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시연 9 - 완결
키오 시모쿠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박은자 : 여전히 현실감 없는 숫자로군 그래.

블라디미르 블라블라 : 뭐, 인생이란 다 그렇고 그런 거죠....

보리스-조이스 : 하핫, 블라디미르가 오늘은 어째 굉장히 침울한 걸?

블 : 이제 끝이니까요. 끝! 끝!

박 : 아니, 그런데 소됐어는 어디 가고 저건 누구야?

보 : 소씨는 죽고 보리스-조이스로 다시 태어난 거지! 난 피닉스-아키텍쳐의 유일한 계승자다!

박 : 바보로 다시 태어났구만.

블 : ...자, 자. 아무튼 오늘 얘기를 시작하겠습니다만.... 뭐, 끝이군요....

박 : 마지막이지. 음. 뭐랄까.... 착잡하기도 하고, 이 시점에서 끝낸 게 잘됐다고 보이기도 하고. 깔끔하잖아? 딱 대학 4년 동안을 그려냈다는 게.

블 : 솔직히 이 친구들이 학점 빵꾸나서 유급이라도 했음 했지만요(웃음). 사실 9권에서의 드라마라면, 대강 모든 것들이 정리되고 난 다음의 마다라메-사키 라인이 최대 관건이었습니다만, 이 부분을 키오 시모쿠가 무척 능숙하게 처리해줬어요.

박 : 남자의 등짝이 슬퍼보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나 할까. 9권에서 마다라메의 등이 강조되는 부분이 두 컷이 나오는데, 거기에 더해 짧게 짧게 치는 말줄임표 또한 감정의 적막함을.... 크흑. 그에게 공명하지 않을 남자가 얼마나 되리.

블 : 사키와의 떡씬이 있을 거란 소문이 있었지만 헛소문이었죠.

박 : 그거, 내가 3년 전에 한 말이군-_- 하긴 그게 정말 현실적이란 의미에서 현시연의 가치는 빛나는 거지만. 사실 사키가 마다라메랑 썸씽이 있을 리가 없잖아?

보 : 모를 일이지. 어떤 종류의 욕구불만에 시달리면 여자는 오기 비슷한 기분이 되서 못난 남자를 선택하게 된다고. 일종의 자폭행위랄까.

박 : 뒤로 30분....

보 : 넵, 졌습니다.

블 : 그렇지만 확실히 사키가 마다라메에게 마음이 약간이나마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박 : 에이, 그거 작가 농간이야. 끝까지 낚을려고 그랬던 거라니깐. 사키가 가지고 있었던 것은 현시연이란 서클에 대한 정이지 마다라메를 향한 건 아니었을 걸.

보 : 그렇다해도 미묘한 장면들이 있긴 하지. 말줄임표를 이용한.... 마지막의 뒤풀이씬에서도 그렇고?

박 : 아아, 그 뒤풀이 에피소드에서 인상적인 게, 전설적 레파토리인 처녀논쟁이 나왔을 때, 이것이야말로 그런 거구나.... 싶었지.

블 : 그런 거죠. 남친이 생긴 순간 게임오버.

보 : 소년만화에서의 연애물 스토리텔링의 법칙이기도 하고 말이지.

블 : 뭐 그렇다해도, 현시연은 동인지 모작품에서의 지적에서처럼 커플완성도가 너무 높아요.

박 : 다 하나씩 가지게 된 셈이니까... 쿠가랑 쿠치키만 빼면?

블 : 쿠가는 나이가 많아서 일찌감치 퇴장. 쿠치키는 개그캐릭터로.... 맺어질 상대가 없기에 확실히 작품 전체적으로 볼 때 비중이 확 떨어진 바가 있죠. 복장도착이라는 흔치않은 취향의 말로랄까. 사실 역할이 너무 미미했습니다.

박 : 동인지 모작품에서의 지적처럼, 문화계 서클이란 현시연처럼 평온할 리가 없는데 말야....

