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츠바랑! 3
아즈마 키요히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신드롬에 가까운 현상을 불러 일으켰던 [아즈망가 대왕]의 작가가 내는 후속작이 어떤 작품이 될지는 [아즈망가 대왕]이 끝나는 그 시점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4컷 만화라는 마이너한 형식으로 웬만한 주간 연재작을 훌쩍 뛰어넘는 인기를 구가했던 [아즈망가 대왕]은 미디어믹스를 통해 그 인기가 절정에 달했을 바로 그 지점에서 완결을 지었다는 점에서 만화 작품으로서 쉽지 않은 미덕을 보여줬다. 전 4권이라는 간결한 분량으로 끝을 맺은 작가 아즈마 키요히코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아즈망가는 여기서 다 보여줬다고 하면서 차기작 준비에 들어갔고 그렇게 준비된 [요츠바랑!]은 월간 전격대왕에 연재되기 시작하여 2003년 9월 15일, 그 첫 단행본을 내놨다.

[아즈망가 대왕]은 18금 동인지 출신 작가가 그린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차분하고 무자극적인 작품이었다. 대부분의 동인 출신 작가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매니악한 취향에 대한 팬층의 지지를 과신하거나 스스로의 작화 실력에 경도된 나머지 제대로 된 작품을 내놓은 사람이 거의 없다는 걸 기억하자면 아즈마 키요히코가 [아즈망가 대왕]에서 보여줬던 신중함과 4컷 만화라는 장르에 대한 이해는 놀랄만 한 것이었다. 그는 개성이 강하지만 결국은 평범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여고생들의 1학년에서 3학년까지 이르는 생활을 담담하지만 유머스럽게 보여준다. 천성적으로 낙천주의자들인 [아즈망가 대왕]의 캐릭터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고도 즐겁게 학교 생활을 영위해 나간다. 그 자연스러움과 생동감에 보는 이가 충분히 부러워질 정도로.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것은 우리가 놓쳐왔던 너무나 평범한 이야기들의 모음이었다. 이 작품에서 섹스와 폭력, 학원 문제와 입시 문제 등등, 여러 현실적 차원에서의 문제들이 의식적으로 배제되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순 없지만 그렇게해서 드러난 여고생들의 삶 또한 진실의 한 축을 맡고 있는 것이기에 무시할 순 없는 것이다(또한 우리가 너무도 쉽게 간과해왔던 것들이다). 무엇보다도 그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유쾌한 사건들에 우리들은 슬며시 웃음 짓곤 하지 않았는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정작 제대로 잡아내진 못하던 개성 있는 빛의 세계를 포착했다는 것이 [아즈망가 대왕]의 성공의 축이었다.

[요츠바랑!]은 [아즈망가 대왕]의 성공으로 입지를 굳힌 작가가 자신에게 성공을 가져왔던 길을 따라 다시금 보여주는 보다 여유로운 '착한 세상'에 대한 이야기다. 아버지와 단 둘이 한적한 마을로 이사를 오게 된 요츠바라는 혈기왕성한 꼬마 소녀가 보는 세상은 더없이 일상적인 즐거움으로 가득한 공간이다. 이제 막 세상에 대해 알기 시작하는 요츠바와 그 주변의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한마디로 '대단히 심심하다.' [아즈망가 대왕]에서 보여준 개성들이 너무 쎘던 탓인지 같은 그림으로 그려진 인물들이 보여주는 카리스마(...)는 전작에 비하면 더없이 약하고 [아즈망가 대왕]이 보여줬던 아우라에 푹 빠져있던 이들은 [요츠바랑!]에의 몰입을 힘들어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작가는 꿋꿋이 밀어부쳤다. 그래서 그 담담함의 여유를 버리지 않는 작가 덕에 밋밋하기만 하던 [요츠바랑!]의 등장인물들에겐 생명이 불어넣어지고 밝은 유머엔 슬슬 물이 오르기 시작한다. 요츠바는 내내 쉬지 않고 즐거워한다. 소위 우리가 아이답다고 하는 감수성의 가장 민감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요츠바에게선 당최 어둠을 찾을 수 없다. 아니, 그 주변에서도 어둠은 없다. 이제 막 세상을 알기 시작한 요츠바와 그녀의 충실한 조력자들은 평온한 삶의 가치를 일깨우려고 동분서주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즈망가 대왕]으로 확실한 지지층을 확보하게 된 작가가 이 분위기를 쉽게 저버릴 것 같지는 않다. [요츠바랑!]이 보여주는 세상은 (이제 와선) 그리 흔한 세상이 아니다. 하지만 읽는 동안 심심하다고 생각했던 그 착한 세상이, 읽고 난 후 조금 더 보고 싶어졌다면 이것은 성공했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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