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가 아니라 이제야 3권.... 전작들과 다른 특이사항은.... 거의 없다-_- 쌍둥이 이야기가 드디어 끝을 보게 되고, 미려한 작화와 미친 듯한 수다빨에 비해 후까시에 정력이 집중된 나머지 막판 맥이 풀리는 스토리와 영 신통찮은 액션씬에서의 동선은 별로 나아진 점이 없어 보인다는 점은 그대로. 그리고 있는 개폼 없는 똥폼 다 잡는 인물들만 한다스지만 이번 권에선 삼합회의 보스인 양반이 주윤발의 재래를 보여주는 건액션을 펼쳐주신다. 또한 레비의 록을 향한 애정 고백도 약간....-_- 본편보다 훌륭하다는 생각까지 드는 보너스만화도 건재.


이번 권에선 보다보면 이슬람 투쟁전선에 몸을 담은 일본인이 하나 등장한다. 그 양반이 공산권이 무너지고 민주화 운동은 프롤레타리아를 가장한 잠재적 프티부르주아들의 놀이터가 되버린 이 시대에 대한 우화를 들먹이면서 그러면서도 왜 아직도 그런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대답이 다음과 같다.


-내가 싸움을 그만두지 않는 것은 말야, 형씨. 그 무렵의 내가 아직 살아있단 걸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야. 내 신념을 거짓으로 만들고 싶진 않아.


일본은 1960년대 초에 전세계에 몰아닥친 민주화운동에서 파급된 전공투와 그것이 극단적으로 승계된 적군파 사건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그 이후의 몰락이란 것이 아직 민주화 운동의 당사자들이 살아서 사회 일선에서 있고 그 공과가 이제사 드러나기 시작한 우리나라보다 훨씬 일찍 이루어졌기에 그 이후에 시작된 일련의 후유증들 또한 우리나라보다 빨리 나타났다(물론 우리나라도 같은 시기에 이승만 영감을 몰아낸 4. 19 혁명이 있었지만 5.16 군사 쿠데타에 의해 그 싹은 아작이 난다. 이후 우리나라의 운동권이 일본 전공투 세대의 몰락과 같은 길을 걷게 되기까진 영삼-대중옹이라는 양김씨들 간의 통합 대선 후보 도출 실패에 따른 민주화 세력의 대선 패배와 연세대 점거 사태에까지 이르는 근 30여년 뒤의 시간이 필요하게 된다). 기존 가치관의 붕괴와 바탕을 상실한 세대의 등장, 보헤미안적 정서와 일본이라는 국가에 대한 자기모멸적 태도, 그리고 그에 반발한 극우적 가치관들의 난입 등등.


블랙 라군 3권에서 저 중년 아저씨의 입을 빌어 얘기되는 것도 그런 세상을 떠나서 자신의 신념을 지켜내야 했던 사람의 변명이자 그 시간이 남긴 파장 안에서 자라난 밀리터리 취향의 작가가 몰락한 시간을 위해 준비한 나름의 변명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아저씨가 하는 짓이나 발언들은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총과 전쟁을 사랑하는 이들(레비, 미치광이 쌍둥이 등등)과 별 다를  바가 없다. 그러니까 이 양반이 지켜내야 할 신념이란 결국 전쟁터와 같은 격렬한 공간이 전해주는 그 치열함과 자극이란 말이 된다(앞서서 이 아저씨는 세상 모든 일이 놀이와 같다는 발언도 한다). 이 부분에서 히라노 코우타가 일찌기 <헬싱>에 수록된 단편에서 보여줬던 건액션을 사랑하는 범죄자들과 고리타분한 혁명광, 혹은 나치와 칼잡이 수녀들의 험악한 만남들이 보다 사랑스러운 분위기에서 이뤄져야 했던 이유에 대한 대답이 나오게 된다. 작가에 따르면 그들은 모두 그 난폭함을 사랑하는 족속들이기 때문인 것이다.


극좌와 극우는 만나기 마련이다 라는 진중권의 탁견처럼 극좌나 극우나 아나키나 결국 그 모든 것들의 극단들이 만나게 되는 지점은 폭력에의 매혹이라는 것이 진실이라는 것을 믿는다면, 여기서 보여준 작가의 견해는 그 탁견의 연장이라고도 볼 수 있겠으나.... 결국 이 작품 또한 그에 대한 매혹을 먹이 삼아 만들어지는 그리 진지하지는 않은 작품이란 걸 감안해 볼 때.... 여기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하나의 진실 혹은 의견, 그리고 작가가 가진 무의식적인 영역의 도출, 가장 중요한 결론은 그냥 재밌으면 된다는 것이겠다-_-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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