블 : 그렇죠. 한정된 여자수에 비해 바글거리는 남자들 사이에서.... 어떻게든 쟁취해야 하는 입장에 처한 그 수많은 암투와 모략들.... 사키야 그렇다치더라지만, 오기우에-사사하라쪽은 그 극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꽤 스무스하다는 느낌을 받았을 정도.

보 : 쳇, 그 두 커플은 분명 나중에 가면 서로간의 의견 충돌 끝에 서로를 끝까지 이해 못하는 죄수의 딜레마풍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한계를 절감하며 결국 반드시 마침내 헤어지고 말 것이다!

박 : 이상 '나의 오기우에는 그렇지 않아!'의 절규였습니다.

블 : 확실히 이번 작품에서 오기우에의 파괴력은 엄청났죠. 츤데레 완성형이랄까. 캐릭터 인기로 따지자면 마다라메와 투톱이었을 듯. 마다라메가 동지의식이었다면 오기우에는 도원경이랄까요.

보 : 하아하아.

박 : 그런데다 엄청나게 현실적이었다구? 난 오기우에랑 똑같은 녀석을 하나 알고 있는데, 어떤 때는 대사까지 비슷했어! 다른 점이라면 그 녀석은 자신이 오타쿠란 걸 자각하고 있다는 거지만.

블 : 역시 현시연의 미덕이라면 보편적인 리얼함이랄까요.... 조금 미묘하긴 하지만. 그래서 우리랑 다르면서도 절절하게 공감할 수 있었던 거겠죠.

보 : 누가 다른데?

블 : ...아무튼, 현시연은 끝났습니다. 역사가 이 작품을 안아주겠죠. 쿼바디스 도미네.... 인데. 아니 이건 뭡니까 "현시현 10권을 기대해주세요?!!"

박 : 아, 그거. 잘 보라구. 현시연이 아니라 현시'현'이잖아. 그거 편집자, 모사이트의 모갤러리에서 낚시질하면서 폭주하더만?

블 : 그럼 이건 낚시?

박 : 하하하하하하. 응.

블 : 하하하하하하하.

보 :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블 : ....

박 : ....

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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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7-03-14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핫!

sudan 2007-03-14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됐어씨의 안부가 궁금했었는데, 바보로 다시 태어난거군요. 아하하.

hallonin 2007-03-14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됐어는 불멸입니다. 아마도....
 

2호가 이제 나올 때가 다 됐는데, 이제야 1호를 봤습니다-_-

만화들의 퀄리티는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습니다. 석정현, 나병재, 조석의 만화들이 특히 기억에 남더군요. 풀컬러와 만지는 쾌감을 주는 종이질은 만화들이 보여주는 일정 수준들을 감안할 때 2500원이라는 가격이 아깝다, 라는 생각은 들지 않게 해줍니다. 그러나 이 잡지가 어떤 유통망과 소비대상을 갖고 있는지를 감안한다면 조금 얘기가 달라집니다. 

1호의 팝툰이 보여주는 만화들의 성격은 [계간 만화]와 일간지 제공 무료만화들의 사이 그 어디쯤인 것으로 보입니다. 작품적으로는 훌륭하지만, 이것이 구매력과 직결되는 가독성을 지속시켜줄 것이냐, 하면 좀 생각을 해봐야 하거든요. 특히 팝툰이 씨네21 유통망을 활용하게 될지는 모를 일입니다만(아직 전철에 깔리지 않았지만 만화풀의 확대를 위해서라면 선택은 제한되 있겠죠) 만약 그 유통망을 활용하게 된다면 그 주대상은 지하철 이용자들과 같은 이들일 터, 무가지 만화들과의 변별점을 확고하게 마련해두지 않으면 미래는 불투명할 것입니다. 그 해결책으로써 출퇴근 시간대에 직장인의 해골복잡한 머릿속을 위하여 2500원을 낼 가치가 있는 만화, 저도 일전에 지적했던 소위 프로페셔널한 만화 작품의 확보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문제는 팝툰 편집부에서도 절실하게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블로그에 관련된 '솔직한' 공고-http://blog.naver.com/poptoon21/40035235503-가 올라와 있습니다). 모든 문제가 그렇듯, 관건은 '돈'과 인간이지만요.

