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확실히 적벽대전 이후부터 부활했다는 느낌이랄까. 그렇지만 끝날 때가 다 됐음.... 조조의 죽음으로 끝나는 이 이야기는 작중에 나왔던 대사에서처럼 '조조라는 인물은 조조 이후엔 어떤 신경도 쓰지 않았음'을 만화 자체로 드러내보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조조를 패왕으로 삼되 그 권력의 줄기를 질기게도 늘여잡아 조조 사후까지도 놓질 않으면서 역사적 명분을 더하려 애썼던 이문열의 삼국지나 끝까지 살아남아 누릴 거 다 누린 가후를 삼국지 속 인물중의 인물로 선택하고 촉나라의 가치를 내분없는 정결함으로 나라를 기백년을 이끌어나간 역사성에 두고 있는 장정일 삼국지와도 구분되는 지점이랄까. 조조는 조조다.

외전이라기보다는 2부라는 간판을 달아도 될 듯. 여전한 유머. 희안하게도 1부에서의 황금성 도입부의 인상을 주는 이야기 전개. 기다려왔던 작품인만큼 나름대로 기대감이 있다.

드디어 만지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울러 제대로 된 액션씬도 등장하기 시작. 의학물에서 어드벤쳐물로 전환. 덕분에 거시적으로 보면 에도성 지하에서의 인체실험 에피소드가 의외로 괜찮을 수도 있다는 자비심마저 일으켰던 19권.

쿠리하라 마모루 이후로 고단샤 순정만화는 무조건적으로 보게 된다.... 이 선택은 모델인 소녀와 신을 모시는 소년의 만남이라는, 트렌디한 순정물과 오컬트 장르와의 만남과도 같은 설정이 주는 독특함 때문이기도 했는데, 중간중간에 센스있는 유머들과 시원시원한 전개, 중요씬에 돋보이는 필력을 발휘하는 집중도 높은 작화 덕에 잘 버텨내는 느낌. 소녀의 '적극적인' 욕망과, 특히 이지메에 관한 대범한 정리도 맘에 들었다고나 할까. 마냥 [라이프] 같은 일들만 있는 건 아니니.
작가인 조지 아사쿠라는 제법 여러 작품을 낸 중견인 양반인데 알라딘에선 작가이름으로 검색이 안된다.... 더군다나 드라마화도 된 작가의 대표작인 [편지하기 좋은 날]은 작가명이 아사쿠라 '게오게'로 표기되어 있다-_-

만화판은 이걸로 완결. 참으로 뜨뜻미지근하게 끝내는구나.... 소설판을 읽고픈 의욕은 안 나네.

보는 내내 "이건희는 오타쿠다!" 라고 외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