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usic.bugs.co.kr/Info/album.asp?cat=Base&menu=m&Album=20277

차가 끊기게 되면, 아니면 차가 끊길 때까지 기다려서, 결국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면, 나는 클럽으로 갔었다. 평일에 지불해야했던 돈은 5000원. 그러면 버드와이저 한 병과 자빠져서 잘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그 때 자주 가던 클럽은 엔비, 툴과 엠아이였는데, 하룻밤을 보내기엔 그때나 지금이나 득시글거리는 인간들로 가득했던 엔비나 앉을 곳이라곤 짧은 다리로는 부담만 가는 길다란 의자만 배치되어 있고 레이브 음악이 꽝꽝 울려대던 엠아이보다는 소파까지 놓여져 있는데다 하우스-라운지 장르의 음악들을 주로 틀어주던 툴이 훨씬 나았음이라. 테이블마다 놓여있던 새우깡도, 던힐도, 케미컬 브라더스의 믹스가 줄줄이 흘러나오던 북적거리는 주말밤 한가운데에 담배연기를 뿜어내며 괴상한 데생을 그려내던 피어싱한 여자의 부드러웠던 손가락도, 그리고 트립합 파티 때 텅 빈 홀에 물결치는 다운비트와 조명을 바라보며 구석에 박혀서 꿈을 꾸던 때도. 환상처럼 즐겁진 않지만 그렇다고 지루하진 않았던 시간들.

그냥 혼자 다니는 게 좋았던 시절이었다. 사람과의 우연한 만남이 줄 낭만을 믿고 있었고, 라운지 음악들과 허상 같은 시부야케 음악들에 푹 빠져지냈던 시간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모든 것이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체득하게된, 익숙함에 대한 반복되는 사이클.

 

그 모든 일들이 고작 2년동안 일어났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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