다른 길이라면 [계간 만화]나 [야후매니아] 같은 매니아계층을 확보하는 길이 있습니다만.... 설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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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X 2007-03-14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에는 20-30대 여성층을 공략할 수 있는 작품군을 확보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아니면 확실하게 마인드C 같은 작가군을 더 포진시켜서 남자들의 고개숙인 아침을 일으켜 세우던지요…) 기선의 4페이지 짜리 같은 기획물은 당연히 장기 연재해야겠고, 그 외에 드라마 혹은 한창 흥행중인와 전략적으로 협찬해서 만화로 다시보기 같은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그럴 수 있는 역량이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돈'과 '인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말이죠. 만화잡지 인력이 사실상, 편집장 포함 세 명 뿐이던데 -..-; 아마 작가 원고 받아내고 기사 작업하는 것만으로도 '세 잇빠이'일 것이 눈에 훤히 보입니다. 안타깝습니다. 정말.

hallonin 2007-03-14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명이라. 빡쎄고 불안하구만요....-_-
 

제목은 물론 뻥이여....

라고 말하긴 뭐하고, 나도 한 번 저런 제목 써보고 싶었다. 암튼 10여년만에 두 권의 만화책이 정식 발간, 재발간됐다.

 

어찌되었든 옛것이 재발굴되는 세상. 지금이야 [딸기100%]에서의 절제없는 서비스씬으로 하렘물의 신흥강자쯤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원래는 야오이계에서 활동했던 카와시타 미즈키가 모모쿠리 미칸이란 이름으로 슈에이샤에서 냈던 소프트 야오이 [하늘의 성분]이 정식으로 발간됐다.

우리나라에선 예전에 불법판으로 두 번에 걸쳐서 발간이 됐었는데 처음엔 고급스러운 A5 판형으로 나왔지만 두번째는 조악한 B6 판형. 이번에 나온 건 일본어판을 준수하는 A5판형이다(어째 정보에는 B6판형으로 올라와있다).

스토리는 유별나거나 튀지 않는, 잔잔한 전개로 표지에 박힌 농구 잘하는 킹카 남정네가 이쁘고 잘 빠진 여친(근데 생각해보니 사촌이던가.... 암튼 유사근친 비스무리한 관계. 별로 안 튀는 건 아니구만....) 냅두고 이쁘게 생긴 남자애한테 빠져버린다는 내용. 사랑하는 마음이 떠나가는 것을 구름에 비유했다는 점에선 [봄날은 간다]의 정서와 비슷하지만 떠나가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갈등과 고통보다는(재빨리 정리되버린다) 남자가 너무 이뻐 하아하아에 촛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가볍게 볼 수 있다. 작가는 여기서 오쿠 히로야에게 지대한 영향을 받은 그림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는데 특히 히로인이라 할 수 있는 이쁘장한 숫컷 고이즈미는 오쿠 히로야의 빗나간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變]의 사토우랑 붕어빵이다. 나도 사실 처음 봤을 때 같은 작간 줄 알았으니까. 다만 이쪽이 좀 더 여성적인 선과 부드러움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해적판으로 두 번이나 찍었고, 간간이 얘기되는 걸로 봐서도 국내에서 이 작품의 팬이 꽤 되는 걸로 아는데, 특히 남자들 중에서 고이즈미의 색기에 반해서 야오이라는 외도에 빠져든 이가 제법 됐다. 두번째 해적판은 불법 야오이 레이블이었지만 첫번째 해적판은 적어도 겉만 봐선 멀쩡... 하기도 하고 뒷표지엔 웬 흐트러진 단발 미소녀가 있어서....

해적판과 다른 점이라면 말미에 금단의 사랑을 알아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가 3페이지 들어가있다는 거.

