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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이 우리나라에 출간된지는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세 번이나 표지를 탈바꿈 해가며 아직까지 사랑받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작품이다. 내가 읽은 책은 그 첫번째 표지인데 그 상품은 없는 관계로 두 번째 표지의 책으로 서평을 쓴다. 내용은 다르지 않으니.
뭐 알게 모르게 꾸준한 독자들이 있어왔겠지만 이 책은 최근들어 읽은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영화와 함께 나란히 새 표지로 출판되었기 때문이다.
정말 기괴한 이야기다. 쥐스킨트답지 않은 글이라 깜짝 놀랬다. 쥐스킨트 답하고 할 것까지는 없겠는데 이전 <좀머씨 이야기> <콘트라베이스> 만 읽은 나로서는 놀라운 것도 이상할 일이 아니지. 앞서 말한 두 작품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니까.
후각에 관해서는 가히 천재로 칭송받을만한 그르누이. 그르누이가 발디니 앞에서 향수를 만들어 보이는 모습은 아, 정말 대단했다. 믿기 힘들 정도로 완벽하게 해내는 그의 천재적인 면모는 독자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아 후에 있을 그의 살인에 대해서도 관대해지게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발디니 앞에서 향수를 만들어 보이는 대목이 가장 재미있었다. 그런데 그르누이가 만든 향수에 모든 사람들이 미친듯이 열광하며 칭송하는 장면은 어쩐지 자연스럽지 못했고 우스꽝스러웠다.
향수. 확실히 사람의 기분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는 것이긴 하다. 가끔 향수를 사용하지만 나는 내 몸에서 좋은 향이 나도록 하기위해 사용하는 경우보다는 그 향기를 맡는 나 자신이 즐겁기 위해 뿌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몇 향수는 진짜 진짜 기분이 좋아진다. ^^ 그런데 향기로 정말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다수의 사람들을 사로잡는 일이 가능할까? 글쎄, 그르누이가 만들었다는 그 대단한 향수를 직접 맡아볼 수 없음이 안타까운 일이긴 하다. 이성을 끌수 있는 페로몬 향수라는 것도 있다지? 그런 것이 효과가 있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제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향수는 향기를 담은 물 이상의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이 소설에서 작가의 상상력은 정말 칭찬할 만하다. 어떻게 눈에 보이지 않는 '냄새' 라는 것을 소재로 글을 쓸 생각을 했을까? 이 책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은 천재적인 후각을 가진 그르누이가 아니라 향기와 같은 후각적인 개념의 것을 마치 시각적인 것처럼 능란하게 묘사하는 것이다. 후각에 국한된 냄새를 다감각적으로 끌어들이다니.
책을 읽는 내내 드는 의문이, 이것을 과연 어떻게 연기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영화가 궁금하다. 사실 개봉 당시부터 영화는 그리 끌리지 않았다. 그런데 대체 영화에서는 그르누이의 기상천외함을 어떻게 담았을지 궁금하다. 영화를 한 번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