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세스]에서의 걸출한 액션신으로 기대를 증폭시켰던 송지형의 일본에서의 연재작. 하여튼 그림 좀 잘 그리면 요즘은 거의 일본서 데려가더라. 그런데 이 만화 자체는 영.... 1화 나온 걸 보고선 작가가 자괴감을 느꼈다고 하던데, 솔직히 그랬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음. 스토리 작가도 별로 좋아하는 양반이 아니고 전개도 썩 맘에 안 들지만 그 이전에 작화와 연출부터가 문제였던지라. 무슨 이유에선지 힘이 쭉 빠져선....

 

조역 캐릭터들의 갈곳 안 보이는 낭비가 확인된다는 점에서 이미 아다치답지 않은 것.

 

이 만화의 패턴답게 또 한 번의 반전 및 급전개. 인공항문 무서울 거 같다.

 

형민우 빠돌이 아니라면 그저 그럴 거임. 신경은 많이 썼는데 결과물은 흔하게 보이는 물건으로 탄생된 수많은 비극들 중 하나.

 

이런 거에 학학거리기는 지쳤고.... 사실 별로 학학거릴 구석은 없고. 이능력을 부리는 세 소녀와 하렘형성용 남주인공 하나와 좀 이상한 남자 하나로 구성된 정의구현용자단이 선사하는 마을지키기 프로젝트. 기술들은 제법 참신하려고 노력한 거 같고. 시장상황을 꿰뚫는 편집자의 영향력, 그리고 동인지에서 단련된 인상의 작화가 만난, 어떻게 보면 무난....

 

16권에서의 부진을 완전히 날려버리는 17권. 이러니 이 작품에 매너리즘이니 하는 소리를 하기가 힘든 것이다. 병신 같은 상사는 아래에서부터 처리해줘야 한다는 작가의 일관된 마인드가 꽤 맘에 듦.

 

시장이 원하는 패턴화된 캐릭터들의 노골적인 제시가 이야기의 순박함과 만나서 생각 외로 괜찮은 효과를 발휘하게 된 드문 케이스. 소박함의 미학을 지향하는 만화들 중에선 최근 본 것들 중 가장 맘에 들긴 했음. 최근 본 것들 중에선....

 

전후 고도 경제성장을 이룬, 혹은 치뤄내야 했던 나라들이라면 거의 공통적으로 해당됐을 사항들의 변증법적 연속기. 일반적인 개괄서 정도라고 보면 될 듯. 내용에 있어서나 다루는 분량에 있어서나.

 

기생의 문학작품들, 서신들을 토대로 밝힌 기생들의 삶의 재구성.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목소리를 가장 직접적으로 다룬 이 책이 지금까지 읽어본 기생에 관한 관련서적 중 그들을 가장 객관적으로 다루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기백년 전의 삶이나 지금의 삶이나 근본적으로 변함은 없음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

 

그저 읽었다는 거에 의의를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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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도 2007-10-14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그저 읽었다는 거에 의의를 두고 싶다...."의 마지막 반전에서 피식 웃음. 재미있게 봤습니다. 종종 뵈어요~

hallonin 2007-10-16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다 반전이 되버린... 응?
 

넵~

 

이로써 피르파우케 1집, 뉴트롤즈의 세번째 Concerto Grosso, 팀 하트와 메리 프리어가 부른 트래디셔널 포크 앨범 깡옛날 잉글랜드 송 Vol.1, 파비오 비온디가 연주한 비발디의 컨셉 협주곡들, 조르디 사발이 에스페리옹10과 함께 만든 후안 카바니예의 바로크 양식곡들, 만프레도 크래머가 연주한 비버의 바이올린 소나타, 로마네스카가 연주하는 17세기 이탈리아 바이올린 음악 등등이 남았습니다....

 

하하하... 진짜 파산임. 빚져서 시디 사야할 판인데 더이상 생각할 수가 없는 머리가 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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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네요. 역시 감춰두고 싶은 씹덕혼을 자극시키는 교토애니. 뭐랄까, 정말 원작의 팬이라는 것이 절절하게 느껴져서.... 그 퀄리티가 이 사람들 툭하면 야근하면서 사는구나 아주 분명하게 납득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전작인 [카논]을 생각해보자면, 일찌기 아즈마 히로키가 분열증적 소비자로서의 오타쿠를 탄생시킨 시스템적인 근거로서 제시한 미소녀게임에서의 멀티 시나리오의 존재가 2쿨 애니라는 통합된 하나의 축으로 집결되면서 각 시나리오간 무게중심 조절과 다층적으로 의사화된 주인공의 리액션을 합치시키느라 삐걱거리는 느낌이 났던 게 기억나는데.