 

[스피릿 오브 원더]가 발간한지 10년쯤 되는 해엔 자신의 경력에 단행본이 한 권쯤 더 추가되어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소망을 말하던 츠루타 켄지씨. 결국 지키지도 못할 약속 뭐하러 했나 싶을 정도로 별 얘기 없이 10년째인 2007년을 맞이했다. 그 잃어버린 10년을 기념이라도 하듯, 철저한 시장의 외면과 세주문화의 부도 덕에 희귀템이 되버린 [스피릿 오브 원더]가 불법 재발간.

 

http://gall.dcinside.com/list.php?id=comic_new&no=214370&page=1&search_pos=-205553&k_type=0110&keyword=%EC%9B%90%EB%8D%94

참고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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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X 2007-03-12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우 비싸게 팔아먹으려고 했는데…해적판으로 나올 줄이야.. 아깝습니다, 아까워요.

hallonin 2007-03-12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책으로 재테크하실 생각을 하다니, 상당히 가망이 없는... 헐헐, 근데 뭐 해적판이니 라이센스판의 가치가 떨어질 것 같진 않습니다만.
 

Boris Berezovsky / Liszt - 12 etudes D'excution transcendante s.139 4. Mazeppa(allegro)

 

폭발시켜버린 뒤, 불꽃 위를 질주해 달려가는 듯한 터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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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을뭐라하지 2007-03-11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잘 봤습니다!

hallonin 2007-03-12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에 건진 수확중 하나였습니다.
 

우선 들어가기에 앞서.... 여기서 나오는 미야다이 신지 교수는 일본에서 연재중인(중인 거 맞을려나?) 이유정씨의 만화 [군바리]의 스토리작가인 이현석씨(http://warmania99.egloos.com/)의 은사입니다. 이현석씨는 다수의 만화에서 스토리작가를 했었고 영챔프에서 일본통신을 연재하기도 했었습니다.



밑의 글에서 소개되고 있지만 미야다이 교수는 보수주의자이자 천황제 지지자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덤으로 징병제예찬자(군바리 띠지에다 글 써주고 말미에선 인터뷰도 하고). 제가 생각하기에 이 양반은 일본내 거대담론이 붕괴되고 그 자리에 들어선 허무주의를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그 방법론으로 천황제 지지와 그에 따르는 "일본다운 구조의 성립"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미시마 유키오와도 꽤 흡사한 양반입니다. 아직 자살은 안 했지만.


이 기사가 실린 곳은 프리존이라는 보수우익매체입니다. 같은 매체에 이현석씨의 인터뷰도 실려있었지만 단편적이라서, 통째로 현지인의 목소리를 가져와봤습니다. 미야다이교수의 의견과는 상관없이 이 기사 자체의 성향이 국내에 있는 친일적 정서의 사람들(말그대로 정치적인 측면에서)을 위로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애국과 자유를 외치는 보수언론에서 유독 일본에 대한 사랑으로 넘쳐난다는 것은 확실히 우리나라 보수우익의 한심스런 정체성을 재증명해보이고 있죠. 더군다나 강한 일본을 주장하는 사람을 불러다놓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기자가 가끔씩 보여주는 삽질(나중에 가면 러브앤피스까지!)은 무시해버리고 미야다이 교수가 말하는 일본의 정치상황 개론에 집중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도시형 우익이란 건 말하자면 인터넷찌질이들 같은 사람들을 지칭하는 건데 스스로를 정통파 보수주의자로 자처하는 미야다이 교수는 명백하게 그런 부류들을 혐오한다는 관점입니다. 징병제와 관련해선 모종의 환상마저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와 관련한 미야다이 교수의 생각은 세계를 갈등구조로만 파악하는 시선에서 비롯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사상대립의 붕괴와 개인주의 지향이 극심한 사회변동의 축과 더불어 변증법적으로 순환한다고 보는 이에게 이 양반의 징병제대안론은 환상처럼 보일 것입니다(그리고 바로 그 징병제가 행해지고 있는 나라에서라면). 어찌되었든 소위 얘기되는 지독한 현실주의자이지만 이런 양반이 주류가 되면 진짜로 위험해질지도 모를 일이죠.

