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았습니다. 아주 제대로 속았습니다. 칭따오맥주, 세계 3대 맥주라는 이마트의 선전공략에 휘말려서 거금 1880원을 주고 산 이 맥주의 맛은 정말 최악. 도수는 5%인 주제에 목넘김까진 좋은데 본체에 도대체 맛이 안 납니다. 맥주라면 생각나는 풍부한 맛은 안 느껴지고 밍숭맹숭하다는 인상이랄까. 그런데 거기에 알콜맛은 좀 쎄게 느껴지는군요....
뭐 1903년에 만들어진 회사니 벌써 역사가 백년이 훌쩍 넘었고.... 독일의 조차지 시절에 만들어졌다는 혈통적 전통성도 갖고 있고.... 그 유명하고 비싸며 캔모양만은 예뻤던 삿뽀로도 저에겐 영 쉣이었다는 걸 기억하자면 이 맥주가 이토록 입맛에 안 맞는 건 제 취향 때문이라고 봐야 하겠습니다만.... 의외로 이 물건이 세계 3대 맥주라는 명칭이 붙은 것에 불만인 사람들 많더군요. 더군다나 중국에선 400원이면 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다시 한 번 안타까운 마음의 임팩트가-_- 창고수입가로 하면 대체 얼마를 떼먹는 거야.

뭐 맥주에 헤롱대면서 쑤욱 본 만화입니다. 우시지마라는 사채꾼의 생활을 다룬 이 작품은 [돈이 울고 있다]의 잔혹살벌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돈이 울고 있다]가 합법화된 사채시장의 부드럽지만 잔혹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면 불법적인 사채시장을 다루는 [사채꾼 우시지마]는 작화스타일에서부터 암울 그 자체를 달립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우시지마는 악역캐릭터의 양상을 끝까지 밀고나간 인간으로 악덕사채꾼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데, 그의 정신세계는 한마디로 어떤 방법을 써서든 채무자에게서 얼마나 많은 돈을 뽑아내느냐에 모든 걸 걸고 있습니다. 창녀촌에 빚 진 여자를 팔아넘기고 제삼자를 통해 약물중독자로 만들고 그 약을 공급함으로 해서 털어내고 또 털어내죠. 삶에 대한 우회한 도덕적 방법론을 공격적으로 설파하는 이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쇼핑중독자에서부터 히키코모리, 도박꾼, 사채사냥꾼, 폭주족 및 야쿠자 등등에 이르며 작가는 계도적 결말 따윈 관심도 없는 듯 그들의 파멸을 그려내는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이 꽤 리얼한데다 지저분하고 악의적인 경지에까지 이르는지라 보는 이에 따라선 꽤 거부감이 들 수도 있을 듯 합니다. 무엇보다도 소음을 선으로 그려낸 듯 끊임없이 엉키는 느낌을 주는 그림체에서부터 호불호가 갈릴 작품입니다.
그건 그렇고 알라딘의 장르분류는 정말 엉망이군요. 이 무시무시한 만화가 명랑/코믹으로 분류가 되어 있다니.... 아마 읽지도 않았겠죠. 하지만 이거 하나만 그런 게 아니라....
아울러서 [안녕 절망선생]의 분류는 '레이디스코믹'.-_-
그리고 정액먹기 행위의 공평성에 대한 고찰과 [좆됐다 피트통], [기품있는 마리아]의 리뷰, 츠바이크의 두 저작의 번역상태에 대한 비교라든지, 장정일이 감추고 싶어하는 첫소설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의 요소면에서의 관찰과 지하 야오이소설들과의 양상 비교 및 대딸방의 추억 등등을 쓰고 싶습니다만....
글이 머릿 속에 안 새겨지니 덩달아 귀찮아서 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