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에 촬영을 완료했음에도 2004년 국제영화제 상영 및 로드쇼를 거쳐 2005년 초입에야 디비디가 발매된 느릿한 행보처럼 영화는 더없이 느린 호흡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도쿄 외곽에 자리한 한적한 시골이라는 환경설정, 별 트러블 없이 느적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일상을 풀어나가는 가족들. 적당히 일탈적이며 코믹스러운 사람들과 사건들.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웃집 토토로]로 50년대의 일본을 그릴 때 목적했던 행복한 환상적 공간으로서의 일상이라는 방향과 일치되는 길을 나아가는 이 영화는 커다란 줄기로서의 이야기는 없고 가족들 개개인의 소소한 삶에 대한 단편적인 편린으로 이뤄지며 그 모든 일상에 관한 동화적 채색의 결과들이 녹색톤으로 아름답게 펼쳐지는 풍광과 더불어 꿈속을 나긋나긋하게 걸어다니는 것처럼 묘사된다. 그러나 보는 동안 타르코프스키가 가면라이더를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이 영화에서 제목 그대로 담백쌉싸름한 녹차와 같은 맛을 내는 걸 느끼려면 보는 이에 따라선 인내심, 혹은 기대에의 포기라는 방법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2004년 부천국제영화제 상영작.
1. 사족을 달자면 일본영화의 보편적 특성은 너무 결정적인 순간에 자주 쓰이는 한컷에 드러나는 인물들의 무표정과 정지화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폭발 직전의 감정의 정지상태에 대한 애착? 암튼, 그런 의미에서 또하나의 일본영화.
2. 소문대로 카메오들이 잔뜩 나오긴 하는데 이쪽 분야에 발이 좁은 나로선 역시나 안노 히데아키와 쿠사나기 츠요시만 확인. 만화가 화실에 붙어있던 그림은 안노 모요코 것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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