사실 그런 결과는 각기 상이한 욕망 대상의 성격과 결과와는 대비되게 행위에 대한 공평한 책임과 대상에 대한 가치를 유지하는 멀티화된 유저의 감정적 소비행위가 필요한 미소녀게임의 모든 것을 완전하게 체현시키고자 하는 시도가 선형 서사구조에서 적용됐을 때 필연적으로 치러내야 하는 문제일 겁니다. 그 결과 전반적인 흐름이 다소 산만해지면서 소비주체로 하여금 선택적 기의를 취하도록 유도하는, 어찌보면 기표와 동일화된 기의만이 존재하기에 원작의 하드코어팬들에게 더 열성적으로 작용될 이야기가 탄생되어버렸죠. 사실 이 부분은 어떠한 특정 원작의 팬덤이 주축이 되어 그것을 다른 포멧으로 재구축할 때 쉬이 접하게 되는 표준함정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카논]의 경우는 그 양상이 전체적인 설득력을 향한 눈에 띄는 노력에도 불구하고(그리고 그 노가다의 결정체 같은 작화를 봐서도) 여실히 느껴졌다는 점에서 유달리 안타까운 결과물이었습니다. [클라나드]가 그 함정을 벗어날 수 있을지는 조금 두고봐야 할 일일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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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0-09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 선전도 잘리지 않은 걸로 보니 신선한걸요..^^
저 회사에서 일하시나요.? 아님 저 광고를 만드신 회사에 다니시는 건가요? ^^

hallonin 2007-10-09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다 아니고, 넓게 보자면 풍속업의 한 종류에서 일하고 있는 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름은 이태원 지구촌 축제였는데, 가보니 케밥 파는데만 잔뜩 있었음. 터키 케밥, 아랍식 케밥, 파키스탄 케밥, 모로코 케밥, 인도 케밥.... 인종과 성별을 초월하여 모두가 사이좋게 손에 하나씩 케밥을 들고 비좁은 길을 지나다니는 모습. 하나된 지구촌은 케밥으로 뭉쳐지는구나. 확실히 열라 잘 팔리긴 잘 팔렸음. 정통 터키 케밥 가판대 앞에 늘어선 줄. 마지막 고깃점을 긁어내는 샤워르마 가판대.

 

이태원은 갈 때마다 좋아하는 공간. 앵글로 색슨, 라틴, 아프로 아메리칸, 태국인들, 인도인들, 무슬림들, 필리핀인들, 중국인들 등등 이 거리에서 가장 자주 들을 수 있는 언어는 당연히 한국어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영어만도 아니다. 그리고 그런 코스모폴리탄적 광경이 변치않는 쌍팔년도 대한민국 스타일의 거리에서 펼쳐진다. 이 거리에서 가장 발전한 사업은 핫도그 가게들. 난 스스로 열외자가 됐음을 느낀다.

 

날이 어둑해지면서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에 따라 이태원 뒷골목, 청소년 출입 제한구역에 있는 술집들의 빨간불빛들이 하나둘씩 켜지고 있었다. 당당히 간판에 트랜스젠더바라고 붙여놓은 가게도 있었다. 그러고보니 오는 길에 타이음식점에서 누군가랑 얘기하고 있는 홍석천도 봤음. 나는 한동안 헤매다 케밥을 국가별로 몇 개 주워먹고 치즈볼과 하노버 와플 웨하스, 오트밀 쿠키를 샀다.

 

내가 좋아하는 거리, 그러나 자주 오진 못했던 거리. 오래 전에 이곳에서 괜찮은 퍼브를 발견해보려 발품을 팔았던 일이 생각났다. 결국 실패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혼혈아이들은 무척이나 예뻤다.

 

 

1971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태어난, 인종간 혈통이 몇대쯤 복잡하게 섞인 것이 다시 섞여서 만들어진 듯한 강력 꽃미남 모드 발렌시아는 1993년에 발표한 첫번째 앨범 'Valensia'로 자국 내에서 대박을 친 다음 일본에서 더 대박을 치게 된다. 딱 들어봐도 퀸의 자장권 안에 들어가 있는 그의 노래중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1집에 실린 저 지구사랑 'Gaia'. 우리나라에선 꽤 시간이 흐른 다음 시완레코드에서 정식으로 발매했다.

요놈인데 지금은 은근히 구하기 힘든 모양인 듯. 시완레코드의 초이스가 선호하는 까다로운 맛을 싫어하는 이라 하더라도 거부하기 힘든 찰싹찰싹 감기는 달콤함을 자랑. 얼마 전에 매물이 올라와서 구하려다가 막 그 즈음에 듣게 된 뉴트롤즈의 요번 신보가 너무 강력해서 어떤 걸 선택할지 고뇌하다 결국 놓쳐버린 경험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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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 2007-10-09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도 케밥.-_ㅠ

hallonin 2007-10-09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잡아서 케밥 순례모험 가보자구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