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향은 괜찮았다. 삼국지를 시대의 텍스트로 치환하여 보다 사실에 가까운 사료들과 증거들, 논리적 판단을 기초로 기존의 삼국지 안에서 의도적으로 축소된 인물들을 되살려내고 그들의 도와 인감됨을 다시 물으며 거시적인 영역으로 삼국지를 확장하여 경제, 사회, 군사, 정치에 이르는 소위 실용적이라 불릴 법한 모든 범위에서 삼국지를 활용한 바, 그 의도도 지금까지의 비슷비슷한 무리들에선 눈에 띌 정도로 충실한 편이었고 그만한 작업을 몰아부치기 위한 의욕 또한 충분히 보여진다.
그런데 뭐 이렇게 반복되는 사설들이 많다더냐.
인물론, 역사적 사실, 평가 등등 모든 것들에 있어서 재활용의 수준을 넘어서 앞 장에 나왔던 것들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고대로 징하게 반복해서 써먹어주는 미덕이 돋보인다. 마이리뷰에 실린 혹자의 비판처럼 뒤에 실린 방대한 분량의 인명사전은 사족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더군다나 모든 것을 아우르려 한 의도에 맞추느라 사유와 판단들이 순간순간의 편의에 맞춰 자잘한 결론을 내리는데 집중된다는 느낌이었다. 이 모든 요소들이 산만함과 매너리즘의 영역으로 독서를 몰아넣는다.
한마디로, 지루했다. 문화일보에 연재됐던 장정일의 삼국지 칼럼만큼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