 이야기가 이루어진다. 왕은 누가 있던 없던 혼자서 중얼거린다. 그가 중얼대는 그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다.
그의 문체는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을 때의 느낌 같다. 정영문, 이 사람의 글을 더 읽고 싶어졌다. 중얼 중얼.... 그치만 가볍게 여겨서는 안될 중얼거림들. 왕의 독백, 방백... 그러나 독자는 그 모든 장면을 알아챌 수 있다. 매력적인 글이야. 정영문의 책을 더 읽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