얼마 전에 오타쿠의 우익성향에 관련된 포스트를 올렸습니다만, 이 사람의 입장은 "과연 일본의 군사화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시각으로서 참고 가능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가 미묘한데, 참고로 우리나라 내에서 일본의 군사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1. 또 일으킬 거다. 두려우니 아작내자.

2. 그런 거 없다. 일본애들 존나 무기력하고 모에에 정신이 빠져서 그짓 못한다.

3. 일단 무기력해보이지만 흐름이 겹쳐져서 어떤 반응이 일어날지 모른다.

정도로 정리가 되겠습니다.

모쪼록 시각 정립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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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미야다이 교수 “반한감정 조장세력은 '도시형 우익'”
[3·1절 기획③] 일본 사회학자가 보는 일본의 사회 문제와 한일관계
전경웅 기자 2007-03-04 오후 12:46:10  
 
미야다이 신지(宮台真司) 도쿄 도립대 사회학과 교수. 미야다이 교수는 현재 일본 사회에 대해 가장 정확한 분석을 내놓는 학자로 유명하다. 천황제 지지자이며 과거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기도 했다.ⓒ 프리존뉴스



좌파 성향의 미디어 전문가와 대중문화 평론가인 유학생이 전하는 일본 이야기는 우리가 한국에서 듣는 일본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문제의 일본 우익들은 지금의 일본과 한일 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미야다이 신지(宮台真司) 도쿄도립대 교수는 니콜라스 루만의 사회시스템 이론을 기반으로 현재의 일본 사회에 대해 가장 정확한 분석을 내놓고 있는 학자 중 한명이다. 미야다이 교수는 1959년생으로 올해 마흔 아홉살이다.

 

그는 현재 일본의 젊은 우익 지식인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최근 일본의 대외관계가 지나치게 친미적이라는 이유로 고이즈미 총리와 아베 총리 등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자로도 알려져 있다.

미야다이 교수에게 먼저 한국 언론을 통해 비춰지는 일본 우익에 대해 물었다. 정말 일본 우익은 한국 언론을 통해 비춰지는 것처럼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고 과거 한국인들에 대한 착취와 희생을 정당화하고 있을까?

그는 "일단 일본 우익에 대한 한국 언론의 보도는 완벽한 오보"라고 주장했다. 미야다이 교수는 "일본의 전통우익은 반한감정을 조장하는 일이 없다.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고 설명했다. 미야다이 교수는 최근 인터넷 등을 통해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는 등 반한감정을 조장해 양국 간의 감정대립을 불러 일으키는 사람들을 '도시형 우익'이라고 불렀다.

