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네스터를 죽이고 싶어한다
카르멘 포사다스 지음, 권도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 맛깔스런 형광빛의 표지가

참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모두가 네스터를 죽이고 싶어한다>는

그 제목만으로도 큰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 책이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완벽한 추리와

셰익스피어의 매혹적인 비극이 만났다! 는 띠지의 글들에

또 한 번 설레이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영하 30도의 냉동실에 한 '네스터 채핀치' 라 불리우는

한 요리사가 갇혀 얼어죽게 된다.

그 죽음을 발단으로 그가 죽기까지의 이야기가 진행이

되는데 소설은 아무런 복선도 던져주지 않는다.

추리소설은 독자가 탐정이 되는 듯할 때

비로소 활기를 띄게 되는 것인데 이 소설은 좀 달랐다.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사망사건이라면 살인사건이 대부분의 경우일 것이다.

그 피해자를 둘러싼 탐정의 수사.  용의자들의 알리바이. 

이 모든 것이 절묘히 숨가쁘게 돌아가는 것이 적어도 내가 본 기존의 추리소설이었다.

학창시절 애거서 크리스티나 에드가 알렌 포우의 추리소설을 여럿 읽었던 기억이 있다.

많은 용의자들 중에서 진짜 살인범을 찾아내는 것은 묘한 재미가 있었다.

게다가 많이 적중한다는 사실은 '내 두뇌가 명석하지 않을까' 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까지 불러일으키곤 했다.

 

그런데 이 추리소설은 다르다.  전혀 다르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탐정도 없으며 '네스터를 의도적으로 죽이려한 용의자도 가해자도 없다'

그러나 네스터는 영하 30도의 냉동실에 갇혀 죽는다.  그렇기에 이것은 정말 처절한 비극이다.

한 선량하고 재능있는 요리사는 사람들의 비밀을 많이 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죽게 된다.

그러나 그에게 책잡힐 짓을 한 자들은 정작 그를 죽이지 않았다.

이 사건은 우연에서 시작해 우연해서 죽게 되는 아주 기막힌 결과를 가져온다.

 

모든 추리소설은 숨가쁘게 진행이 된다. 

그러나 이 소설은 이게 추리소설인가 싶은 정도로 더디 진행되고

인물 인물들의 내면 깊이까지 묘사하는데 공을 들인다.

그러다보니 조금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었는데

이야기가 끝을 치닫게 될 수록 추리소설 본연의 모습을 지니게 되는 듯 싶었다.

 

스페인소설은 처음인 듯 하다.

이국적인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책이기도 했으며

'추리소설은 반드시 이래야만 한다' 는 공식을 속시원히 깨버린 새로운 발상의 추리소설이다.

 

당신들은 어떠할 것인가?

치욕스러운 당신의 비밀을 알고 있는 그 자의 입을 막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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