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역이 왜 이 모양이야....-_- 일본어판을 번역했다는 혐의에 나도 동의.

이 책에 대한 명성이 너무도 엄해가지고, 결국 읽긴 했는데.... 번역자도 이 책의 트릭에 대해 약간의 꼼수끼가 난다고 했던 걸 보면 느끼긴 느꼈던 모양이다. 그러나 원래 트릭이란 게 꼼수가 아닌가. 물리적 - 시간적 트릭에 심리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여서 말이 되게 만들어놓은 작가의 혜안엔 감탄.

제목에서부터 풍겨오는 무지막지한 마초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소설 자체는 대단히 슬픈 내용이다. 여기서 전설이란 단어는 일당백의 초인적 히어로를 뜻히는 것이 아니라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슬픈 정서의 표식이란 것을 이해해야 할 듯. 어떻게 1950년대에 나온 책이 정치적으론 이후에 나온 먼치킨 좀비물들을 훌쩍 앞서 나가고 있다.

판소리를 동화로 컨버전한 덕에 기존의 전래동화들의 통례적 설정들, 권선징악, 기승전결과 같은 요소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판소리에서처럼 크고 아름다운 콩을 두고 벌이는 장끼와 까투리의 대화가 가장 비중이 크게 잡혀 있고 그 와중에 나오는 고사성어에서부터 한자놀음에까지 이르는 내용들은 요즘 애들한텐 썩 호응을 못 얻을 듯. 남편의 3년상을 마치지도 않았는데 무슨 개가냐고 물오리에게 호통을 치던 까투리가 우람한 장끼 한마리가 나타나자 웃흥~ 멋진 남자 하면서 품에 안겨버리는 결말부가 압권.

우선 하야시 후미노의 그림부터가, 이건 아니네요.... 라는 생각.

달리 코멘트가 안 떠오르는, 너무나도 무난함. 뻔해서 휙휙 넘길 수 있다는 점이 미덕.

메리 셜리, 혹은 메리 고드윈이 [프랑켄슈타인]을 쓰게 된 이야기를 다룬다는, 우리나라 작품으로선 쉬이 찾아보기 힘든 컨셉적인 측면에서의 신선함이 능숙한 작화와 서사에서의 매끈한 흐름으로 보여지고 있다. 이것이 어떻게 익어갈지 충분히 주목해볼만 한 작품. 그러나 저 하인이란 놈이 쓴 가면이란 게 정녕 19세기에 있던 거였는지가 궁금-_- 아무리 봐도 윙건담의 샤아 짝퉁이 생각나게 만드는지라 작가의 동인 근성이 드러난 결과가 아닌지 의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