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nhncorp.이 분당으로 옮겨짐에 따라 그동네에서 일을 하게 됐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지하철 분당선의 괴이쩍은 냄새가 반가웁다....기 보다는 싫다. 이 냄새. 분당선 지하철 안에서만 맡을 수 있는 눌은 냄새.

계획도시다운 삭막함 속에 샐러리맨에게 더없이 친절하고 기능집중적으로 만들어진 콘크리트 덩어리들의 모습은 여전했다. 아침부터 푹푹 찌는 날씨 속에서 아직도 지어지고 있는 고층거울벽 빌딩들과 막 공사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있는 인부들의 거무스름한 기름에 절은 뺨 위로 줄줄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부담스럽다. 콘크리트 건물 바로 앞으로 지나가는 고속도로와 아직 채 부수지 못한 야트막한 언덕 같은 산 하나. 반대편으론 꽉 찬 아파트 단지와 단조로운 디자인을 요란스러운 네온으로 채운 간판들로 주렁주렁 장식된 대형건물들.

키리코의 대낮 같은 시간에 공포와 불안이 가능하다면, 바로 이런 곳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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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5-08-05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리코의 그림을 진짜로 떠올렸는데, 글 안 남길 수 없군요.
암튼 표현력 하나는.

hallonin 2005-08-05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하는 데가 8층에 자리잡아버리는 바람에 점심 먹을 때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느라 아주 고역입니다-_-
 



아는 양반중 하나가 혼자서 다녀오기로 한 롤링홀에서 열리는 크라잉넛-더 브레이버리 콘서트를 복통과 두통과 구토의 삼중주로 포기하는 덕에 대신 다녀오게 됐다. 뭐 별다른 의미는 없고, 말그대로 벼락치기처럼 갑작스럽게 이뤄진 일이라 브레이버리가 뭐하는 놈들인지도 모른 체 그저 공짜라면 좋아서 실실거리며 갔었음이다.

럭스의 지랄쑈가 있은 이후의 펑크락 공연이라 다소 위축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뭐, 이 바닥에 있는 인간들이 그런 일 벌어지면 더 지랄하지 쫄아서 기어다닐 사람들인가. 첫번째 공연을 맡은 크라잉넛의 보컬인 박윤식은 아예 대놓고 비록 욱일승천기는 아녔지만 클래쉬 티셔츠를 입고 나옴으로써 현재 언론에서 벌어지고 있는 마녀사냥에 대한 비웃음과 해명을 동시에 흘렸다. 확실히 크라잉넛은 현장용 밴드다. 그들의 노래는 현장에서 듣지 않으면 절대 그 쾌감을 알 수 없는 노래다. 스웨덴에서 있었던 락페스티벌에서 막 다녀왔다는 그들은 펑크가 단순히 가수 혼자만으로 이뤄지는 음악이 아니라는 걸 10여년이 된 관록의 밴드다운 여유로 존나게 질러버리는 능력을 보여줬다.

 

 

 

http://music.bugs.co.kr/Info/album.asp?cat=Base&menu=m&Album=27264

그리고 이 친구들. 이들의 노래가 삽입된 [나이트워치]의 개봉과 더불은 런칭이었던 이날 공연에서 이들은 크라잉넛과 맞먹는 쌩지랄쑈를 보여줘서 수많은 슬래머들에게 개감동을 선사해줬다. 예정보다 20분 정도 늦게 무대에 오른 이 밴드는 내가 기억하던 [나이트워치]에서 나왔던 노래의 브릿팝적 말랑말랑함은 싹 없앤 상태였다. 샘 앤디콧의 퇴폐적인 목소리와 80년대 뉴웨이브의 향수가 어우러진 모던록으로 특징지워지는 스튜디오 앨범의 나긋함은 퇴폐적인 괴성과 듣는 사람 가만 있지 못하게 만드는 펑크사운드로 바뀌어 그 큰 몸집을 한 놈들이 펑펑 뛰어다니면서 스테이지를 땀과 괴성으로 장식하니 홀에 있는 인간들도 막판에 가자 완전히 맛탱이가 가버렸다.

