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www.mediamob.co.kr/MediaMob/Article/ArticleView.aspx?PKId=8783
마광수라는 아이콘과 처음으로 접했던 것은 [사라를 위한 변명]에 실렸던 장정일의 변론을 읽었을 때였다. 한창 재판이 진행중이었던 마광수라는 인물의 위치는 문학적인 측면과는 상관없이 온전히 신문 사회면을 위한 것이었고 장정일은 그의 문학적 성과까지 끌어안으며 그에 대한 옹호를 펼치고 있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검열이라는, 선택받은(누구한테?) 소수의 관음증환자들을 위한 제도가 배제된 시장이 가질 판단의 자유를 지지하고 있었고, 마광수의 소설이 가진 작품성에 대해선 회의적이었다. 읽어보지도 않았으면서(뭐 읽을 기회가 주어져야 말이지).

이후 장정일이 [내게 거짓말을 해봐]로 강금실의 변호를 받으며 법정에 서는 난리통과 겹쳐서 마광수가 문화일보에다 연재하던 머시기 요술램프....인가를 볼 수 있었다. 실제로 그의 작품을 접한 것은 그 때가 처음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끝없이 이어지는 '야한' 꿈의 일대기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그걸로 끝이었다. 감흥없음. 무라카미 류가 결국은 좌절했던 것처럼, 그의 상상력은 이미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다.
[즐거운 사라]를 구하게 된 것은 천호동의 어느 헌책방에서였다. 6쇄본이었던 이 책을, 나는 이미 세파에 질려 무감해진 감각으로 집어들었다. 그리고 읽고, 덮었다. 그때는 군대를 제대한지 1년이 넘었던 시점이었고, 이미 인터넷이 뻗칠대로 뻗친 세상이었다. [즐거운 사라]는 90년대 초반, 1.[오렌지 나라]에 출현했으면 적합했을 법한 여자의 심리를 의도된 천박함과 그를 통해 발가벗긴 정신상태의 묘사를 통해 시대의 풍속을 잘 포착했다. 그러나 그것뿐, 문제는 나에겐 별 자극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과연 이것이 그 시대에 그토록 불온한 책이었던 것일까.
좋아서 죽을려고 한 이문열이 사법당국을 위해 적극적으로 펼쳤던 응원에도 불구하고 마광수의 사법처리에 관련된 과정이 일련의 코미디였다는 건 이제 와선 달리 설명할 필요가 없다. 단적으로 이미 [로빈슨 크루소의 사랑]과 [눈이야기]가 버젓이 출판되던 시절에 연대교수로서의 '권위'를 못 맞춘 모난 정이었던 마광수 교수에 대한 업계 전반(과 관련된 전부)의 태도는 한마디로 마녀사냥, 바로 그것이었다. 장정일은 당시 베스트셀러 10 안에 몇개월 동안 꾸준히 오르락내리락하던 2.헨리밀러의 [북회귀선]을 대체 몇명이나 제대로 읽어봤을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당시 사회가 바라던 것은 이슈, 그것도 자신들의 도덕적 함량의 수위를 묻는 이슈거리였다. 그것은 이 재미없는 소설이 이슈거리가 될만큼 사회가 억압되어 있었다는 뜻이고, 그 욕구불만을 해소하는 동시에 권력이 바라는 사회정체성을 만족시킬 희생양이 필요했다는 뜻이다. [즐거운 사라]와 그것을 놓고 끊임없이 이슈화해서 희생양을 기초로 한 자기만족적이며 폭력적 생산기반을 요구하는 소위 '도덕적인' 사회, 도대체 어느 쪽이 천박한 것인가. 10년도 지난 요즘도 썩 바뀌지 않은 바이긴 하지만 말이다.
얼마 전에 구산역에 있는 헌책방에서 [가자, 장미여관으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선데이 서울이 아쉬울 정도로 싸구려티가 풀풀 나는 그 시집은 페티시즘과 자유연애, 섹스의 황홀함에 대해서 노래하고 있었다. 그런데, 역시 시시했다. 그가 바라던 세상은 인터넷에서 이미 펼쳐지고 있었다. 그가 바라던 욕망이 10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노출되어 있는 세계가 됐다. 그걸 인지한 순간, 나는 처음으로 마광수의 작가적 미래가 궁금해졌다. 하지만 3.돈이 아까워서 책을 사진 못했다. 하지만 위 링크에 실린 인터뷰에서 보이듯이, 그는 너무 늙은 것처럼 보인다. 진심으로, 안타깝게도.
1. 물론 이 영화가 세태풍자를 핑계로 남성이 바라는 성적 환상을 훌륭하게 채워주고 있다는 점에서 마초들에겐 불쾌할 정도로 주체적인 여성의 성적자유를 얘기하고 있는 [즐거운 사라]와는 반대 지점에 있다는 걸 주지해야겠다.
2.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그 책은 화자의 웅얼거리는 독백으로 빼곡하게 채워진 안쪽보다 표지에 떡하니 붙여진 누드화를 보는 게 더 즐거운 작품이었다.
3. 솔직히 말하자면 레어아이템으로서의 가치, 그러니까 사두면 나중에 돈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조금 고민했다. 그러나 마광수가 프리메이슨이거나, 장미십자단의 천 년 묵은 비의를 잘 발라진 매니큐어에 대한 아드레날린 넘치는 묘사에 숨겨두기라도 하지 않은 한 이 물건이 돈이 될 가능성은 요원한 것처럼 보였다. 물론 둘 다 별 가망성은 없는 얘기다. 아나키스트 프리메이슨이 존재한다는 얘긴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