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의 세번째 앨범이자 비평가들 대다수가 2005년 자신들의 리스트에 올려놓게 만든 [extraordinary machine]이 아니라 6년 전 이 앨범을 꼽은 이유는 무엇인가?
...솔직히 말하면 별 이유는 없다-_- 간만에 듣게 되서 생각이 난지라....
처음 그녀가 18살의 나이로 [tidal]을 들고 MTV에 패션모델의 공허한 시선과 주술적인 압력을 가진 목소리를 가지고 나타났을 때, 여성 보컬계에 또하나의 신성이 나타났음을 예상했던 이들은 바로 맞춘 것이었다. 그러나 피오나 애플은 성급한 아이돌이 되기보단 깊은 침잠을 선택했다. 개인사적인 불행과 심적 고통을 음악으로 표현해내는 '이기적인' 작업방식을 가진 그녀의 음악적 동력은 독설과 자학의 방법론이었고 그런 이야기들이 그리 소모적일 정도로 술술 나온다면 그녀가 마돈나라도 될 각오가 있지 않은 다음에야 전략적인 상술을 의심해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혹은 오매불망 새앨범만 나오길 눈이 벌겋게 기다리고 있는 apple cult들 입장에선 무척이나 불행하게도) 그녀는 소위 고통의 진정성을 지키는 여자였고 덕분에 이제 그녀의 앨범은 고작 세 장만이 나와있는 상태다.
1집의 성공을 다시금 재연해 낸 2집을 들으면서 다시금 깨달은 건, 그녀의 아우라가 가진 컬트적인 면모에도 불구하고 노래 자체는 의외로 정통파적인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본시 그녀가 가지고 있는 탁월한 보컬 역량으로 인해서기도 하겠지만 그녀의 호소력은 다소 특별한 종류의 폭력예찬인 그녀의 노래들의 본연을 넘어서는 보편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그 음울한 울림들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죽음이 어울리지 않는 가수다. 그래서 전작들에 비해 훨씬 말랑말랑해진 3집이나, 그 3집이 6년 만에 나오기까지 그녀가 고의 음원유출과 같은 과격한 방법을 통해 벌인 레코드사와의 정력적인 대판 싸움을 보더라도, 어떻게 생각하면 이 [WHEN THE PAWN HITS THE CONFLICTS HE THINKS LIKE A KING WHAT HE KNOWS THROWS THE BLOWS WHEN HE GOES TO THE FIGHT AND HE'LL WIN THE WHOLE THING 'FORE HE ENTERS THE RING THERE'S NO BODY TO BATTER WHEN YOUR MIND IS YOUR MIGHT SO WHEN YOU GO SOLO, YOU HOLD YOUR OWN HAND AND REMEMBER THAT DEPTH IS THE GREATEST OF HEIGHTS AND IF YOU KNOW WHERE YOU STAND, THEN YOU KNOW WHERE TO LAND AND IF YOU FALL IT WON'T MATTER, 'CUZ YOU'LL KNOW THAT YOU'RE RIGHT]은 그녀 스스로 자신의 어둠과 벌인 90단어 짜리 사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요는, 그녀에게 반한 건 마릴린 맨슨뿐이 아니었다는 거다. 헛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