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도서관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있는 동네미용실과 구멍가게가 낀 사거리 한복판에 십수명의 사람들과 경찰들이 서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사람들 속으로 하얀 와이셔츠를 입은 남자가 사거리 구석에 맥없이 몸을 수그린 채로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동네사람들의 두런거림과 경찰들의 무선 보고 소리 속에서 남자는 미동도 않은 채 그저 그렇게 배를 움켜잡고, 정확히는 삐져나오는 내장을 가까스로 뱃속으로 다시 밀어넣으면서 동상처럼 굳어져있는 상태였다. 그는 고통 때문에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동네사람들의 두런거림을 캐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일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었다. 두남자가 다투다가, 한 남자가 다른 남자의 배를 가위로 찔렀다는 것. 그것이 다였다. 여기서 가위는 두가지 의미로 정보습득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위를 그리 즐겨 주머니 속에 넣어두고 다니진 않는다. 그러니까 이 경우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찌르려고 작정을 하고 피해자를 만났다는 얘기가 된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가위로 찔러도 내장이 튀어나온다는 사실이다.

구경한지 얼마 안되서 119가 달려왔다. 남자는 자신의 빨간 내장에 대한 애착을 보이면서 고통스럽게 침을 찍하고 바닥에 뱉었고 숙달된 대원들은 그를 천천히 빨간차에 실어서는 성심병원으로 달려갔다.

그게, 희안하게도 어느 커다랗고 어두운 고가도로 밑에 서 있는 내가 생각났다. 그 아래를 걸을 때면 무언가, 홀린 듯한 느낌,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 된다.

원한 사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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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8-28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로 읽어도 끔찍한데, 직접 보셨다면....으음~ ㅡ.ㅡ 꿈에 안나왔어요?

2005-08-28 2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llonin 2005-08-28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처럼 머리맡엔 우리 강아지가 와 붙어서 색색대는 가운데 저는 늘어지게 8시간을 채웠습니다-_- 뇌수와 개미가 얼마나 친한지 알면 이런 일엔 좀 무감해지기 마련이죠.

hallonin 2005-08-28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일단 시도중이긴 한데 워낙 게을러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