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상희는 압구정동의 오렌지 걸. 어느날 카페에서 영빈을 발견하고 하룻밤을 지낸다. 영빈은 영화감독 지망생으로 집안의 반대에 부딪히자 혼자 자취생활을 하고 있는 반항아. 일회용 사랑의 생활방식에 길들여져 있던 상희에게 자신만의 꿈을 갖고 사는 영빈은 묘한 매력을 풍기는 존재로 다가온다. 어느날 영빈은 자신의 오토바이에 치인 정원을 알게 되고 상희의 자유분방함과는 또 다른 편안함을 그녀에게서 발견한다. 한편, 영빈과의 관계가 소홀한 틈을 타 평소 안면이 있던 성우와 그의 친구들에게 집단 강간을 당한 상희는 자살을 한다. 상희의 자살 소식와 함께 영빈은 자신이 관심을 보였던 정원이 사실은 상희와의 관계를 끊게 하기 위해 형이 돈으로 고용한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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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종이 나왔다. 그의 최초의 정사씬이라나 뭐라나.... 근데 영화를 보면 썩 매끄럽지 못한 솜씨로 편집된 컷에서 여성상위인 상희가 '하아~' 요 한마디 하더니 일어나서 샤워실로 가버리고 그 밑에 있던 김민종은 아마도 분무기로 훌륭하게 표현된 듯한 땀투성이인 채로 누워있는 장면만 나온다. 그 씬 다음에선 상희가 훌륭한 모양과 볼륨을 갖춘 가슴을 드러내고 샤워하는 장면을 약 20초 가량 보여준다.

이 영화가 기억에 남아있는 이유는 히로인인 상희의 멋진 가슴과 김민종의 방에 걸려있던 [엔젤하트]의 포스터, 아울러 사방팔방에서 툭하면 눈에 띄던 [베티블루]의 포스터와 그 영화를 노골적으로 흉내낸 블루톤의 화면, 그리고 소설까지 읽어버린 나의 열성 덕인데, 그 소설에서 보여지는 섹스 묘사는 [즐거운 사라]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얼마나 부당한 것이었는지를 증명해 줄 또하나의 자료로 써도 괜찮을 정도로 걸직했다(동시에 소설까지 찾아본 나의 노력에 어느 정도 정당성을 부여해줬다). 영화도 별 의미가 부여되지 않는 섹스씬을 무척이나 집착적인 감미로움으로 열심히 잡아내고 있는데 알고보니 이 영화의 감독이 [매춘]으로 80년대 말, 사창가 영화의 상업적 정점을 찍었던 유진선 감독이었다.

영화적 가치에 대해 묻는다면 이 영화가 인생의 오점이 될 겨를이 생기지 않도록 이후 수많은 졸작들을 통해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정력적으로 채워넣은 김민종의 자세는 탁월했다고 말해줄 수 있을 정도다.

 

뭐 이렇게 자세하게 알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내 책상 밑 어느 구석에 이 영화의 비디오 테이프가 박혀있다는 것을 고백할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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