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기로 현대지능개발사라는 출판사는, 아주 오랜 옛날에 괴수대백과 사전이나 천원짜리 마술책, 요괴의 성 게임북 같은 걸 내놓던 데가 아니었나 싶었다. 그런데 얼마 전서부터 야오이, 그것도 이마 이치코나 요시나가 후미 같은 유명작가들의 강도가 쎈 편인 만화들을 전문으로 출판하는 레이블이 되있었다. 뭐, 이 시점서부터 그 옛날 추억의 출판사와 현재 이 회사와의 관련성에 대해선 상당히 회의하게 됐지만.

암튼 강도가 있다보니 당연히 일본에서도 오오바출판 같은 대개 마이너한 출판사에서 출판되는 것들이라 계약금이야 당연히 좀 싼 편일테고 야오이란 장르는 고정수요가 꾸준하게 있으니 나름대론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할려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이 출판사에서 나온 이마 이치코의 [웃지않는 인어]를 보게됐다. 내용은 이마 이치코 만화치곤 꽤 술술 읽히는 편이며 당연히 야오이. [낙원까지 조금만 더]의 모태가 된 초기단편이 실렸다는 게 특기할 사항. 그런데.... 이거 표지가 아주 [엠마]를 떠올리게 만드는 질감이다. 그리고 A5사이즈.... 물론 가격은 좀 비싼 4000원. 으음, 이 디자인에 있어서의 대담함은 판매호조에 따른 자신감의 표출인가..... 그러고보니 작달만한 출판사에 하위 레이블이 많기도 많다. 뉴루비, 루비, 슈퍼루비, 비투비, 러쉬노벨, 클릭로맨스.... 어쩌면 소녀들의 서브컬쳐에선 꽤 유명한 회사일 수도 있겠다.

심심해서 더 뒤적이다보니..... 회사 등록 제300-1979-17호.... 1979년 9월 7일.....

 

추억 속 그 회사가 맞는 건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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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5-07-31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마 이치코의 그 묘하게 색기 흐르는 그림 좋아해요. 요시나가 후미는 영 별로.
웃지않는 인어 재미있겠어요. 만화 정보를 자주 얻어가는군요. 땡스.

poptrash 2005-07-31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임북... 게임북 생각나네요. '자 이 상황에서 주인공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한방 먹인다 -> 21페이지로, 무릎꿇고 빈다 -> 76페이지로' 좋아했어요 그거. 그러고보니 어쩐지 많이 들어본 듯한 출판사 이름인 것 같기도 하고...

hallonin 2005-07-31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마 이치코 만화치곤 음.... 좀 별로였습니다.

hallonin 2005-07-31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좋았죠. 세사미에서 나온 보드게임들도.... 그것들을 다 어따 갖다버렸는지 원.
 



(LC30)

이제사 깨달은 건데, 난 피사체들을 공허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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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9 0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llonin 2005-07-29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감사....
 



photo by Ju

월정 전시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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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usic.bugs.co.kr/Info/album.asp?cat=Base&menu=m&Album=6922

예전에, 한창 판테라니 스톤 템플 파일럿츠니를 들을 때, 난 웃기게도 마이클 잭슨을 무시하고 다녔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전형적인 선민의식이자 꼴값 떠는 락애호가의 모습을 여한없이 보여줬던 셈인데 그때 나의 무지가 어느 정도였었나 하면 건즈앤로지즈 1집을 신물나게 듣고 다니면서도 슬래쉬가 마이클 잭슨의 기타리스트가 된 게 오래 전 얘기라는 걸 인식하지 못하고 살았던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 어이가 없는 일이긴 하지만.

마이클 잭슨의 이 리믹스 앨범은 히스토리에서부터 시작된 그의 상업적 몰락을 보여주는 앨범이긴 한데, 미국에선 100만을 겨우 채웠나 못 넘겼나 했지만 전세계적으론 천만장 이상이 팔렸고 특히 테크노 댄스와 리믹스앨범이 득세하던 유럽에서 좋은 성과를 얻었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나라 발매판에서는 2번 트랙인 'Morphine'이 삭제된 채로 발매됐다고, 최근에야 알았기 때문에 하마터면 공돈 날릴 뻔 했다. 왜냐하면 대체적으로 리믹스된 곡들이 부실한 반면 새로 들어간 5곡의 퀄리티가 출중한 편인데 그중 'Morphine'은 거의 최강이기 때문이다. 다행이 벅스에는 앨범 전곡이 그대로 올라와 있다. 벅스의 소니 계열 앨범 해금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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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츠바랑! 3
아즈마 키요히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신드롬에 가까운 현상을 불러 일으켰던 [아즈망가 대왕]의 작가가 내는 후속작이 어떤 작품이 될지는 [아즈망가 대왕]이 끝나는 그 시점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4컷 만화라는 마이너한 형식으로 웬만한 주간 연재작을 훌쩍 뛰어넘는 인기를 구가했던 [아즈망가 대왕]은 미디어믹스를 통해 그 인기가 절정에 달했을 바로 그 지점에서 완결을 지었다는 점에서 만화 작품으로서 쉽지 않은 미덕을 보여줬다. 전 4권이라는 간결한 분량으로 끝을 맺은 작가 아즈마 키요히코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아즈망가는 여기서 다 보여줬다고 하면서 차기작 준비에 들어갔고 그렇게 준비된 [요츠바랑!]은 월간 전격대왕에 연재되기 시작하여 2003년 9월 15일, 그 첫 단행본을 내놨다.