그는 "도시형 우익은 주로 젊은이들이 많다. 이들은 과거의 우익들이 신성시하는 천황제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으며 역사적 지식도 전혀 없다. 전쟁 전의 역사는 물론이고 전후 일본을 지배했던 다양한 사상들과도 연관이 없다. 이들은 고바야시 요시노리의 만화 몇 권을 보고는 우익이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이들의 돌출발언과 우발적 행동 때문에 군국주의 시대에서부터 이어지는 전통적 우익들이 크게 당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그는 이들이 지금과 같이 주변 국가의 언론을 통해 알려지게 된 것은 바로 인터넷과 일본 정치인들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고이즈미 수상에게는 이지마 이사오라는 보좌관이 있다. 그는 이런 도시형 우익을 정치적으로 동원해 자신들의 입지를 굳히는 데 이용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미야다이 교수가 설명한 도시형 우익들은 친밀한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고 혼자 살아가면서 비정규직 노동자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는 임시직 노동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 계층이 대다수라고 한다. 미야다이 교수는 '약자일수록 강자에 대한 동경심을 갖고 있으며 이들에게 이니셔티브만 주면 동원할 수 있다'는 고전적 파시즘 이론을 이들에게 적용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일본 내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동원된 이들이 왜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 대한 침략과 식민지배를 정당화해 갈등을 일으키는 것일까. 미야다이 교수는 "이 사람들이 한국이나 중국, 북한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건 스스로 정의롭다고 고무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어떤 나라든 젊은 세대들은 정의감에 충만해 있다고 전제했다. 40여년 전 일본에서 사회 정의를 중시했던 젊은이들은 대부분 좌익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들은 '권력에 빌붙는 노동귀족, 노조귀족'과 같은 존재로 변해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비정규직과 임시직을 전전하는 일본 젊은이들에게 관심이 전혀 없다고 한다. 때문에 지금의 젊은이들, 즉 '도시형 우익'은 이런 좌익에 공격적인 태도를 가지게되는데, 이들이 지금까지 주장해온 일본 식민지 지배의 피해자인 한국과 중국, 북한도 같은 공격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이즈미 내각은 이미 지난 정부다. 그렇다면 지난 2일 자민당 내 우익 의원들과 함께 '일본은 위안부를 강제동원한 적이 없다'는 망언으로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을 들끓게 한 아베 내각은 어떨까? 이들이 추구하는 건 뭘까?

미야다이 교수는 아베 내각도 고이즈미 내각의 연장선이며 자민당과 같은 전통적인 우익과는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민당 같은 우익과 2차대전 당시의 우익이 또한 전혀 다르다"며 "2차대전 후 일본 우익인 자민당의 기본 정책은 부의 재분배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우파와는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미야다이 교수에 따르면 전후 초대 수상인 요시다 시게루는 정부 예산을 통해 지방공공사업을 조성해 그 지역에서 대량고용을 창출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고 한다. 때문에 일본 농촌에서는 사민당이나 공산당을 지지하는 건 곧 지역경제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자민당을 지지해야만 생활이 나아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요시다 수상은 지방공공사업 조성에 소요되는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이 일본의 안보를 책임지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에 안보를 맡기는 과정이 맹목적인 굴종은 아니었다.

전후 한국 전쟁이 일어났을 당시 미국이 일본의 재무장과 한국전 참전을 요구하자 요시다 수상은 지방공공사업 등을 이유로 재무장에 반대하고, 보안대-경찰 예비대–자위대라는 조직을 창설하는 선에서 미국의 입을 막았다. 이때 미국의 요구가 강해지면 사회당을 이용해 파업을 조장하기도 하면서 '우리를 압박하면 일본에 공산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며 미국을 협박하기도 했다고 한다.

