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네요. 역시 감춰두고 싶은 씹덕혼을 자극시키는 교토애니. 뭐랄까, 정말 원작의 팬이라는 것이 절절하게 느껴져서.... 그 퀄리티가 이 사람들 툭하면 야근하면서 사는구나 아주 분명하게 납득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전작인 [카논]을 생각해보자면, 일찌기 아즈마 히로키가 분열증적 소비자로서의 오타쿠를 탄생시킨 시스템적인 근거로서 제시한 미소녀게임에서의 멀티 시나리오의 존재가 2쿨 애니라는 통합된 하나의 축으로 집결되면서 각 시나리오간 무게중심 조절과 다층적으로 의사화된 주인공의 리액션을 합치시키느라 삐걱거리는 느낌이 났던 게 기억나는데.

사실 그런 결과는 각기 상이한 욕망 대상의 성격과 결과와는 대비되게 행위에 대한 공평한 책임과 대상에 대한 가치를 유지하는 멀티화된 유저의 감정적 소비행위가 필요한 미소녀게임의 모든 것을 완전하게 체현시키고자 하는 시도가 선형 서사구조에서 적용됐을 때 필연적으로 치러내야 하는 문제일 겁니다. 그 결과 전반적인 흐름이 다소 산만해지면서 소비주체로 하여금 선택적 기의를 취하도록 유도하는, 어찌보면 기표와 동일화된 기의만이 존재하기에 원작의 하드코어팬들에게 더 열성적으로 작용될 이야기가 탄생되어버렸죠. 사실 이 부분은 어떠한 특정 원작의 팬덤이 주축이 되어 그것을 다른 포멧으로 재구축할 때 쉬이 접하게 되는 표준함정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카논]의 경우는 그 양상이 전체적인 설득력을 향한 눈에 띄는 노력에도 불구하고(그리고 그 노가다의 결정체 같은 작화를 봐서도) 여실히 느껴졌다는 점에서 유달리 안타까운 결과물이었습니다. [클라나드]가 그 함정을 벗어날 수 있을지는 조금 두고봐야 할 일일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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