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usic.bugs.co.kr/Info/album.asp?cat=Base&menu=m&Album=20277

차가 끊기게 되면, 아니면 차가 끊길 때까지 기다려서, 결국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면, 나는 클럽으로 갔었다. 평일에 지불해야했던 돈은 5000원. 그러면 버드와이저 한 병과 자빠져서 잘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그 때 자주 가던 클럽은 엔비, 툴과 엠아이였는데, 하룻밤을 보내기엔 그때나 지금이나 득시글거리는 인간들로 가득했던 엔비나 앉을 곳이라곤 짧은 다리로는 부담만 가는 길다란 의자만 배치되어 있고 레이브 음악이 꽝꽝 울려대던 엠아이보다는 소파까지 놓여져 있는데다 하우스-라운지 장르의 음악들을 주로 틀어주던 툴이 훨씬 나았음이라. 테이블마다 놓여있던 새우깡도, 던힐도, 케미컬 브라더스의 믹스가 줄줄이 흘러나오던 북적거리는 주말밤 한가운데에 담배연기를 뿜어내며 괴상한 데생을 그려내던 피어싱한 여자의 부드러웠던 손가락도, 그리고 트립합 파티 때 텅 빈 홀에 물결치는 다운비트와 조명을 바라보며 구석에 박혀서 꿈을 꾸던 때도. 환상처럼 즐겁진 않지만 그렇다고 지루하진 않았던 시간들.

그냥 혼자 다니는 게 좋았던 시절이었다. 사람과의 우연한 만남이 줄 낭만을 믿고 있었고, 라운지 음악들과 허상 같은 시부야케 음악들에 푹 빠져지냈던 시간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모든 것이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체득하게된, 익숙함에 대한 반복되는 사이클.

 

그 모든 일들이 고작 2년동안 일어났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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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상희는 압구정동의 오렌지 걸. 어느날 카페에서 영빈을 발견하고 하룻밤을 지낸다. 영빈은 영화감독 지망생으로 집안의 반대에 부딪히자 혼자 자취생활을 하고 있는 반항아. 일회용 사랑의 생활방식에 길들여져 있던 상희에게 자신만의 꿈을 갖고 사는 영빈은 묘한 매력을 풍기는 존재로 다가온다. 어느날 영빈은 자신의 오토바이에 치인 정원을 알게 되고 상희의 자유분방함과는 또 다른 편안함을 그녀에게서 발견한다. 한편, 영빈과의 관계가 소홀한 틈을 타 평소 안면이 있던 성우와 그의 친구들에게 집단 강간을 당한 상희는 자살을 한다. 상희의 자살 소식와 함께 영빈은 자신이 관심을 보였던 정원이 사실은 상희와의 관계를 끊게 하기 위해 형이 돈으로 고용한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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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종이 나왔다. 그의 최초의 정사씬이라나 뭐라나.... 근데 영화를 보면 썩 매끄럽지 못한 솜씨로 편집된 컷에서 여성상위인 상희가 '하아~' 요 한마디 하더니 일어나서 샤워실로 가버리고 그 밑에 있던 김민종은 아마도 분무기로 훌륭하게 표현된 듯한 땀투성이인 채로 누워있는 장면만 나온다. 그 씬 다음에선 상희가 훌륭한 모양과 볼륨을 갖춘 가슴을 드러내고 샤워하는 장면을 약 20초 가량 보여준다.

이 영화가 기억에 남아있는 이유는 히로인인 상희의 멋진 가슴과 김민종의 방에 걸려있던 [엔젤하트]의 포스터, 아울러 사방팔방에서 툭하면 눈에 띄던 [베티블루]의 포스터와 그 영화를 노골적으로 흉내낸 블루톤의 화면, 그리고 소설까지 읽어버린 나의 열성 덕인데, 그 소설에서 보여지는 섹스 묘사는 [즐거운 사라]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얼마나 부당한 것이었는지를 증명해 줄 또하나의 자료로 써도 괜찮을 정도로 걸직했다(동시에 소설까지 찾아본 나의 노력에 어느 정도 정당성을 부여해줬다). 영화도 별 의미가 부여되지 않는 섹스씬을 무척이나 집착적인 감미로움으로 열심히 잡아내고 있는데 알고보니 이 영화의 감독이 [매춘]으로 80년대 말, 사창가 영화의 상업적 정점을 찍었던 유진선 감독이었다.

영화적 가치에 대해 묻는다면 이 영화가 인생의 오점이 될 겨를이 생기지 않도록 이후 수많은 졸작들을 통해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정력적으로 채워넣은 김민종의 자세는 탁월했다고 말해줄 수 있을 정도다.

 

뭐 이렇게 자세하게 알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내 책상 밑 어느 구석에 이 영화의 비디오 테이프가 박혀있다는 것을 고백할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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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mediamob.co.kr/MediaMob/Article/ArticleView.aspx?PKId=8783

마광수라는 아이콘과 처음으로 접했던 것은 [사라를 위한 변명]에 실렸던 장정일의 변론을 읽었을 때였다. 한창 재판이 진행중이었던 마광수라는 인물의 위치는 문학적인 측면과는 상관없이 온전히 신문 사회면을 위한 것이었고 장정일은 그의 문학적 성과까지 끌어안으며 그에 대한 옹호를 펼치고 있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검열이라는, 선택받은(누구한테?) 소수의 관음증환자들을 위한 제도가 배제된 시장이 가질 판단의 자유를 지지하고 있었고, 마광수의 소설이 가진 작품성에 대해선 회의적이었다. 읽어보지도 않았으면서(뭐 읽을 기회가 주어져야 말이지).