7시 50여분쯤에 시작한 공연이 끝난 건 9시 50분 즈음. 난데없이 간 공연이긴 했지만 꽤 만족했다. 간만에 인간들 슬램도 맘껏 구경하고.... 나야 나이가 있어서-_- ...라기보단 짐 때문에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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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5-08-04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의 한 행사에 클라잉넛이 초대된 적이 있어요. 올 4월이었는데, 야외무대에서 클라잉넛의 음악을 들으면서 혼자 감탄했었는데, 놀라운 사실은 제 주변에 있던 회사사람들 중에 클라잉넛을 아는 사람이 단 한사람도 없었다는 것. 크..

2005-08-04 0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llonin 2005-08-04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어떤 회사길래-_-
 



http://music.bugs.co.kr/Info/album.asp?cat=Base&menu=m&Album=22110

하이브리드는 어떻게 진화해나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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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동화백이 양영순을 가리켜 우주에서 떨어진 것 같다고 표현했을 때, 난 동의할 수 없었다. 당시 이미 수많은 프랑스서원산 에로만화들의 상상력에 찌들어있던 나로선 그때 한국현실에서 섹스를 소재로 만화를 그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간과했던 것이다. 그런 탓에 [누들누드]에서 상상력과 현실 간의 절충적 절묘함이 아닌 답답함만을 봤던 난 이후 그가 [철견무적]의 실패 이후 스포츠신문과 영지의 단막극의 세계로 침잠해 들어갈 때, 그리고 그 안에서 장르를 통해 뽑아낼 수 있는 멋진 에피소드들을 만들어낼 때도, 이야~ 센스있는 만화가구나.... 하는 정도의 생각이었다. 그것은 박재동화백이 표현했던 그 평가와는 아직 거리가 먼 영역에서의 인식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1001]은, 그가 괴물이었음을 알려주는 만화다. 난 드디어 이 작가가 우주에서 떨어진 작가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교묘하게 센티멘탈리즘을 자극하는 스토리텔링이 가지는 고전적 풍모의 탁월함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양영순은 이 작품에서 강도하의 [위대한 캣츠비]와 더불어 장편 웹툰의 모범답안을 제시했다.

전부터 지적됐던 바이지만 웹툰의 구조에서 기존의 만화형식들에서 보여주는 배경과 인물에 대한 디테일함이 그 효과를 쉬이 드러내긴 태생적으로 힘들다. 그렇지만 [1001]은 되려 그런 단점을 장점으로 밀어부쳤다. 웹문서의 스크롤바식 서사구조를 세로식 그림으로 풀어낸 [1001]의 형식에서 연출의 주안은 기존의 만화들이 보여줬던 세세한 디테일함이 거세된 자리에 단막극을 통해 단련된 양영순의 만화 스타일이 그 빈자리에 들어가 채워진 결과로 드러나고 있다.

기실 스포츠신문에서 이어진 웹툰의 단막극들이 그리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까닭은 마치 [1001]속 세라자드처럼, 매일매일 변덕스러운 네티즌들의 순간적 감수성을 자극해야 먹고 살 연재가 떨어지지 않는 작가들의 활로개척의 결과라고 봐야할 것이다. 따라서 웹툰의 작화는 필연적으로 작중의 사건과 상황에 대한 집중적이며, 명료한 시선을 보장해야 한다. 그리는 것만큼이나 생략의 묘미 또한 고려해야 하는 그런 단막극의 구조 속에서 필요한 것에 대한 단순하고도 확실한 선택법에서 이 낯선 세로서사구조의 인물들이 생명을 얻게될 방법이 발견됐다. 방법론적으로 볼 때, [1001]에서 보는 이는 웹툰단막극의 이해조건을 충실하게 지켜주는 구성으로 인해 독법에 있어서도 같은 독법을 보장받게된다. 그것은 이 이야기들이 가지는 보편적 감수성과 더불어 단막극 특유의 강조법으로 확장된 인물들의 표정과 컷구성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양영순에 의해 [1001]이 짧은 시간동안 효과적으로 독자에게 박혀오게 만드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실제로 [1001]에서 단순하게 처리된 배경이나 컷구성의 명료함에도 불구하고 보는 이는 지루하거나 질릴 겨를이 없다. 느껴지는 건 오직 만화 속 인물들의 감정의 흐름에 대한 놀라울 정도의 일체감이다.

