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 수 있는 한 최소한의 스탭만을 동원하여 제작하기로 유명한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은 그 특유의 작업방식에 따르는 묘한 아마추어리즘의 이미지를 거두기가 힘들다. 그런데다 그가 다루는 영원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이 불러일으키는 시대착오적 아우라는 순수함이라는 키워드로 작업과정이 가지는 아마추어리즘과 공명한다.
그러나 그 모든 매너리티한 인상들을 잠재워버리는 것은 압도적인 이미지의 힘이다. 실제사진에 그래픽 작업을 거친 결과물을 베이스로 하여 만들어내는 풍경들은 그 정적인 이미지 자체로 충분히 매혹적이고 드라마틱하다. 그래서 다소 어설프게 만들어진 인간 캐릭터들의 연기보다 보는 이의 머릿속을 휘감아버리는 것은 그 풍경들이다. 신카이 마코토는 저녁노을의 아련함과 막 날이 개인 아침의 상쾌함, 오후의 나른함과 들판의 평온함, 지하철 안의 고독한 단면과 도시 뒤쪽 오래된 시공 아파트의 황량한 기억들을 소름끼칠 정도로 아름답게 꺼내보인다. 그리고 그 풍경들은 고독과 외로움에 지친 그의 인물들이 운명적으로 가지는 아우라를 증폭시킨다. 그의 이야기가 가지는 환상성만큼이나 그가 가공해낸 세계는 초현실적으로 아름답다. 다만 다음엔 이것만이 미덕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