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최고의 음반을 소개해주세요(이벤트)
처음엔 삶의 부분부분들을 차지하고 있는 앨범들을 골라 역연대기식으로 리스트를 잡아보려다가 재미가 없어져서 그만 뒀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생각난 것이 기억 속에서 제멋대로 흩어져 있는 조각들을 선택해 의도적으로 시간을 뒤섞어 붙여놓는 것이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과거를 반추하는 리스트들이 필연적으로 갖는 속성, 바로 과거라는 현재가 어떻게 끊임없이 작용되는가에 대한 증거가 보다 명징하게 구성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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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비틀즈를 듣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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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우연히 깐쏘네를 만나다. 개인사적 달콤함, 그러나 아직 완전하게 보장되지는 않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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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클럽에서 살다. 돌아다니다. 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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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이 앨범을 좋아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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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에미넴은 쉬지 않고 떠든다. 그렇게 떠드는 사람은 처음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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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아침에 일어났을 때와 밤에 잠들기 전에, 하루에 꼭 두 번씩 앨범을 통째로 들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자 귀가 열리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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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선물받다. 그리고 확신을 가지게 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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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개, 럭키스타]에 비해서 외면해왔던 어어부밴드의 3집을 듣다. 모든 것이, 심지어 공기까지 말랑말랑해지고, 손가락으로 잡아선 장난을 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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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황학동. 후덥지근한 중고음반가게의 오래된 스피커에서 나오던 음악. 머릿 속에선 전류가 춤추고 있었다. 이건 보물상자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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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앨범 안엔 오밀조밀하면서도 튼실한 메뉴판을 가진 오래된 술집이 차려져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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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현재로선 이 앨범 다음으로 이에 비견되는 찬사를 바칠 앨범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게으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감각이 떨어져서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소중하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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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우울증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항상 우울한 이라는 증거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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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들끓는 에너지. 그리고 그 전자기적 축축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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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세풀투라의 [Roots]는 원석이 가진 거친 미학을 보여줬다. 끝까지 달려 갔을 때만이 발견할 수 있는. 데스나 그라인드코어나 둠이나 사타닉이나 그 어떤 소위 극단적이란 장르에서도 이 앨범이 제공했던 촌철살인적인 가학성과 무자비함을 다시 느낄 수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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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정말 아름답다. |