재밌는 것은 이것이 바로 이제까지 양영순이 가졌던 한계였던 점이란 사실이다. 그가 영점프에 연재했던 [철견무적]은 [누들누드]의 단막극 형식에 너무 깊이 들어가버린 작가가 보여준 한계였다. 장편의 호흡을 끌어가기에 각 컷들은 너무 빈한했고 스토리는 조급증을 내는 것 같았다. 하지만 [1001]에서 양영순은 웹툰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컷구성의 묘미를 바탕으로 하여 빈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작품을 단막극적 연출을 통한 인물의 감정과 사건상황의 확장들로 채우고 액자식 에피소드의 나열을 통해 작품의 긴장감을 꾸준히 유지하게 만들었다. 양영순은 단막극과 장편만화의 결합을 웹툰이라는 도구 속에서 성공적으로 완성시키고 형식을 창조해냈다. 이것은 단순히 걸출한 만화의 탄생이 아니라 장르의 재구성에 가까운 결과다.

그가 차기작으로 얘기하고 있는 것은 일전에, 폭력의 극한을 그려보이겠다고 했었지만 실패했던 [철견무적]의 재창작. 이미 결혼까지 해버린 터라 세계관이 많이 바뀐 듯한 그(관련 코멘트 : “그때는 폭력 장면이 많았는데 이제는 ‘근육질 남자들의 사랑’을 보여주고 싶습니다.”)가 어떤 세계를 보여주게 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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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5-08-02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재미있는 싸이트네요. 좋은데요?
(일전에 올려주신 미스터 야의 충격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요. -_-)

hallonin 2005-08-02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있는 사람만 누지르라고 써놨었는데... 뭐, 나름대론 색다른 경험이었으리라 믿습니다-_-
 

“퇴폐팀 블랙리스트를”
 
[헤럴드경제 2005-08-01 12:11] 
 
 
이명박 서울시장 지시
사회적 통념에 맞지 않는 퇴폐적인 공연을 하는 팀의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서울시 산하 공연에는 초청하지 않도록 하라.” 이명박 서울시장은 지난달 30일 MBC ‘음악캠프’ 출연자의 알몸 노출 방송사고와 관련, 1일 오전 서울시 정례 간부회의에서 “서울시가 각 구청을 통해 그러한 공연이 불법으로 이뤄지는 곳이 어디인지 일제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지시했다.

이 시장은 “당사자들이 경찰 조사과정에서 ‘홍익대 앞 공연장에서 매일 밤 통상적으로 하고 있는 공연’이라고 했는데 사회통념상 맞지 않는 그런 공연이 단속도 안 되고 있었던 것이냐”며 “구청별로 단속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공영방송에서 그런 장면이 나갔다는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라며 “국가적 관리가 제대로 안돼 이런 일이 생긴 것이고 이대로 방치하면 어디까지 갈지 모른다”며 문화관광부 등 관련기관의 책임을 강조했다.

박인호 기자(ihpar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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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간 럭스하고 까친지 또친지가 벌인 건이 아주 제대로 뉴스란을 장식하고 있는 중인데.... 요즘 언론에서 그네들의 고향이라는 홍대쪽 클럽들에 대해서 몰아가는 논조는 [살인의 추억]에서 저 대사가 쓰였던 시추에이션하고 별 다를 바가 없다. 하긴, 엔비 들어서고 할렘 생기면서 강남 날라리들하고 전국구 양아치들까지 모여드는 바람에 초기의, 그나마 명목상으로나마 지탱되던 그동네 클럽문화란 것도 심히 맛탱이가 가긴 했지만.... 그 지역을 관광특구로 지정하여 그런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해준 것 또한 서울시였다. 언제나처럼 제대로 이해도 하지 못하면서 돈이 될 것 같으니 달라붙은 전형적인 수직행정의 표상.

뭐 이건 논외고, 암튼 럭스하고 까친지 또친지 하는 양반이 말한 통상적인 공연이란 거, 나도 한 번 구경해봤으면 좋겠다-_- 가뜩이나 요즘 엔비하고 할렘 같은 힙합클럽 뺀 하우스, 레이브 클럽들은 파리 곡예나 구경하고 있다던데.... 방송사에 기록될 실시간 최다인원 대상 바바리 액션을 성공시킨 이들 덕에 한동안 그쪽 동네가 피 좀 보게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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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01 1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llonin 2005-08-01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참에 방문자수나 늘려볼까해서...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