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양반중 하나가 혼자서 다녀오기로 한 롤링홀에서 열리는 크라잉넛-더 브레이버리 콘서트를 복통과 두통과 구토의 삼중주로 포기하는 덕에 대신 다녀오게 됐다. 뭐 별다른 의미는 없고, 말그대로 벼락치기처럼 갑작스럽게 이뤄진 일이라 브레이버리가 뭐하는 놈들인지도 모른 체 그저 공짜라면 좋아서 실실거리며 갔었음이다.

럭스의 지랄쑈가 있은 이후의 펑크락 공연이라 다소 위축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뭐, 이 바닥에 있는 인간들이 그런 일 벌어지면 더 지랄하지 쫄아서 기어다닐 사람들인가. 첫번째 공연을 맡은 크라잉넛의 보컬인 박윤식은 아예 대놓고 비록 욱일승천기는 아녔지만 클래쉬 티셔츠를 입고 나옴으로써 현재 언론에서 벌어지고 있는 마녀사냥에 대한 비웃음과 해명을 동시에 흘렸다. 확실히 크라잉넛은 현장용 밴드다. 그들의 노래는 현장에서 듣지 않으면 절대 그 쾌감을 알 수 없는 노래다. 스웨덴에서 있었던 락페스티벌에서 막 다녀왔다는 그들은 펑크가 단순히 가수 혼자만으로 이뤄지는 음악이 아니라는 걸 10여년이 된 관록의 밴드다운 여유로 존나게 질러버리는 능력을 보여줬다.

 

 

 

http://music.bugs.co.kr/Info/album.asp?cat=Base&menu=m&Album=27264

그리고 이 친구들. 이들의 노래가 삽입된 [나이트워치]의 개봉과 더불은 런칭이었던 이날 공연에서 이들은 크라잉넛과 맞먹는 쌩지랄쑈를 보여줘서 수많은 슬래머들에게 개감동을 선사해줬다. 예정보다 20분 정도 늦게 무대에 오른 이 밴드는 내가 기억하던 [나이트워치]에서 나왔던 노래의 브릿팝적 말랑말랑함은 싹 없앤 상태였다. 샘 앤디콧의 퇴폐적인 목소리와 80년대 뉴웨이브의 향수가 어우러진 모던록으로 특징지워지는 스튜디오 앨범의 나긋함은 퇴폐적인 괴성과 듣는 사람 가만 있지 못하게 만드는 펑크사운드로 바뀌어 그 큰 몸집을 한 놈들이 펑펑 뛰어다니면서 스테이지를 땀과 괴성으로 장식하니 홀에 있는 인간들도 막판에 가자 완전히 맛탱이가 가버렸다.

7시 50여분쯤에 시작한 공연이 끝난 건 9시 50분 즈음. 난데없이 간 공연이긴 했지만 꽤 만족했다. 간만에 인간들 슬램도 맘껏 구경하고.... 나야 나이가 있어서-_- ...라기보단 짐 때문에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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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5-08-04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의 한 행사에 클라잉넛이 초대된 적이 있어요. 올 4월이었는데, 야외무대에서 클라잉넛의 음악을 들으면서 혼자 감탄했었는데, 놀라운 사실은 제 주변에 있던 회사사람들 중에 클라잉넛을 아는 사람이 단 한사람도 없었다는 것. 크..

2005-08-04 0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llonin 2005-08-04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어떤 회사길래-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