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빠상 괴기소설 광인
모빠상 지음 / 장원 / 1996년 9월
평점 :
절판


<여자의 일생> <비계덩어리> 로 유명한 모파상의 단편 괴기소설 모읍집이다.  그동안 미발표된 작품으로 국내 최초 소개란다.  이 책은 헌책방에서 질러온 책인데 완전 보물 낚은 기분이다.  읽고 나니 그런 생각이 더 절실해지는 책이다.  먼저 이 책의 표제를 살펴보면 2가지 뜻을 담고 있다.  첫번째, 모파상은 괴기소설의 광인인가?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모파상의 괴기소설집.  타이틀은 광인? 이다.  이 책에 실린 그의 25편의 괴기소설(?) 중 한 편의 제목이 바로 '광인?' 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25편의 제목을 한 번 짚어보자.

  제목이라는 것은 대개 그 글과 개연성이 있게 마련이다.  <박제된 손> <고인> <괴물들의 어머니> <머리카락> <몽 ›?미쉘의 전설> <유령> <손> <물 위에서> <최면술> <공포> <늑대> <크리스마스 이야기> <시체 곁에서> <그 사람?> <광인?> <매물> <미지의 여인> <어떤 이혼의 경우> <산장> <오를라(제 1판)> <오를라(제 2판> <에르메 부인> <수면의자> <누가 알아?>  이렇게 25편이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 '오싹 오싹 공포체험' 같은 책이나 이상한 렌즈의 종이 안경을 쓰고 보면 책 속 사진들이 마치 입체와 같이 느껴지는 무서운 이야기들에 심취했던 적이 있다.  가만 생각하니 심취라고까지 할 만한 일은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어른이 된 지금까지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걸로 보면 나에게는 공포는 무척 매력적이고 자극적인 소재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 글은 뭐랄까?  공포스럽다니 보니는 신비한 이야기들이었다.  초자연적이고 비과학적인 힘, 그리고 외로움, 강박을 다룬 이야기들이다.  단순히 등골 오싹한 한기를 느껴보고자 한다면 이 책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다.  권선징악과 보복으로 난무한 귀신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다.  오히려 무섭기로는 어린시절 읽었던 귀신이야기들이 몇 배나 더 무섭다.  이 책이 참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은 '공포' 라는 두려움을 현상과 상태를 여러 이야기들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죽은 원혼이라던가 귀신이 나타나 해꼬지를 하기에 무섭고 두려운 것이 아니라 공포의 대상과 두려움을 느끼는 인간 심리에 대해 잘 쓰여져 있다.   깔끔하고 단조로우면서도 강렬한 심리묘사.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들은 발표시기순으로 되어있는데 조기 작품이 원초적인 공포에 대해 다루고 있다면 후기 작품들로 갈 수록 환상적이고 초자연적이다. 

   정신병적인 기이한 강박에 가까운 25편의 공포 이야기들.  이 소설을 읽고 그의 약력을 살펴보던 중 재미있는 점이 하나 있었다.  모파상의 동생은 정신병으로 죽었고 모파상 역시 정신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으며 정신착란증세로 자살을 기도하기까지 했단다.  그것도 1월 1일 정초에.  결국 그는 43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모파상의 괴기소설은 단순히 상상력으로 지어진 것이 아니라 어느정도 그의 병적인 현상이 작용한 글이리라.  이 책은 쉽게 말해 기이한 현상과 공포라는 이름에 담겨진 사회적 금기 사항과 윤리의 위선에 대한 비웃음이다.  물론 이 소설의 특성상 줄거리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자제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누군가가 이 책을 짚어들고 내 후기를 읽게되는 거의 희박한 가능성이 존재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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