[아즈망가 대왕]은 18금 동인지 출신 작가가 그린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차분하고 무자극적인 작품이었다. 대부분의 동인 출신 작가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매니악한 취향에 대한 팬층의 지지를 과신하거나 스스로의 작화 실력에 경도된 나머지 제대로 된 작품을 내놓은 사람이 거의 없다는 걸 기억하자면 아즈마 키요히코가 [아즈망가 대왕]에서 보여줬던 신중함과 4컷 만화라는 장르에 대한 이해는 놀랄만 한 것이었다. 그는 개성이 강하지만 결국은 평범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여고생들의 1학년에서 3학년까지 이르는 생활을 담담하지만 유머스럽게 보여준다. 천성적으로 낙천주의자들인 [아즈망가 대왕]의 캐릭터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고도 즐겁게 학교 생활을 영위해 나간다. 그 자연스러움과 생동감에 보는 이가 충분히 부러워질 정도로.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것은 우리가 놓쳐왔던 너무나 평범한 이야기들의 모음이었다. 이 작품에서 섹스와 폭력, 학원 문제와 입시 문제 등등, 여러 현실적 차원에서의 문제들이 의식적으로 배제되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순 없지만 그렇게해서 드러난 여고생들의 삶 또한 진실의 한 축을 맡고 있는 것이기에 무시할 순 없는 것이다(또한 우리가 너무도 쉽게 간과해왔던 것들이다). 무엇보다도 그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유쾌한 사건들에 우리들은 슬며시 웃음 짓곤 하지 않았는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정작 제대로 잡아내진 못하던 개성 있는 빛의 세계를 포착했다는 것이 [아즈망가 대왕]의 성공의 축이었다.

[요츠바랑!]은 [아즈망가 대왕]의 성공으로 입지를 굳힌 작가가 자신에게 성공을 가져왔던 길을 따라 다시금 보여주는 보다 여유로운 '착한 세상'에 대한 이야기다. 아버지와 단 둘이 한적한 마을로 이사를 오게 된 요츠바라는 혈기왕성한 꼬마 소녀가 보는 세상은 더없이 일상적인 즐거움으로 가득한 공간이다. 이제 막 세상에 대해 알기 시작하는 요츠바와 그 주변의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한마디로 '대단히 심심하다.' [아즈망가 대왕]에서 보여준 개성들이 너무 쎘던 탓인지 같은 그림으로 그려진 인물들이 보여주는 카리스마(...)는 전작에 비하면 더없이 약하고 [아즈망가 대왕]이 보여줬던 아우라에 푹 빠져있던 이들은 [요츠바랑!]에의 몰입을 힘들어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작가는 꿋꿋이 밀어부쳤다. 그래서 그 담담함의 여유를 버리지 않는 작가 덕에 밋밋하기만 하던 [요츠바랑!]의 등장인물들에겐 생명이 불어넣어지고 밝은 유머엔 슬슬 물이 오르기 시작한다. 요츠바는 내내 쉬지 않고 즐거워한다. 소위 우리가 아이답다고 하는 감수성의 가장 민감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요츠바에게선 당최 어둠을 찾을 수 없다. 아니, 그 주변에서도 어둠은 없다. 이제 막 세상을 알기 시작한 요츠바와 그녀의 충실한 조력자들은 평온한 삶의 가치를 일깨우려고 동분서주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즈망가 대왕]으로 확실한 지지층을 확보하게 된 작가가 이 분위기를 쉽게 저버릴 것 같지는 않다. [요츠바랑!]이 보여주는 세상은 (이제 와선) 그리 흔한 세상이 아니다. 하지만 읽는 동안 심심하다고 생각했던 그 착한 세상이, 읽고 난 후 조금 더 보고 싶어졌다면 이것은 성공했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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