이후 장정일이 [내게 거짓말을 해봐]로 강금실의 변호를 받으며 법정에 서는 난리통과 겹쳐서 마광수가 문화일보에다 연재하던 머시기 요술램프....인가를 볼 수 있었다. 실제로 그의 작품을 접한 것은 그 때가 처음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끝없이 이어지는 '야한' 꿈의 일대기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그걸로 끝이었다. 감흥없음. 무라카미 류가 결국은 좌절했던 것처럼, 그의 상상력은 이미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다.

[즐거운 사라]를 구하게 된 것은 천호동의 어느 헌책방에서였다. 6쇄본이었던 이 책을, 나는 이미 세파에 질려 무감해진 감각으로 집어들었다. 그리고 읽고, 덮었다. 그때는 군대를 제대한지 1년이 넘었던 시점이었고, 이미 인터넷이 뻗칠대로 뻗친 세상이었다. [즐거운 사라]는 90년대 초반, 1.[오렌지 나라]에 출현했으면 적합했을 법한 여자의 심리를 의도된 천박함과 그를 통해 발가벗긴 정신상태의 묘사를 통해 시대의 풍속을 잘 포착했다. 그러나 그것뿐, 문제는 나에겐 별 자극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과연 이것이 그 시대에 그토록 불온한 책이었던 것일까.

좋아서 죽을려고 한 이문열이 사법당국을 위해 적극적으로 펼쳤던 응원에도 불구하고 마광수의 사법처리에 관련된 과정이 일련의 코미디였다는 건 이제 와선 달리 설명할 필요가 없다. 단적으로 이미 [로빈슨 크루소의 사랑]과 [눈이야기]가 버젓이 출판되던 시절에 연대교수로서의 '권위'를 못 맞춘 모난 정이었던 마광수 교수에 대한 업계 전반(과 관련된 전부)의 태도는 한마디로 마녀사냥, 바로 그것이었다. 장정일은 당시 베스트셀러 10 안에 몇개월 동안 꾸준히 오르락내리락하던 2.헨리밀러의 [북회귀선]을 대체 몇명이나 제대로 읽어봤을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당시 사회가 바라던 것은 이슈, 그것도 자신들의 도덕적 함량의 수위를 묻는 이슈거리였다. 그것은 이 재미없는 소설이 이슈거리가 될만큼 사회가 억압되어 있었다는 뜻이고, 그 욕구불만을 해소하는 동시에 권력이 바라는 사회정체성을 만족시킬 희생양이 필요했다는 뜻이다. [즐거운 사라]와 그것을 놓고 끊임없이 이슈화해서 희생양을 기초로 한 자기만족적이며 폭력적 생산기반을 요구하는 소위 '도덕적인' 사회, 도대체 어느 쪽이 천박한 것인가. 10년도 지난 요즘도 썩 바뀌지 않은 바이긴 하지만 말이다.

얼마 전에 구산역에 있는 헌책방에서 [가자, 장미여관으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선데이 서울이 아쉬울 정도로 싸구려티가 풀풀 나는 그 시집은 페티시즘과 자유연애, 섹스의 황홀함에 대해서 노래하고 있었다. 그런데, 역시 시시했다. 그가 바라던 세상은 인터넷에서 이미 펼쳐지고 있었다. 그가 바라던 욕망이 10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노출되어 있는 세계가 됐다. 그걸 인지한 순간, 나는 처음으로 마광수의 작가적 미래가 궁금해졌다. 하지만 3.돈이 아까워서 책을 사진 못했다. 하지만 위 링크에 실린 인터뷰에서 보이듯이, 그는 너무 늙은 것처럼 보인다. 진심으로, 안타깝게도.

 

1. 물론 이 영화가 세태풍자를 핑계로 남성이 바라는 성적 환상을 훌륭하게 채워주고 있다는 점에서 마초들에겐 불쾌할 정도로 주체적인 여성의 성적자유를 얘기하고 있는 [즐거운 사라]와는 반대 지점에 있다는 걸 주지해야겠다.

2.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그 책은 화자의 웅얼거리는 독백으로 빼곡하게 채워진 안쪽보다 표지에 떡하니 붙여진 누드화를 보는 게 더 즐거운 작품이었다.

3. 솔직히 말하자면 레어아이템으로서의 가치, 그러니까 사두면 나중에 돈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조금 고민했다. 그러나 마광수가 프리메이슨이거나, 장미십자단의 천 년 묵은 비의를 잘 발라진 매니큐어에 대한 아드레날린 넘치는 묘사에 숨겨두기라도 하지 않은 한 이 물건이 돈이 될 가능성은 요원한 것처럼 보였다. 물론 둘 다 별 가망성은 없는 얘기다. 아나키스트 프리메이슨이 존재한다는 얘긴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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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afe.daum.net/frogboystory

오래된 이야기. 그러나 이 사건의 주위를 돌고 있는 음울함은 축축한 늪지처럼 사람을 끌어들인다.

카페 메뉴 대부분은 메뉴제목 그대로의 내용들을 보여주고 있고 개구리 소년 이야기 메뉴에서 김가원이 만들어낸 가설과 그를 증명하는 과정의 전량이 소설화되어 올라와 있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실패담이다. 그러나 흥미있는 실패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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