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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카타야마 쿄이치 지음, 안중식 옮김 / 지식여행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책보다는 영화를 봤었다. 그것도 우연히.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보고 싶었던 영화가 아니었다. 그 날 함께 영화를 보러 간 대다수가 이걸 보자고 해서 봤던 영화. 영화도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틀림없이 졸거나 잔 일은 없는데 이렇게 기억이 안날 수가 없다. 영화를 보고 나서의 느낌은 '별루다' 'OST가 좋구나' 정도? 그런데 그렇게도 별 감동이 없는 이 작품을 다시 책으로 본데는 이유가 있다. 얼마전 <만약 내가 그 곳에 있었다면> 이라는 책을 참 인상깊게 읽었다. 근데 그 작가에게 유명세를 안겨준 책이 바로 이 책이란다. 내가 감동적으로 보았던 <만약 내가 그 곳에 있었다면> 을 쓴 작가의 작품이기 때문에 이 책을 읽었다. 그러나 역시 사랑이야기는.... 더더군다나 이런 사랑이야기는 너무 진부하다.
이 작가의 이 책을 <만약 내가 그 곳에 있었다면> 보다 먼저 읽었다면.... 아마 이 작가의 다른 책을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는 이 책을 나중 읽었음은 참 다행이다. 쉽게 말해서 이 책은 역시 영화를 보았을 때와 같은 느낌이다. 별로. 그러나 단 두 작품으로 작가에 대해 판단하기는 섣부른 것 같다. 아무튼 이 작가의 다른 책들도 더 보고 싶다. 그런데 <만약 내가 그 곳에 있었다면> 과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일본 소설 특유의 간결함과 명쾌함으로는 후자쪽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섬세하고 정교한 글은 전자다. 무엇보다 <만약 내가 그 곳에 있었다면> 에서 이 작가의 표현력이 마음에 들었는데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같은 작가의 글이라 느껴지리 않으리만치 느낌이 달랐다.
읽은 책과는 직접적이지 않은 이야기지만, 나는 남녀의 사랑이야기에 별로 감동을 받은 기억이 없고 '로맨스소설' 이나 '로맨스영화' 에 재미를 느껴본 적이 거의 없다. 유일무이하게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야기는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 물론 이 책을 사랑하는 이유도 베르테르와 로테의 어긋난 사랑보다는 베르테르가 빌헬름에게 보내는 편지 부분, 그리고 괴테의 섬세한 감성적인 또는 격한 감정의 표현에 매력을 느낀 것이다. 여간해서는 사랑이야기에 감동하지 않는 스타일인지 사랑이 전부인 이 소설은 역시 나에게 잘 맞지 않았다. 더 이상한 것은(정말 이상하다) 내가 본 영화의 원작소설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내용이 생소하다는 것이었다. 음.... 이상한 일인데 정말 내가 그 영화를 제대로 보기나 한 것이 맞는지 영화를 다시 보고픈 생각도 든다. 만약 영화까지 다시 본다면, 아주 우스운 일이다. 별 감동도 없던 이야기를 책으로 한 번, 영화로 두번 씩 보게되는 기이한 일을 벌이게 되는 셈이다. 물론 영화는 다시 보지 않겠다. ^^;;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아키가 죽은 후 사쿠라타와 그의 할아버지가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대목이다. 죽음이란 정말 무엇일까? 사쿠라타는 죽음 역시 이미 죽어버린 이에게는 무의미한 것이고 '끝' 이지만 살아서 남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위안하기 위해 사후세계니 천국이니 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죽은 이에게 죽음이 마지막인지 아니면 소위 말하는 영생의 입문인지는.... 죽어봐야 아는 수밖에. 그렇다고 죽어보고 그것을 증명하고픈 생각은, 지금은 없다! 만약 어느 순간 내가 죽게 된다면 이승으로 돌아와 집을 잃은 영혼의 귀로는 소멸인지 불멸인지에 대해 전하리라. 어떤 방법으로? 차차 생각해보아야지.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