따라서 재무장과 천황제 부활을 꿈꾸는 우익들도 요시다 정권에게 억압받았다. 그렇다고 이들을 완전히 말살하지도 않았다. 전후 일본의 지식인 사회를 장악한 좌익들을 견제하기 위해 이들 우익을 활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요시다 수상은 ▷미국이 시키는대로만 하면 일본은 국익을 잃는다 ▷일본이 언젠가 아시아 국가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지 못하면 국익을 잃게 된다 ▷전쟁 전의 내무성, 육군, 해군 인맥은 절대 신용하지 않는다는 세 가지의 원칙을 갖고 미일 안보조약을 맺었다고 한다. 그리고 조약을 통해 "재군비를 하지 않는대신 장소는 무상으로 제공할테니 언제든지 일본을 지켜달라"고 미국에게 요구했다. 그가 이렇게 말한 것은 재무장을 할 경우 당장 전쟁을 할 일은 없지만 언젠가 미국의 졸개로 참전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요시다 수상의 '복선이 깔린 반미전략' 덕분에 일본은 미국의 힘을 빌려 안보를 강화하고, 재무장에 들어갈 예산으로 공공재정을 확보하고 노동자 계층을 강하게 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한다. 당시 요시다 수상은 국제정세에 능통했다. 그의 참모였던 시라스 지로 또한 미국에서 교육받은 애국자였다고 미야다이 교수는 표현했다. 문제는 이들이 물러난 후부터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일본에서는 이들이 세운 전략의 본래 의미는 잊어버린 채 '미국은 무조건 좋은 나라' 또는 '반공반미가 진정한 국시'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에다 나중에는 좌익 세력들이 늘어나면서 반미와 함께 경무장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좌익 세력들은 일본이라는 나라는 미국이 없으면 재무장이 불가피한데도 반미와 경무장이 가능한 것처럼 호도했고, 90년대부터 나타난 '도시형 우익'은 이런 좌익 세력들의 모순을 지적하면서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들은 철저히 익명으로 활동하며 주로 인터넷에서만 보인다고 한다. 결국 한국 언론을 통해 비춰지는 일본 우익들의 발언은 인터넷 등을 통해 활동하는 '키보드 워리어'들이었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아직도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지 물었다. 미야다이 교수는 "한국 사정을 잘 몰라서 확실하게 이야기는 못하지만 지금은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가 노 대통령을 지지한 이유는 "일본에도 존재하는 재벌, 기자클럽과 같은 특정이익집단을 해체하기 위해 노력했고 권력기관의 권위주의를 약화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이해관계가 없는 서민들을 보호해 시민정치권력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에게 "노 대통령의 집권 동안 사회적 분열이 심각해졌고 안보에 대해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이제는 지지율이 한 자리 숫자"라고 말해주자 놀라는 눈치였다.

이런 한국과 지금의 일본 사정을 비교하면 어떤지 묻자 "일본도 지금 심각한 상황"이라며 "차라리 한국이 부럽다"고 말했다. 미야다이 교수는 고이즈미 내각도 국민의 분열을 초래했고 유능한 전략가와 참모들을 배제하는 풍토를 만들었다며 "전략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친미 노선을 지향하면서 아시아에서의 고립을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그가 생각하는 고이즈미 정권의 실패 원인은 '감정적인 동원수단을 이용한 포퓰리즘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었다. 고이즈미 수상은 심지어 자민당 내에서 자신의 반대파를 숙청할 때 '나의 개혁이 당내 저항세력 때문에 안된다'는 논리를 펼치기도 했다고 한다. 나중에 이 '저항세력'이라는 말이 한 때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고. 결국 노무현 정권과 고이즈미 정권은 반대 방향으로 갔지만 결과는 같았다는 이야기다.

이번에는 한국 사회에 관심이 많은 미야다이 교수의 질문이 이어졌다. 미야다이 교수는 한국 젊은이들은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지 물었다. 그에게 최근 사회문제에 대한 인터넷 상의 분위기와 적극적인 참여는 아니지만 지금 한국의 상황을 우려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다고 하자 "이런 차이는 역시 징병제의 유무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는 "한국에서는 그나마 사회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게,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군대라는 경험을 통해 재사회화가 이뤄지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추측했다.

미야다이 교수에 따르면 최근 일본의 젊은이들은 인생의 목적이 주변에서 인기가 있는지, 이지메를 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등의 신변잡기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거의 모든 사회생활에 대해 자신의 능력을 넘어선 일이라며 일찍 포기한다고. 때문에 지금 일본 사회에서는 군사대국이라든지 국익 등과 같은 사회적 담론의 형성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젊은 세대들의 인간관계가 더 좋아지지도 않았다는 게 그의 조사결과였다. 지난 15년 간의 통계에 따르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은 사람은 사회문제나 정치에도 관심이 많은 반면 그 반대인 사람은 사회나 정치에도 관심이 없다고 한다. 문제는 지금 일본에서는 후자의 숫자가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인간관계의 기준 또한 한국과 같은 대인관계가 아니라 분위기 파악을 얼마나 잘 하고, 그 자리의 분위기를 망치지 않는 역할을 얼마나 잘 하는가 하는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한다.

