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느끼는 거지만 신해철이 영국에서 만들어낸 이 앨범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었던 듯 싶다(그리고 충분히 과소평가 당했다고 생각한다). 뭐라 해도 엠비시 음악프로... 그 머신지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거서 컴백공연이란 걸 했을 때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서 좌우로 뒤뚱거리며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를 외치는 그의 모습은 나름대로 심히 민망했었으니까. 일렉트로닉과 넥스트 때의 음악적 방향선, 스스로 프로그래시브 메탈이라고 불렀던 그 영역을 일치시키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이후로도 신해철의 음악들에서 꾸준히 이어지는 것인데 그 이전으로도 이후로도 이 모노크롬에서만큼의 절묘한 일치점을 보여준 것은 없다고 본다. 앨범 전체적으론 신해철이 가진 얇고 날카로운 보컬이 알렉트로닉 장르를 메탈 사운드를 다루듯 운용하는 스타일과 어우러져서(크리스 산가라스를 선택한 것은 그런 특성의 극대화를 노린 것으로 매우 효과적인 조합이었다) 특유의 날선 느낌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고 그 안에서 소위 한국적인 감성과의 소통을 고심한 결과는 이후 김동률 2집과 같은 간접 프로듀싱 앨범들에서 응용되어 드러나는 바, 그 긴장감들을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http://music.bugs.co.kr/Info/album.asp?cat=Base&menu=m&Album=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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