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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번역가가 되었는가?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 지음, 권영주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작품을 노벨문학상을 받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번역가가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의 회고록.
군생활 편하게 해보려고 선택한 일어통역장교의 길이 일본에까지 머물게 되고
이후 일본 문학을 번역하게 된 삶을 통과하는 연유가 "그냥 어쩌다 보니"라고
말하는 저자 프로필에 흥미가 생겨 읽게 된 책.
그러나 이 책을 읽고 저자에게 느끼는 감정은 불쾌감이다.
이 책의 번역자도 후기에서 명백히 지적하지만 우선 문장을 날리고 작품을 축약해놓고
원작보다 좋아졌다라는 후안무치한 태도는 당초 이해할 수 없다.
무엇보다 불쾌한 건 툭하면 드러나는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인에 대한 우월의식이다.
회고록을 통째로 읽어봐도 그리 대단한 문학적(미학적) 감식력은 찾아볼 수 없는
이 저자가 일본인, 일본 문화, 일본 문학작품을 평가하는 대목대목은
순전한 자기애일 뿐, 그 대상에 대한 깊은 애호는 그닥 보이지 않는다.
제법 두꺼운(부록 포함 600여 쪽)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이 그리 편치 않았다.
그럼에도 이 책을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 번역자와 편집자의 꼼꼼하고 정교한 만듦새.
그리고 표지 디자이너까지. 별 세 개는 하나씩 이 세사람의 것이다.
텍스트를 별개로 하여 번역자, 편집자, 디자이너의 삼위일체로서 이 책의 만듦새는
편집자로서 책상 앞에 꽂아둘 만하다.
*이 책에 각주를 보면 때로 과도하게 친절하다 싶은 부분도 없지 않아 있지만
그럼에도 성실함이나 그 깊이에 있어서 상찬할 만하다.
이 책이 그렇지는 않을테지만 이 각주라는 게 붙이다보면 '놀이'처럼 즐거워지는 거라
다소 위험할 수도 있다.
예전에 다소 시사적인 글을 쓸 일이 있을 때 각주에 딴소리 집어넣는 것에 재미들려
정신없이 넣다보니 도저히 글을 읽을 수 지경이 된 경우도 제법 있었다.
그리고 <책과 바람난 여자>라는 책을 만들 때 가장 즐거웠던 작업이 각주작업이었다.
거기서 언급되는 저자와 책들 찾아 인터넷의 바다를 헤매는 그 즐거움이라니.
물론 여러 사람이 그 각주 내용에 대해 지적을 해와, 결국 마스터베이션에 가까웠지만-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