미야다이 교수는 "이런 일본 젊은 세대의 현상이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비정규직일 정도로 고용불안이 높은 상황인데도 아무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고 포기하거나 무관심한 세태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일본은 소재산업이나 내구재 산업에서 큰 강점을 지니고 있고 공부하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지 않느냐고 묻자 "그건 과거에 벌어놓은 것을 단순히 까먹고 있는 것"이라며 "과거와 같은, 고도의 기술을 갖춘 젊은 숙련공 인력과 노하우가 고갈되어 가는 상태"라고 한탄했다.

미야다이 교수가 설명하는 현재 일본의 상황은 꽤 심각했다. 일본을 일으킨 '단카이 세대'가 아랫 세대를 제대로 교육시키지 않았던 탓에 지금 일본 사회에서는 젊은 숙련공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고 한다. 단카이 세대는 자신들이 배웠던 것처럼 아랫 세대들이 따라올 것으로 믿고 관심을 쏟지 않았었다는 것이다.

정치인이나 출세한 엘리트 계층에도 문제가 있었다. 이들에게는 사회적으로 공헌한다거나 국가를 위해 봉사한다는 마인드, 서민 계층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것은 물론 하층민들을 경멸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한다. 이들은 또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나라도 버릴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외부 인재를 수혈하는 것 또한 정치계, 사회 고위층의 문제라는 점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도쿄 신주쿠(新宿)역 앞의 정치선전 차량. 일본의 정치선전 차량은 이처럼 출퇴근 시간 위주로 주요 지역 앞에서 활동한다. 사진은 환경운동정당의 선전 차량이다.ⓒ 프리존뉴스
그렇다면 한국은 일본에게 무엇을 배워야 할까? 미야다이 교수에게 한국과 한일 관계에 대한 조언을 부탁했다.

그는 "일본의 젊은이들에게는 지금과 같은 윤택한 생활이 당연한 것이 되면서 치열한 사회적 경쟁이나 욕망이 사라졌다. 또한 주변의 인간관계와 같은 협소한 부분에만 관심이 많다. 한국도 나중에 경제적으로 윤택해지고 통일이 된다면 일본과 유사한 문제를 겪을 수도 있다"며 "일본의 문제를 냉정하게 보면서 반드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한 향후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중국 문제를 거론했다. 미야다이 교수는 "중국은 앞으로 시장뿐만 아니라 자금력, 정치적 영향력도 커질 것이다. 그런데 고이즈미 내각의 포퓰리즘으로 인해 지금 중국과 일본 관계는 매우 나빠져 있다"고 지적하면서 "지금은 중국이 일본의 기술을 흡수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일본을 존중하지만 나중에 그 필요성이 사라지면 일본을 버리고 유럽이나 미국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중국을 적으로 돌리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친구가 되기도 어렵다. 왜냐하면 중화사상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중국으로부터 생존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일본은 누군가와 손을 잡아야 한다. 중국의 팽창에 영향을 받을 한국과 일본이 어쩔 수 없이 손을 잡아야 할 것"이라며 한일 관계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미야다이 교수는 또한 "최근에는 '도시형 우익'의 세력이 쇠퇴해 스스로 아나키스트를 자처하고 다닌다"며 "한국 언론을 통해 비춰지는 일본의 부정적인 모습이나 '도시형 우익'의 바보같은 행동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라. 한국과 일본은 서로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기억해달라"고 충고했다.

인터뷰를 마친 미야다이 교수는 방송 녹화 일정이 있다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일본의 우익 지식인으로 알려진 그의 분석과 한국에 대한 조언 속에는 한국을 다시 지배해야 한다는 시각이나 한국 사람을 얕보는 시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 사회의 활력과 아무런 지원이나 대가도 없이 인생을 개척하기 위해 세계로 나가는 한국 젊은이들에 대한 부러움이 더욱 컸다. 우리가 우려하던 일본의 군국주의화는 결국 존재하지 않는 환상에 가까웠다.

전경웅 기자(enoch@freezon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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