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앨범인 <smells like teen spirit>을 처음들었을 때가 기억난다. 상당히 괜찮다는 느낌. 그러나 그즈음을 전후로 하여 이들이 슬슬 해외토픽란의 단골인사가 되어가면서 알게된 이들의 퍼포먼스에 대해선 그다지 지지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그건 어지간히 유치하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파티의 개념조차 알지 못했던 당시의 나에게 있어서 미라는 것은 검은 정장과 흰 와이셔츠의 극단적인 모노톤이 만들어내는 억압된 페티시즘이었다(따라서 내가 매트릭스를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흥분 또한 그것의 연장이리라).
'beautiful people'을 처음 들었을 때의 흥분을 잊을 수가 없다. 배철수의 음악 캠프에서 흘러나오던 그 노래는 내 심장을 드럼 비트와 같게 만들고 주문처럼 코러스를 영어로 읊조리게 만들었다. 그것은 잉베이 맘스틴과는 다른 의미에서 매우 스피디했으며 메탈리카보다는 다른 의미에서 육중했다. 전작의 'fuck frankie'를 재미삼아 흥얼거리며 'sweet dreams'의 애절함을 즐기던 나에게 이 밴드는 이 앨범에서 자신들이 아주 제대로 된 메탈밴드이며 내가 들었던 어떤 종류의 음악보다 거칠은 세계를 들려줄 수 있다고 유혹하고 있었다. 나는 라이센스로 발매되면서 아트워크가 모조리 잘려버린 이 앨범을 두근거리며 카세트 테이프로 구입했다.
정작 앨범은 'beautiful people'처럼 귀에 착착 감겨오는 곡이 없었다. 내가 기대했던 자리를 채운 것은 마릴린 맨슨식의 띠꺼운 발라드들과 그때까지 들은 앨범들 중에선 최고치라 할만 한 소음에 가까운 절규를 목구멍이 터지라고 불러대는 곡들이었다.
나는 점점 이 앨범이 맘에 들었다. 나는 이 모든 노래들을 늘어지기 직전까지 듣고 또 들었었다.
그리고 친구가 이 앨범을 팔라고 했을 때, 나는 주저없이 팔았다.
어째서? 나는 그들이 싫증이 났다. 그들은 언제부턴가 똑같은 음악을 하는 그저그런 밴드로 인식됐고 내 관심에서 서서히 멀어졌다. 그것은 메탈의 극단적인 영역이 어디인지를 추구하는 것이, 그런 등수놀이 비슷한 게임을 한다는 것이 바보 같은 일이란 걸 깨달은 뒤 부터일 것이다(무슨 트라우마가 나에게 이런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는지는 확실치가 않다). 정작 이들은 그런 극단적인 테크닉의 실험따위는 신경도 안 쓰는 이들이었는데 말이다. 난 모든 긍정을 추구한다면서 얕고 뻔한 부정을 저질러버린 꼴이었다.
언제부턴가, 나는 이 앨범을 다시 듣기 시작했다.
아무리 이펙터라지만.... 이젠 못 부를 것 같다-_-
http://music.bugs.co.kr/Info/album.asp?cat=Base&menu=m&Album=6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